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곳곳에서 익숙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지하철 역 앞에선 후보자가 출퇴근 하는 시민들에게 명함을 건네고, 후보자와 같은 옷을 맞춰 입은 아주머니들은 지역구 곳곳에 퍼져 일사불란한 인사를 반복한다. 이상한 일이다. 지역구를 위해 고심하여 만들었을 공약에 대한 홍보는 제쳐두고, 육체적 피로를 참아가며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보이려 노력하는 후보자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경영학의 눈으로 선거를 보면, 위와 같은 선거운동 방식은 제품(후보자)의 품질(공약)보다 단순노출빈도를 우선시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처럼 제품의 반복노출을 통해 소비자의 호감을 얻는 전략의 근거는 에펠탑 효과인데, 이는 건축 당시 파리의 흉물로 비난 받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민들의 호감을 얻게 된 에펠탑의 예에서 유래한 이론이다. 반복노출 마케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는, 드라마 속에서의 적극적인 노출(PPL)을 통해 성공을 거둔 카페베네가 있다. 또한 효과적인 반복노출을 위한 장치로는 CM송이 있는데, 중독성이 강한 멜로디를 통해 광고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품을 상기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반복노출 전략은 제품의 질이 비교적 비슷한 제품군에서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휘발유는 어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든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같다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S-Oil은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CM송을 몇 년간 반복 노출 시키는 마케팅 전략을 유지해 오고 있다. 반면 품질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제품군에서는 반복노출마케팅의 효과가 떨어진다. 뉴욕의 한 약국에서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키엘’이 광고 한번 없이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예이다. 막대한 광고 예산을 집행하는 경쟁사들을 제치고 ‘키엘’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하나, 품질이다. 소비자들에게 화장품은 인지도보다 품질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상품판매과정에서 후보자는 화장품일까 휘발유일까? 정책선거를 지향하는 시민운동 메니페스토는 후보자가 화장품이라고 답한다. 메니페스토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평가하고 당선 이후에도 이를 지켜나가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특히 한국선거에서 그 필요성이 크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선거과정에서 지역주의와 색깔론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빈번하고, 정책 보다는 후보자의 경력이나 조직동원력이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앞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선거가 구도에 의해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약보다는 후보자의 배경과 네거티브가 당선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소비자 분석에서 시작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토대로, 이에 맞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후보자들이 공약을 홍보하기보다 지하철 역에서의 인사를 택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의 분석 속에서 유권자들은 선거를 휘발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비자 분석의 정확성이 판매실적을 통해 가려지듯, 4월 11일은 유권자들이 선거를 무엇으로 인식하는 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