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씬한 몸매, 잘록한 허리, 가녀린 다리는 여성들의 ‘로망’이다. 여기에 키까지 크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여자들에게 있어 ‘44사이즈’는 꿈의 사이즈다. 누구나 쉽게 못 입는 옷이기 때문에 44사이즈는 ‘날씬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들도 이런 날씬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큰 근육보다는 작고 단단한 근육이, 터프 가이 보다는 샤프 가이 가 인기를 끌면서 슬림한 남성이 대세가 되었다. 이런 흐름을 잘 나타낸 패션이 남자들의 스키니 진. 얇고 긴 다리와 잘 어울리는 스키니 진은 남성들의 슬림함을 돋보이게 한다.

 

스키니 진을 입는 남성들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스키니 진을 이용해 자신들의  매끈한 몸매를 부각 시킨다. 가늘고 긴 다리와 넓은 어깨는 이성은 물론, 동성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모든 남성들이 스키니 진을 멋지게 소화해 내는 것은 아니다. 짧은 다리와 굵은 허벅지, 살 오른 배와 엉덩이는 보기 민망한 ‘바디라인’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이런 남성들의 스키니 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K대학에 다니는 김 모양(25)은 이 질문에 대해 ‘여자들 대부분은 스키니 진 입는 남자 싫어한다. 남자들이 자신보다 뚱뚱한 여자 싫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체격 있고 듬직한 남자를 더 선호한다.’라고 답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신 모양(24)은 ‘다리가 얇으면 괜찮다’라고 말해, 일부 남성에게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징그럽다, 보기 싫다, 남성미가 없다’ 등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동성인 남자들도 ‘역겹다, 비실해 보인다, 불쌍해 보인다’ 등 여성들과 비슷한 답변을 했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일부 남성들은 스키니 진을 선호한다. 그 이유는, 스키니 진이 가진 ‘유니크함’ 때문이다. 스키니 진을 입을 수 있는 남성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선 젓가락처럼 얇은 다리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뱃살은 없어야 하고 엉덩이는 쳐져있으면 안된다. 마지막으로 골반이(다른 남성들에 비해) 작아야 스키니 진을 예쁘고 슬림하게 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스키니 진을 입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남성들과는 다른 ‘유니크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스키니 진의 유니크함에 입는 남성들도 있지만, 자신의 체형에 맞는 바지가 스키니 진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필자의 경우가 그렇다.(키177cm에 몸무게가62kg인 마른 체형이다.) 스키니 진이 유행하기 전, 내 몸에 맞는 바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자 청바지를 아무리 딱 맞게 입어도 허벅지와 종아리가 남았다. 특히, ‘빈티지 룩’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어떤 청바지를 입어도 ‘얻어 입은 바지’, ‘주워 입은 바지’였다. 필자에게 빈티지룩은 말 그대로 ‘없어 보이는 패션’이었다. 이를 탈피 할 수 있게 해준 바지가 바로 스키니 진이었다. 남들처럼 자신의 체형에 맞게 옷을 입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패션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치마 입은 남자를 상상해 보자.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고 볼품없다. 차라리 검정색 수트를 입은 남성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더 멋스럽고 익숙하다. 이처럼 ‘멋’이라는 것은 ‘사회화’된 개념이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어떤 원주민들은 목을 길게 하거나, 입술에 구멍을 내어 나무 조각 따위를 끼우고 다니는 것이 멋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눈에 비친 원주민들의 모습은 이상할 뿐이다. 남성들의 스키니 진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강하고 체격이 좋아야 멋있다’는 사회화된 개념이 그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든 멋은 자기만족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와 유행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결국, 남성들의 스키니 진도 유행의 한 종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