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동반성장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특히 대한민국은 소위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이 업종에 개의치 않고 마구잡이로 발을 뻗은 탓에 대기업·중소기업 간의 상생이야말로 동반성장 어젠다의 핵심처럼 여겨진다. 무조건적인 경쟁의 길만을 추구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전 계급과 단체에 진심으로 퍼진 것인지, 99% 대중의 분노가 두려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장논리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던 대표적인 언론사 조선일보마저도 동반성장과 상생을 논하기 시작했다. 최근 1년간 조선일보가 자본주의 4.0’으로 대표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 무한경쟁에 대해 다각도로 비판한 기획기사들은 오히려 진보언론의 그것을 능가하는 양질의 콘텐츠였다.


그런 조선일보가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 재벌 빵집 사업과 관련하여 손을 들어준 쪽은 당연히 영세상인일 터. 실제로 2012118일자 조선일보는 재벌 딸들 빵집 경쟁, 이러다 무슨 큰 벌() 받으려고라는 사설을 게재했다. 호전적 기운이 물씬 풍기는 제목에서부터 예상되듯, 재벌에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제빵 사업인데 얼마나 돈벌이를 하겠다고 서민 피고름을 짜냐는 내용이다. 이어 다음날 종합 8면에서는 [기자수첩]에서 베이커리 포숑을 운영하는 롯데 3세가를 한껏 조롱하며 기업가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는 멘트까지 날렸다. 2010년 롯데마트의 통 큰 치킨 판매 때만 해도 소비자의 권리를 더 큰 가치로 내세우면서 더 나은 서비스와 가격을 위해서라면 대기업이 공세를 펴는 것도 나쁠 게 없다던 태도와는 크게 달라졌다.


1월 18일 조선일보 사설
 


이렇게 밉상 조선의 주적(主敵)과도 같았던 기득권 비호 성향을 벗어던지나 싶었는데, 독자들을 갸우뚱하게 할 만한 일이 생겼다. 314일자로 프랜차이즈 섹션을 발행한 것이다. 제목 그대로 프랜차이즈에 관한 모든 정보가 실린 섹션지로서, 요즘 뜨는 프랜차이즈, 가맹 정보, 프랜차이즈로 성공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물론 이 섹션지에 도배된 광고는 모두 프랜차이즈에 관한 홍보다. 
 
그러니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과 기득권을 손에 쥐고 영세 상인들의 골목상권마저 접수하려 든다며 비난했지만 꼭 삼성, 롯데, 현대 같은 재벌이 뒤에 있어야만 영세 상인들이 죽어나는 것일까. 실제로 우리 골목 곳곳을 침투한 건 계열사 유통마트와 백화점에 입점 돼 있는 재벌 빵집보다 바로 집 앞에, 옆에 위치한 파리 바게트, 던킨 도너츠가 아니던가. 즉 이들을 소유한 SPC가 삼성, 롯데, 현대 같은 재벌에 비할 바는 못 돼도, 골목상권에 있어서만큼은 재벌을 능가하는 거대공룡이라는 뜻이다. 조선일보도 118일 사설에서 동네 빵집의 몰락을 몰고 온 가장 큰 요인은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라고 명시했다.


베이커리 업계뿐만 아니다. 재벌들이 주로 손 댄 사업이 그 쪽이라, 영세 소상인의 몰락 이슈 또한 빵집 쪽으로 특히 집중된 감이 있는데, 치킨, 피자, 일반 음식점 등 어떤 외식 업종이라도 프랜차이즈가 상권 곳곳을 장악한다는 것은 결국 지분을 과점하는 포식자가 등장했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의 브랜드파워가 견고해질수록 업계의 고급화, 대형화 바람은 세질 것이고 이 때문에 창업비용 또한 상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신뢰도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인들은 창업 시, 상당수가 안전방편으로 이미 기반을 닦아놓은 프랜차이즈 호에 탑승하려 한다. 그러다보면 거대 프랜차이즈 업체가 가맹점주에게 각종 비용을 떠넘기며 갑으로서의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부당한 상하구조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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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동반성장을 논하며 대기업 중소기업 간 상하구조도 다뤘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상하관계가 저들 기업 사이와 무엇이 다른가. 동반성장 논의의 뿌리, 그것은 소수의 특정기업이 지나치게 비대화 되면서 필연적으로 아래에 을 거느리게 되는 수직적 사회 구조였다. 따라서 상생은 곧 수평 구조의 정착을 뜻하기도 한다. 그러니, 조선일보는 프랜차이즈보다 기발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자신의 사업을 꾸리라고 독자들에게 조언했어야 옳다. 프랜차이즈 확장이라는 것 자체가 세 불리기, 또 다른 거대 기업의 출현, 상하구조의 확산과 진 배 없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동반성장과 대기업의 골목 상권 진출 철폐를 부르짖으면서 한 편으론 프랜차이즈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대한 조선일보사의 입장을 요구했으나, “독자의 의견은 전달했지만 일일이 해명하지는 않는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조선일보가 일관된 입장을 지키기 어려운 내막이 있을 지도 모른다
. 대기업이 골목상권마저 잠식하는 불의를 언론사의 책임감으로 보도하긴 했지만 결국 거액의 광고비를 위해서, 프랜차이즈를 홍보하는 글을 실을 수밖에 없는 현실 말이다. 경언유착, 그를 넘어선 경언종속은 언론사가 쉽사리 풀 수 없는 숙제다. 그러나 현실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조선일보는 자기모순적 보도를 했고 독자들이 조선일보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했다. 그래도 언론사라면 타협을 거부할 용기 정도는 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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