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교양과목 중 하나인 ‘의사소통 기법’, 발표를 좋아하고 또 배우고 싶은 다양한 학생들이 신청하는 강의다. 그러나  첫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실망스런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80명이 넘는 수업인원과 이에 따른 강의계획서가 학생들의 기대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첫 3주간 이론 수업이 진행된다. ‘스피치의 이론’과 ‘토론의 이론’으로 구성된 이 수업은 발표의 의미, 방법 등을 설명한다. 이후 4주차부터 본격적으로 학생들의 발표가 시작된다. 한 조에 네 명으로 구성되어 하루에 두 조씩, 즉 여덟 명이 각자 5분간 자유주제로 발표하는 것이다. 이렇게 9주차까지 스피치수업이 진행되고 10주차부터 학기 마지막 주 까지는 조 대항으로 토론수업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1, 2조가 한 주제에 대해 찬반으로 토론하는 것이다. 이후 각자의 스피치 점수는 중간고사 성적, 토론 점수는 기말고사 성적으로 대체된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없어 보이지만 이 강의엔 많은 문제가 있다. 학생들은 첫 3주간 진행되는 이론 수업 외엔 학기 내내 다른 학생들의 말만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피치’수업이 아닌 ‘경청’수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경청’도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자기 차례에 한 번 하는 스피치 5분, 토론 30분을 위해 계속해서 듣기만 하는 수업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러한 ‘대형강의’의 문제는 건국대 상경대학에서도 발생했다. ‘경제학 원론’은 수강인원이 100명을 넘어 중간 줄부터는 교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칠판으로 진행하는 수업 때문에 앞자리에 앉지 못한 학생은 필기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교수와 학생간의 쌍방향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 대형 강의는 이를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국대 상경학부에 재학 중인 이영우(20)씨는 “가끔 수업이 불편할 때가 있어요. 상경계열에 인원이 많아선지 뒤에 앉으면 필기하기가 어렵거든요. 또 교수님 시야에서 멀어지다보니 앞에 앉을 때보다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두 학교의 사례에서 볼 때 대형 강의는 수업 참여를 저하시킨다고 볼 수 있다. 수강인원이 많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다양한 토론과 스피치 기회를 잃고 수업에 집중하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형 강의 수업의 질에 관해 중앙대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고부응 교수는 “대형 강의는 주입식 교육이 되기 쉬우며 이는 교육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소규모 강의에서 가능한 자유로운 토론, 과제물에 대한 교수의 첨삭지도, 강의실 밖에서의 교수와 학생간의 교류 등이 대형 강의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지요. 대학 교육이 지식의 주입을 넘어 학생 개개인의 지성의 연마와 창의력의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대형 강의에서는 그러한 대학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MIT(메사추세츠공대)의 역학 강의는 우리나라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 한 강의실에서 300명의 학생을 수업 듣게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2008년부터는 첨단 강의실을 마련해 수강인원을 최대 80여 명으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교수의 일방적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수업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이를 좋은 예시로 삼아 대형 강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진정한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