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시 한반도에 전운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북은 23일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며 대남 무력 도발을 예고했다. 북한이 한반도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데서 걱정을 낳는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행동소조는 이날 “이명박 쥐XX무리들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며 비속어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의 위협 발언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 식의 방법” 등으로 구체적이라는 것도 이전과 다른 부분이다. ‘서울 불바다’ 발언보다 수위를 높인 셈이다.
여기엔 우리 군과 정부의 책임도 있다. 군은 그동안 군사기밀로 해왔던 미사일 2종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북한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군비 경쟁을 벌여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치킨게임’에 동참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의 ‘젊은 지도자’가 농지개혁을 하면 2∼3년 안에 쌀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해 북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 이 대통령의 말은 광명성3호의 발사 실패로 내부 단속에 집중해야 하는 북한에 대한 체제간섭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특히 ‘지도자’를 언급하면서 안 그래도 갈등의 골이 깊은 북한과의 사이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3대 세습으로 약해진 결속력을 다져야 하는 북한에 오히려 도움을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적 불찰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의 위협은 정당하지 못하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이용하지 못하면서 ‘젊은 지도자’의 외교적 역량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선거를 앞둔 한‧미 양국 정부는 정권 재창출과 재선을 위해 어떻게든 북한에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에 영양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북한은 광명성3호를 발사하며 미국과의 합의를 깨뜨렸다. 합의 파기가 가져올 더 큰 문제는 국제적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마지막 우방인 중국마저 북한에 등을 돌려 자제하라 요구하며 유엔 성명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금보다 심한 국제적 고립을 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에서 멀어지는 건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인민들에게는 비극과도 같다. 북한의 잠재적 식량 생산량으로는 기근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며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식량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체제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물론 한‧미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마저 하지 않는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에 퍼준 돈으로 미사일을 만들지 않았느냐’는 말에 긴장하지 않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고난의 행군’이 끝나지 않는 데에는 북한 자신들의 책임이 크다는 얘기다. 이제는 알을 깨고 나올 때가 아닐까. 부화되지 않은 알은 썩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