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근로빈곤층)의 시작

워킹푸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가 왔다. 워킹푸어는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 기준은 무엇일까? LoWER(유럽연합 저임금연구 네트워크)에 따르면,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2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워킹푸어라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50%미만을 근로빈곤층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워킹푸어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워킹푸어는 ‘열심히 일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의 희생양이라는 것이다.
 
워킹푸어의 문제는 1990년대 중반에서 등장했다. 세계적으로 두 차례의 금융위기가 찾아온 이후, 국가들은 긴축재정을 통해 서민들에게 위기를 전가시켰다. 특히 가장 타격을 입은 핵심 문제는 노동이다. 사회적으로 노동력을 유연화 한다는 명목으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그리고 저임금을 활성화시킨 것이 그 이유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급속도로 빈곤상태로 빠졌고 이로 인해 사회는 극심한 불안과 양극화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리스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이집트에서 ‘금융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말라‘는 외침의 총파업이 일어났고 미국에서는 월가 점령하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게 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일찍이 IMF 외환위기 이후부터 경제위기의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시켜왔고 이로 인해 워킹푸어의 문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대두되었으며, 정도도 가장 심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저임금 문제는 묵묵히 바닥을 쓸던 청소노동자들을 찬바람이 부는 거리로 내몰았다. 또한 대학생들은 공부보다 일을 더 많이 해도 집세와 식비조자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 절규하게 했다.

 생활을 책임지지 못하는 저임금
‘책값이랑 방세랑 엄청 오르는데, 아르바이트 월급은 거의 그대로야.’
  
대학생인 김명훈(21)씨에게는 고민이 있다. 대학 입학 후, 계속 살던 집에서 갑자기 월세를 올려달라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방세와 생활비를 간신히 충당하고 있었던 이 씨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에 비해 임금이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아 기존 생활을 유지하려면, 일을 더하거나 생활비를 대폭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과 2011년의 1분기를 비교했을 때 전체노동자의 평균임금은 0.19%상승한 반면, 물가는 4.5%상승하였다, 물가를 고려한 임금 인상률은 – 4.08% 오히려 실질임금은 감소했음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기존 임금수준도 열악하다. 현재 대한민국 최저임금은 임금노동자 평균임금의 35%수준이다, 유럽연합 빈곤계층 기준 66.7%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최저임금 절대액수 또한 3.12달러로 OECD국가 평균 6.4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의 저임금 계층 26.5%의 대부분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며, 현실적으로 영세사업장이나 비정규직에게는 최저임금이 임금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볼 때, 낮은 최저임금이 사회 전반적 저임금과 양극화를 가속시켰다는 비판은 불가피하다.

또한 최저임금에 대한 관리와 행정도 미미한 상태이다. 인터넷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들어가면, 급여협의 혹은 대놓고 최저임금미만의 급여를 명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이 정부의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단속은 전무한 상태이며, 신고를 해도 복잡한 절차와 증빙서류 때문에 배상이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220만명으로 집계 된다. 심지어 정부부문인 공공행정에서도 최저임금 미달자가 11만 명이나 됨을 비추어볼 때, 정부의 ‘저임금계층 일소,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법의 슬로건의 진정성마저 의심이 간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가정보다는 일’
 ‘학원에 친구들이랑 같이 다니고 싶어요. 열심히 일한 아빠를 다시 받아주세요.
한 어린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삐뚤삐뚤한 글씨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2009년 쌍용자동차 앞의 풍경이다. 수년이 지났다. 희망퇴직 이후 몇 개월 뒤에 정규직 재취업을 약속했지만 회사는 마치 없었다는 듯이 무시를 하고 있으며, 아빠를 취업시켜 달라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올해로 20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현재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와 불안정한 삶속에서 살인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살아있는 사람들은 생활고를 버티기 위해 건설현장이나 대리운전 등 저임금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 문제는 비단 쌍용차의 단일한 문제가 아니다. 희망버스로 잘 알려진 한진중공업 사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영세사업장에서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만연하게 정리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한국 직장인 중 열에 여섯은 불안하다고 느끼며, 심한경쟁과 불안정한 노동시장 속에서 직장인 10%정도의 사람만이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일보다 가정’을 선택한다는 조사를 볼 때, 불안정한 일자리에 대한 인식과 스트레스는 생활 속에서 전반적으로 확산됨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양극화의 골
 “멋진 대학생활이나 장래희망을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알바에 치여 살고 대학 이후 빚도 생기고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없네”
대학 휴학생이자 아르바이트생 김남혁(23)씨는 맥주 한 캔을 따며, 긴 한숨을 내뱉는다. 방탕한 생활 이후 뒤늦게 후회하는 청년의 이야기 같지만, 김남혁 씨는 ‘깨어있는 시간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다. 낮에는 취업을 위해 학교수업 이외에도 틈틈이 공부하고 저녁에는 생활비를 위해 쉴 새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청년이다. 하지만, 그의 한숨이 반증하듯이 김남혁씨에게 현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더 나은 생활로 이어지지 않았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은 계층 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어느정도 생각하고 있을까. 2011년 통계청에서 계층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을 물었을 때, ‘나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답한 사람은 10명중 3명에 불과했으며, 통계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던 자녀의 계층 상승가능성도 관련조사 최초로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인 답보다 많이 나왔다. 이처럼 사회 양극화는 김남혁씨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좌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인 지표에서도 대한민국의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화의 대표적 기준이 되는 임금격차 같은 경우에는 상·하위 10% 소득격차 5.4배, 대한민국이 OECD국가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극화가 심하다고 알려진 멕시코와 미국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양립할 수 없는 워킹푸어와 행복
작년 2011년은 대한민국에게 사상 최대의 호황기라고 이야기한다. 전체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어섰고 나아진 무역수지는 기업들의 부활을 이야기 했다. 하지만 서민들은 우리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 안정된 삶속에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사소한 행복마저 꿈꾸기에 너무나 힘든 사회가 되었다.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은 우리의 삶을 더욱 일에 얽매이게 만들고 ‘해고당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으로 얼룩지게 만든다. 또한 심화되는 양극화와 형편없는 임금은 우리에게 박탈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사회에서 우리는 얼마나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을까?

심히 일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워킹푸어는 태어나고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