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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을 이긴 동네빵집을 찾아서 – ‘오월의 종’, ‘몽상가인’

빵을 만들 때 넣는 소량의 소금처럼,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내 몫을 다 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 쓰임새처럼 빛을 발하고 싶다. 가족으로, 친구로, 연인으로, 그리고 케이크를 굽는 사람으로……. 그들 속에 조용히 녹아 들어 삶의 풍미를 진하게 해 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마치 소금처럼.                                                                                            
 빵빵빵, 파리」(양진숙 저) 中


내가 만난 그들은 그렇게 빵을 굽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있는 곳에는 눈에 띄는 간판을 앞세우지 않아도, 트렌드를 바쁘게 좇지 않아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빵집이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성행하는 요즘, 탄탄한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두 사장님을 만났다. 고객들의 일상을 향기롭게 구워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꾸미지 않은 담백함을 제공하는 오월의 종


이태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앙증맞은 종이 걸려 있는 빵집, 오월의 종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손님이 고른 바게트를 자르고 있는 사장님(장웅 씨)이 보인다. 오후 4시쯤 방문했는데도 그날 만든 빵이 거의 다 팔려 곳곳이 비어 있고, 남은 몇 가지 빵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오월의 종이란 이름이 인상 깊어 사장님에게 빵집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를 물어보니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큰 뜻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First of May>에서 따 온 거예요.”라고 말한다.     


자신을 베이커로 소개하는 장웅 씨가 운영하는 오월의 종은 올해로 10년 째 빵을 굽고 있다. 유난히 하드 계열의 빵이 많이 보이는 이 빵집은 원래 일산에 있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았지만 이태원으로 옮기고 난 후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됐다. 장웅 씨는 “이 빵집을 열 당시에는 하드 계열의 빵이 유명하지 않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용 빵을 좋아했기 때문에 겉이 딱딱한 빵은 잘 팔리지 않았죠. 하지만 이태원으로 옮긴 후 외국인들이 그들의 주식으로 하드 계열의 빵을 많이 사갔고 그 때부터 고객들이 하나 둘씩 저희 집 빵을 찾으시더라고요.”라고 말한다.


 


ⓒhttp://blog.naver.com/clickclock


 


손님이 고른 빵을 손수 잘라 포장하는 사장님의 얼굴에 연신 미소가 번진다. 이 일을 즐기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사장님에게 어떤 마음으로 빵을 굽는지 물었다. 그는 “하루에 빵 하나를 잘 만들어서 그 빵을 고객에게 잘 전달하면 된다는 생각뿐이에요. 크고 거창한 것은 없어요.” 라며 웃는다. 빵집 문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11시이지만, 그날 판매할 빵을 만들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준비한다는 사장님의 말에 그가 빵 굽는 일에 얼마나 큰 정성을 들이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지는지 인터뷰 내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 오후 6시에 가게 문이 닫히지만 그 전에 빵이 다 팔려 일찍 문을 닫는 날도 많다고 한다. 주말에는 오후 3시면 빵이 다 팔린다. 


사장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저희 빵집이 더 작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가 할 일이 더 많아지거든요(웃음). 동네의 작은 빵집 안에서 오래 오래 빵을 굽고 싶어요.”


 


내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빵이 있는 곳, 몽상가인


몽상가인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름의 이 빵집은 충남 천안시 신방동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이 곳에는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한 몽상가(권혁진 씨)가 있다. 몽상가는 원래 헛된 꿈을 꾸는 사람을 말하지만, 그는 자신을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이곳은 유화제와 개량제를 사용하지 않는 빵으로 유명하다. 유화제와 개량제는 인체에 이롭지 않아 하루 섭취량이 제한된 화학 첨가제이다. 하지만 빵을 만들 때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는 “이런 화학 첨가제를 사용하면 빵을 조금 더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진짜 정직하고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저의 방법대로 빵을 만들죠.”라고 말한다. 


고객들에게 건강한 빵을 제공하기 위해 재료 선별에도 각별한 공을 들인다는 그는 “일반적으로 빵 가격에서 재료값이 30에서 35%정도 되거든요. 하지만 저희집 빵은 전체의 50% 정도가 재료값이에요. 직접 발로 뛰며 더 좋은 재료를 고르려고 노력하죠.”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게 문을 연 초기에는 정상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권혁진 사장을 제외한 빵집 직원이 6명인데 비해 하루 순이익이 7만 5천원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안정적인 매출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믿으며 걸어왔다. “쉽게 만들어 많이 파는 방법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이 제가 정직하게 만든 빵을 알아줄 거라 생각했어요. 멀리 보고 달려온 거죠. 제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빵을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많은 것들이 신속하게 대량으로 생산되는 요즘, 그의 방법대로 빵을 굽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개인 빵집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걸어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프랜차이즈 빵집은 배달된 냉동생지나 완제품을 구워서 파는 것이고, 저희 같은 개인 빵집은 밀가루, 계란, 우유 등 재료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반죽, 발효, 굽기 등 전 과정을 거치는 거죠. 조금 늦고 더디더라도 각 과정 안에 개개인의 실력과 노하우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간혹 몇몇 분들이 자금을 대줄 테니 같은 간판을 걸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빵 하나를 만들더라도 그 과정 안에서 저희들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지 않은 분들과 함께 일하기는 어렵죠.”라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한다고 한다.  


 


ⓒhttp://blog.naver.com/faust28


 


그에게 앞으로의 꿈과 계획을 물었다. 제과 제빵 분야로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하고,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이제 세계무대로 나가고 싶어요. 국가 대표 선발을 거쳐 2년에 한 번씩 세계 대회가 열리는데 그곳에 참가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 빵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개인 가게를 열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오랜 시간 저와 함께 일하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왔거든요. 같은 꿈을 꾸며 건강하고 정직한 빵을 구워내는 또 다른 몽상가들의 빵집을 만드는 거죠.”



두 빵집 사장님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빵을 굽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빵과 그 빵을 만들고 있는 자신에 대해 어느 상황에서도 타협하지 않는 믿음이었다. 그들의 빵에는 이렇게 독특하고도 특별한 향기가 있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jini

    2012년 4월 2일 00:20

    천안 살아서 몽상가인 빵 몇번 먹어봤는데 여기도 하드한 껍데기빵류(?) 진짜 고소하니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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