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정진우 후보가 청와대 앞에서 선거유세를 하려 하자 청와대 경비 경찰 100여명이 이를 가로막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찰이 선거의 자유를 방해했다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물러나려 하지 않았다. 정 후보 측은 112에 전화해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경찰을 해산해달라고 신고했고, 경찰을 해산하기 위해 또 다른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오전 10시 30분에 정 후보가 선거 유세를 시작하면서 시작된 사건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진보신당 측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진보신당 트위터

정 후보를 막기 위해 출동한 청와대 경찰은 정 후보의 유세가 ‘불법 집회’라고 규정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연설과 대담을 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선거법의 권위가 경찰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근거 없이 ‘불법집회’라 규정하기 이전에 선거 유세를 방해해가며 법을 어긴 것은 경찰이다. 게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선거 방해자가 경찰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하다가 종로경찰서 선거대책본부에 사태 해결의 책임을 넘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공익을 위한 선거법으로 논리적인 설득을 하고 있는데도 자존심 때문인지 이유없이 요지부동인 경찰의 모습은 납득하기 힘들다.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상황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파출소 경찰 측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경찰의 요상한 저지는 청와대 앞에서뿐만이 아니다. 청년당 오태양 후보는 지난 8일부터 3일 간 서울 시내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특별성명서를 낭독할 예정이었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은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면 안된다며 가로막았다. 정 후보에게는 ‘불법 집회’라는 이유라도 댔지만 오 후보는 논리적인 이유도 없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제지당했다. 경찰은 “내가 이곳에 근무하면서 이런 풍경은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라는 이상한 이유를 댔다. 엄연히 선거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선거 운동이 청와대 앞과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안된다’는 점이 의아하다. 어떨 때는 법적인 근거도 없이 권위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저지하고, 선거법을 들어 항의해도 무시하고 다른 법으로 귀를 막는 것을 보면 경찰에게 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출처 뉴시스
곤란한 처지에 놓인 선관위의 존재 이유가 의아하기도 하다. 이번 사태에서 선관위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청와대 경찰이 선거법을 위반했음을 설명할 뿐 그 이상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종로선관위 관계자는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진보신당의 행위는 선거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집시법 쪽은 우리는 잘 모르겠다. 경찰이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판단할 몫’이라는데 정작 경찰은 둘로 나뉘어 충돌하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집시법과 선거법 때문에 경찰끼리 충돌한 웃지 못할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맡은 선관위가  슬그머니 발을 빼려는 행동을 보이는 듯한 모습은 아쉬움을 남긴다.
경찰의 청와대 앞 선거운동 방해는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선거’라는 중요한 국가적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하찮은 취급을 받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선거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경찰과 맞서 열두시간을 버텨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