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던 중 한 가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바로 정가 5900원짜리 책이었다. 그 책은 고시바 마사토시의 <도쿄대 꼴찌의 청춘 특강>으로 출판사 더 스타일의 ‘59클래식Book!’ 시리즈 중 한 권 이었다. 더 스타일의 ’59클래식Book!’시리즈는 1만원 초반에서 2만원 대에 형성되어 있는 책 시장 가격보다 훨씬 싼 5900원이라는 가격으로 출판되는데, 모토는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이다.

그 동안에도 저가 책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대부분 가볍게 읽을만한 것들이었음을 고려하면, ‘59클래식Book!’시리즈는 이순원 작가의<은비령>, <라틴여성작가 대표 소설선>, 국화꽃 향기로 유명한 김하인 작가의 <내 아버지, 그 남자> 등 유명한 저자들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격과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향을 일부 출판사나 저자들은 이미 형성된 도서 가격을 흔든다며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한다.(한국일보 4.2.일자 기사 인용)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 라는 모토로 5900원이라는 가격에 책을 출판한 더 스타일스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책 값 비싸, 마이 비싸



“한국 와서 한국 책 많이 사가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중국인 학생 우모(24)양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중국대학에서 한국어 과를 나온 덕분에 한국어 실력도 수준 급인 우모양은 “중국에서 평소 구하기 힘들었던 한국 책들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서 한국 책들을 많이 사고 싶었는데 가격이 비싸 선뜻 살 수가 없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은 페이퍼백이 시중에 많이 출판돼 있어 책 값이 싼 편이며, 한국의 책 가격은  중국의 페이퍼백 판과 비교해 두 세배 정도 비싸다고 한다. 책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건 우 모양 뿐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성균관 대학교 도서관 로비에서 3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 결과, 모든 학생들이 입을 모아 책 값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책 값 때문에 베스트 셀러나 좋아하는 작가들 책 아니면 책을 잘 사 읽지 않고, 대부분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반값 책 시장 형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에게 조사해본 결과, 그들 대부분이 저가 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조사의 중립성을 위해 특정한 책을 언급 하지 않고, 반값 책 혹은 페이퍼백 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  “육, 칠 천원 정도면 커피 한 잔이나 밥 한 끼 가격인데, 그런데다가 내용도 괜찮으면 사죠.” 혹은 “사실 소설류의 경우엔 한 번 읽고 다시 읽기가 힘들어 잘 안 사는 편이었는데, 외국처럼 페이퍼백 버전이 출간 된 다면, 아무래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저가 책 시장, 다양한 장르의 책을 위한 활로가 될 수도 있다



 저가 책 시장의 형성은 정말로 출판계에 많은 부담이 될까? 하드커버로 출판되는 시중 책들은 높은 인쇄 비용이 든다.그래서 많은 출판사들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책을 출판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책을 수익만을 위해서 출판할 수 만은 없는 법.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출판하다 보면, 그 만큼 판매저조로 손실을 보는 책들이 많아진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작가들이나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적은 인문 교양 류의 책들, 추리나 SF같은 장르 소설들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 하고 높은 수익을 올리기 힘든 분야이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신인 작가들의 첫 번째 책이나 장르 문학작품들은 매스마켓 페이퍼 북으로 출판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작가들의 출판계 진입 문턱이 쉬워지고, 출판사 역시 혹시 모르는 손해에 대비할 수 있으며 독자들도 부담 없이 책을 사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도 원가를 줄이면서 더 많은 독자들을 모으기 위한 정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잡지계의 미니북 출판이다. 독자 층이 넓지 않은 잡지계의 경우, 부록과 크기를 줄이고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읽을 수 있는 미니북, 핸디북으로 평소 커다란 잡지를 부담스러워 하던 일반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두산 매거진의 보그걸이나 GQ매거진의 경우 보통 가격 보다 1~2천원 더 저렴한 핸디북이 발행되고 있고, 중앙 M&B의 슈어 매거진 역시 핸디북을 동시에 발행하고 있다. 이들 핸디북의 가격은 약 4500~5500원 사이. 평소 잡지를 잘 읽지 않은 독자들도 호기심에 한 번 사 볼 만큼 부담 없는 가격이다.


 


비록 페이퍼백이지만, 멋진 디자인과 탄탄한 내용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Penguin classics









이제 책 장려 운동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패드, 갤럭시 노트, 킨들, 비스켓 등 E-book전용 단말기가 대두되면서 종이 책의 위상이 전보다 약화되었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독서 인구가 적고, 책 판매가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치중되어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1만원에서 2만원 대의 질 좋은 하드커버 책들만 고집하는 것은 책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독서하는 인구 또한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질은 떨어질 지 모르나 가볍고 부담 없는 문고본이나 페이퍼백 버전의 책들은 대중들에게 독서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책들이 염가로 판매 될 순 없다. 컬러 인쇄가 불가피한 경우라던가 전공 책, 작가의 반대 등이 이유가 될 경우 저가로 판매되기 힘들다. 하지만 신인 작가들의 책이나 고전 같은 경우에는 저가로 판매될 경우, 오히려 매출에 큰 활력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2900원에 5000부 한정 판매 한 <올재 클래식스>시리즈는 발매 이틀 만에 전 권이 품절되었다(한국 일보 기사 인용). 최치원의 <고운집>, 플라톤의 <국가>등과 같이 고전이나 대중들이 쉽게 사서 읽지 못하는 인문 고전인데다 그 품질과 번역이 탄탄하여 독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평가이다.




 E-book, 파워 블로거의 대두로 여러 매체에서 ‘종이 책의 종말’을 제기하고 있고, 실제 출판시장에서도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 치솟는 물가 때문에 민심이 힘들고 고단한 이 때, 단순히 대중들에게 책을 많이 읽자는 ‘책책책’ 운동 만으로는 책 판매를 늘릴 수 없다. 그러니 페이퍼백 출판이 증가하여 저가 책 시장이 형성되면, 얼어붙어 있던 책 소비 심리도 스르르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영미 고전 소설을 페이퍼백으로 출판하는 Penguin books의 경우를 보라. 비록 종이 질은 떨어 질지라도, 특유의 분위기와 세련된 책 디자인,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지 않았나. 


** 페이퍼백(Paperback) : 책 표지를 종이 한장으로 장정한 포켓판 도서. 대중보급용 형태의 책으로 일반 단행본보다 작고 보통 30∼40% 정도 책값이 싼 게 특징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대중화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문고본을 대신해 페이퍼 백 형태의 책이 출간되고 있다.(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 매스 마켓 페이퍼백(Mass Market Paperback): 작고, 삽화가 들어 있지 않으며, 싼 가격으로 제본 된 책. 대체로 하드커버 판이 출판 된 이후에 출판된다. 장르 문학이나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 주로 이 버전으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다.(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