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주거문제 해결 워크샵’이 진행되었던 홍익대학교 가람홀, 2시간동안 대학생들과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박원순 시장이 450명의 대학생 앞에서 정중히 사과를 했다. 시장으로서, 또 기성세대로서,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서울에 와서 나도 잘 때가 없어서 독서실에서 3달간 양말도 안 벗은 채 살았다. 그런데 그 때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아직도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너무나 죄송한 일이다. 기성세대를 대표해서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는 동시에 “정책의 방향은 미래에 가 있어야 한다. 기성세대가 힘들더라도 미래세대가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는게 중요하다.”며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시장님 우리 이야기 좀 들어줘요!” 대학생들의 목소리

3일 2시부터 4시까지 열린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 워크샵’은 서강대, 연세대, 홍익대 세 대학의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번 행사는 대학생들만의 행사가 아닌, 행정부처 관계자, 서울시 공무원, 대학 교수, 서울시장까지 함께 하며 실제 정책을 만들고, 그것을 추진하는 실무자들에게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뜻 깊었다.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가람홀이 꽉 차 있는 것을 보니, 박원순 시장의 인기와 더불어, ‘대학생 주거문제’에 대한 대학생들 스스로의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박원순 시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워크샵은 바로 주거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세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어졌다.

연세대 박해수(토목환경학과 11) 학생은 수도권인 수원에 살지만 왕복시간이 4시간이 걸려서 어쩔수 없이 하숙을 하게 된 경우였다. 그는 “하숙집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객관적 정보가 한정적이고, 가격 결정을 집 주인 혼자 한다. 심지어 막상 하숙집에 들어가니 처음에 말했던 것보다 가격을 올려 받으려고 해서, 부모님과 같이 갔더니 오히려 처음에 제시한 것보다 더 싸게 해줬던 일도 있었다.”며 지금과 같은 주거 시스템에선 학생들이 피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박아영 (도예과 09 )학생은 “2년동안 자취를 하면서 4번 이사를 갔다. 처음 살던 곳에서 살면 지방에서 우리 가족 세 식구가 사는것 보다 더 돈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집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반지하에, 여태것 살아온 방 중 가장 좁은곳에 살고 있다.”며 대학생들이 자취방을 구할 때 생기는 경제적인 문제를 이야기 했다.

서강대 박준석 (사회과학대 12학번) 학생은 “등록금 400에, 6개월 동안 살 집을 구하려면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다. 거주비용까지 부모님이 부담하시니 비싼 방을 구할 수는 없어서, 잠만 자면 되겠다 해서 고시원을 구했다.”고 말한 뒤 “고시원은 방에서 팔을 뻗고 돌리면 팔이 걸린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답답하고 압박 받는 느낌이 들고, 게다가 창문도 없어서 햇빛도 안들어온다. 그리고 통화하는 내용이 다 들리고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소리 다 들린 정도로 방음이 안 된다. 집이 도서관 독서실 같고 제대로 된휴식을 취하기 힘들다.”며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과, 그 속에서 사는 비애를 이야기했다.

일반 학우들의 실제 경험담을 들은 뒤에는, 세 개 학교 총학생회장들의 정책 제안이 이어졌다. 연세대 김삼열 총학생회장은 ‘수용자 중심의 주거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자고 제안 했고, 홍익대 이웅재 총학생회장은 사회 공헌 시스템이나, 문화예술 지원사업과 연결된 새로운 주거모델을 창출하자고 말했다. 서강대 고명우 총학생회장은 부족한 기숙사를 늘릴 방법을 제안하고, 민자 기숙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주거 정책 개선과 기숙사 확보가 중요

이어진 자유발언에서는 주최측의 의견이 아닌, 일반인들과, 오늘 함께 참여한 학교 관계자, 행정부처 공무원들의 주거문제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홍대 대학원생 장국범씨는 “학부생 때 쓰던 홍대 기숙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비좁고 낙후되었지만, 그래도 학우들은 ‘싸니까’ 들어가고 싶어했다. 그러나 민자 기숙사가 들어오면 어떻게든 기숙사를 통해 이익을 얻어야하므로 45만원 정도의 원룸방값수준으로 책정이 된다. 민자 사업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자본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주거모임 ‘민달팽이 유니온’에 소속 된 연세대 장시원(사회복지학) 학생은 “지금 대학가에 생기는 ‘도시형 생활주택’ 은 소형주택이지만, 필요 이상으로 잘 지어졌고, 너무 비싸기 때문에 막상 학생들이 들어가긴 힘들다. 실제로 그 곳에 살아야 될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현재 주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주거를 시장의 영역이 아니라 인간이 최소한, 기본적으로 누려야할 복지의 영역으로 봐 달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은 패널들은 주거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병수 연세대학교 학생복지처장(교수)은 “기숙사를 지으려고 해도 학교는 가용 면적이 별로 없다. 기숙사 면적을 많이 확충하고 싶어도 용도 제한 때문에 문제다. 서울시의 건축 규제완화가 필요하며, 저금리에 대출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건축기금을 마련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조일환 교육시설담당관은 “민자 기숙사는 앞으로 거의 없을 것이며, 대학 연합 기숙사를 고민하고 있다. 국토부와 논의해야 되지만, 사용하지 않는 국공유지에 지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도시계획에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여상범 주택정책부장은 “학생들이 쓸 수 있도록,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소형주택 확보을 많이 하기 위해, 용적률을 높여서 건물을 짓게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주택 양이 충분하지 않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체 공익에도 부합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을 마련해보려고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한 살 터울의 자식 두 명을 전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보냈다면서, 이번 워크샵 때문에 서울로 올라왔다던 목포에서 온 50대 여성 학부모도 있었다. 그는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 단순히 기숙사 문제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를 책임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기 때문에 이것은 대한민국의 전체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것으로 봐서는 앞으로 주거 문제 해결에 희망이 있다.”며  앞으로의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으면…
 

