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문화 민족주의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한국의 문화재 관련 정책은 미온적이다. 문화재청 내에서 환수 정책 수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의 숫자는 고작 0.3 명이다. 0.3명은 국립 문화재 연구소 소속으로 문화재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청에서 오로지 문화재 환수 문제에 전념하는 인원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현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런 상황 에서 정부가 앞장 서서 약탈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정부가 팔짱을 끼고 전면으로 나서지 않다 보니 자연히 환수의 주된 역할은 민간단체가 맡게 된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지난 4년간 문화재 환수 관련 민간단체에 배정한 예산은 2억 4천만 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실제로 지원한 금액은 1억 2백만 원 이다. 이쯤 되면 정말로 문화재를 되찾으려는 의사가 있는 건지 의문이다.
한국이 약탈 당한 문화재가 많음에도 지금까지 체계적으로 환수 운동을 벌이지 못하는 데에는 국민들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몇 번의 환수 성공을 통해 그 때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국민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하였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환수 운동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홍보를 통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견이 남긴 걸작 몽유도원도는 현재 일본 덴리 대학에서 소장중이다.
문화재 교육이 달라져야 
 
먼저 국사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은 교과서이다. 지금의 국사 교과서는 문화재에 대한 내용이 너무 부족하다. 예를 들어 안견의 대표작인 몽유도원도를 교과서는 ‘자연스러운 현실 세계와 환상적인 이상 세계를 능숙하게 처리하고 대각선적인 운동감을 활용하여 구현한 걸작’이라고 서술했다. 몽유도원도가 안견의 유일한 진품으로 남아있으며,나아가 당대 최고의 명사들의 시문이 담겨있다는 것은 학생들이 외워야 할 것을 줄여주기 위해 생략했다 생각하더라도 아쉬움은 남는 설명이다. 이 작품이 해외 유출 문화재의 하나이며 그 역사적 회화적 가치로 봤을 때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내용은 본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몽유도원도의 사진 아래 작은 글씨로 (일본 덴리 대학 소장) 이라고 적혀있던걸 신경 쓰고 지나간 학생은 몇이나 될 것인가
이런 부족한 교과서로 공부한 학생들은 문화재 환수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잃게 된다. 사라진 기회는 십중팔구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관한 서술 비중을 늘리거나 우리나라에서 약탈된 문화재의 실태와 그에 대한 자료를 교과서에 넣을 필요가 있다. 많은 학생들이 문화재 환수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면 환수 운동은 한층 더 힘있게 진행 될 것이다.
교육을 강화하는 일 이외에도 문화재의 중요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이 어떠한 생활을 했는지 알려주며 우리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자연히 본래 태어난 곳에서 선조들의 얼을 후세에 전해줄 때에 문화재는 가장 가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문화를 창조한 민족의 유산이며 재산이기에 당연히 자국민이 소유하고 보존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런 이유에서 약탈당한 문화재는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

약탈당한 문화재를 되찾지 않아도 돼? 

일각에서는 문화를 만들어낸 민족 스스로 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문화 민족주의는 국수주의의 발로이며, 문화재를 되찾지 않는 것도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기에 환수가 필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문화재가 다른 나라에 오랫동안 있었다면 그 나라의 재산으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문화재 귀화주의와,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뛰어난 관리 시설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관리를 책임져 문화재의 보편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게 좋다는 문화 국제주의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에도 일부 타당성은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문화재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것은 확실히 좋은 생각이다. 외국박물관에 한국실 설치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고 해외에 있는 우리문화재가 훼손되면 우리의 기술로 수리하는 동시에 홍보를 돕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유출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후손인 우리가 문화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알지 못한다면 이런 노력은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국내에 없는 약탈 문화재의 경우에는 먼저 문화재를 돌려받고 연구와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일은 그 다음이다. 그리고 문화재의 보편적 가치를 주장하고 옮겨온 지 오래되었기에 귀화 문화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환수를 요구하는 유물들이 모두 약탈 또는 불법적 경로로 유출된 문화재라는 사실을 망각한게 아닐까 싶다. 강제로 약탈한 유물은 보편성을 논할 수 없으며 귀화 될 수도 없다. 도둑이 자신에게 훔친 물건을 들고 다니며 이것은 우리 모두의 공공재산이다 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는듯하다.
이외에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 나오기도 한다.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몇 년 전 MBC에서 약탈 문화재 환수를 목적으로 위대한 유산 74434 라는 제목을 걸고 프로그램을 진행시킨 일이 있었다. 환수 운동이 진행되던 당시 “일본과 관련된 자신들의 연구에 방해가 된다”,”문화재 구입은 전문가의 몫이니 시민단체와 방송사는 나서지 말라”는 이유로 운동 중지를 요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와 같은 경우가 한 번 더 있었다.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받기 위해 대등한 가치의 고서를 같은 기간 동안 맞교환 하자는 제안이 나왔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괴범에게 유괴된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다른 아이를 주는 꼴” 이라며 반발했다.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문화재를 찾아오는데 우리 것을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자식을 돈으로 계산할 수 없듯이 선조들의 얼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고 아이를 기르는 일만큼이나 조상의 유산을 후세에 제대로 전달하는 일은 중요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이를 납치한 유괴범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민족의 정신을 짓밟고 문화재를 약탈해 간 과거 제국주의 열강들은 서로 닮은꼴이다.
 
오타니 컬렉션의 대한 반환 문제도 고민해야할 문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약탈 문화재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 관 중앙아시아실 코너에 전시돼 있는 오타니 콜렉션에 대해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본이 약탈하고 한국에 남겨둔 이 유물들은 석굴에서 절취한 벽화 등의 종교미술과 고분 발굴품 그리고 토기, 인형, 연장 등의 생활용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작은 벽화 파편들까지 합쳐 1500여 점에 이른다. 오타니 콜렉션은 문화재 약탈 피해국임에도 약탈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문화재 환수 운동을 시작하려면 먼저 오타니 콜렉션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유물들이 야만적인 문명파괴 행위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다 약탈 문화재가 확실하기에 요구가 있다면 당연히 곧바로 돌려주어야 한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중앙아시아 유물들의 주인을 굳이 따지자면 중국 정부라기보다는 위구르 족이라는 사실이다. 위구르족은 아직도 독립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이다. 위구르 족의 독립 열기가 식지 않은 상황에서 만약 중국 정부에 유물을 돌려주게 된다면 프랑스가 일제에 외규장각 도서를 돌려주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위구르 족이 독립을 한 이후 중국이 오타니 콜렉션을 순순히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기에 지금의 경우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말하지 못한 선결 과제들도 다수 존재한다. 유출 문화재의 정확한 수량을 파악해야 하고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 질 필요도 있다. 아직 남은 길은 멀고 험난하다. 이 어려운 길을 계속 걸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