‘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2010년 교수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의 뜻이다. 갖은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늦장‧축소 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꼬리까지 감출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검찰의 수사가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다고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이 사건의 꼬리라는 얘기다. 자신이 몸통이라고 자인하는 이까지 나왔다. 거기에 불법사찰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증언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VIP란 말도 언급됐다. 
청와대는 불법사찰 논란에 대해 “80%는 전 정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주장했다. 자신들이 불법사찰에 개입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가 전 정부가 했다고 얘기한 문건들은 대부분 경찰에 의해 이루어졌고 내용도 경찰 내부 인사에 관한 것들이다. 반면 KBS 새노조에 의해 공개된 문건들은 민간인 사찰이 반정부적 성향을 지닌 언론, 노조, 정치인, 연예인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루어졌다고 가리키고 있다. 심지어 새누리당 의원도 포함됐다. 성질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거나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 관찰하는 건 엄연한 사생활 침해다. 더군다나 국가기관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점은 ‘전근대’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찰정권' 국무총리실의 불법사찰을 규탄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 대학생들이 경찰에 저지당하고 있다. ⓒ 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전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 책임회피를 하는 것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박영선 의원이 “대통령 하야 논의 시점”이라 말한 게 전혀 ‘도를 넘는 것’(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아닌 이유다. 더 이상 이 대통령도 예전처럼 언급을 삼가거나 자신은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여줘선 안 된다. 지시를 하지 않았든, 보고를 받지 않았든, 국가최고기관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이 대통령도 어느 정도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불법사찰로 반정부적 인사들이 피해를 받았고, 친정부적 인사들이 언론사나 국가기관의 머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국민들 앞에 나와 사과라도 해야 한다.
이제 남은 건 머리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을 정말 몸통이라 여기는 이는 별로 없다. 그를 몸통이라 보더라도 머리는 따로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는 여기서 나온다. 주사위는 검찰로 넘어갔다. 불법사찰의 머리를 밝혀내는 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다. 늦장‧축소 수사 의혹을 받아왔던 만큼 이번에는 수사 대상이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라도 단호하고 분명하게 칼날을 꽂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이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특검은 불가피하다. 그게 국민들이 원하는 진실을 밝혀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