2시간이 넘는 행사에도 대학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열심히 워크샵을 경청하고, 또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도 했다. 자신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오늘 행사를 주최한 서강대 고명우 총학생회장에게 어떻게 워크샵을 열 수 있었는지 물어보니 “세 개 대학 모두 주거 문제 공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서울시에 워크샵 제안서를 냈는데 긍정적으로 응해주시는 것 같았고, 예상치도 못하게 시장님까지 오시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한 “시간이 너무 짧아서 심도있는 토론을 못해서 아쉽지만, 이런 자리가 한 번 더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다음에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나타냈다.

홍익대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박소영씨도 “나 역시 학교 앞에 살아서 관심 있게 들었고,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워크샵이 매우 유익했으며, 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됐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연세대 총학생회의 정책 제안


‘수용자 중심의 주거 정보 시스템 구축’


※현재 문제점

1.정보 비대칭- 공급자가 (하숙집·자취방 주인 등)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다.

2.탐색비용- 연세대학교 학생 1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집을 구하는데 대체로 5번~6번 정도 집을 둘러보는 학생이 가장 많았다. 그 이상은 탐색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어서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3.가격답합- 공급자끼리는 다음 학기에는 일괄적으로 5만원을 올려서 공급하자는 식의 가격 담합을 한다. 학생들의 수요는 개인화, 파편화 되는 반면, 공급자는 조직적으로 행동한다.

4.기존 데이터베이스 문제- 하숙, 자취, 원룸 주택 정보의 경우 틀린 정보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가는 정보는 필연적으로 집주인에게 커미션을 받으므로 안 좋은 정보를 올릴수가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정보는 상호비교가 불가능하며 정보의 양이 적고,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정보는 공평하게, 정보탐색은 쉽게, 가격담합은 공개하고, 조직적으로 수요자들이 움직여야 한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 된 주거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래서 ‘주거정보 조사단’이 필요하다. 체계적이고 객관화시킨, 그리고 대량화된 주거 정보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연세대에서는 이미 2012년 겨울 2주동안 시범적으로 ‘주거정보 조사단’을 실시했다. 앞으로도 이것이 성공적으로 실시된다면, 학생들의 주거정보접근을 용이하게 하면서, 임대료 안정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홍익대 총학생회의 정책 제안
 

‘새로운 대학생 주거 모델 제시’

1.‘24.4% ’주거문제나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비율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위해 사용되는 노동력을 사회공헌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동행프로젝트 같이, 동생들의 학습 활동을 도와주거나 예체능 활동을 도와주는 도우미 활동을 하는 부분에, 새로운 주거모델 형태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2. 기업에서는 산업 및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메세나’를 추구하고 있다. 그 부분과 주거 기능을 결합하는 것이다. 일례로 ‘난지 창작 스튜디오’라는 곳은 작업실을 작가들에게 지원고, 실제로 레지던스 형태까지 갖추고 있다. 굳이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할 수 있다. 상상마당같이 KT&G에서 예술가들에게 작업실이나 공연할 곳을 제공해주는 곳에서, 주거 기능까지 제공한다면, 그것이 새로운 주거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 총학생회의 정책 제안


‘기숙사 문제 해결’


1.문제점

(1)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수도권 소재 대학 내 타 지역출신=전체 학생의 38%

현재 우리나라 기숙사 수용률= 전체 학생의 20% 미만

주요대학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기숙사 수용률= 15%대, 그러나 사실은 의치대 전용 기숙사를 제외하면 10% 미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90% 이상이 자체적으로 집을 구해야 한다.
 

(2)규제 없는 민자 기숙사

2000년대 중반부터 민자 기숙사가 지어지기 시작했고, 기숙사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되었다. 대표적인 민자 기숙사 서강대와 건국대는 식비를 포함해서 한 달 주거비가 45만원 정도다. 주변지역 하숙비보다도 더 비싸다. 그리고 유독 기숙사비만은 학교에서 독자적으로 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등록금심의위원회와 같이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학교, 학생, 사업자가 같이 모인 곳에서 기숙사비를 책정해야 한다.
 

2.해결방안

마포구와 서대문구 학교근처 재개발 시 ‘대학생주거부지 비용’ 부담을 의무화하여 1인가구 주택, 유스하우징, 대학생기숙사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숙사 부지마련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나, 현재 지방으로 이전계획이 있는 공공기관 부지만 1.027이 있다. (종전 부동산) 그 땅을 국가에서 매각을 하려고 준비 중이며, 부지가 저렴한 감정가액으로 나오고 있다. 마포구에만 3개가 있는데, 이런 부지를 서울시나 대학에서 일정부분 분담하여 매입을 하고, 서울시와 학교가 연계해서 한국 학술 진흥 재단 등의 융자를 받아 기숙사를 짓는 방안이 있다. 또는 sh공사에서 임대주택 사업을 할 수 있다.

서울시내 버스 종점지역에는 건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입을 하기가 쉽고 땅값도 싸다. 시내버스 종점 근처에 연합 기숙사를 짓고, 시내버스 노선 조정을 통해 각 학교의 학생들이 편리하게 학교를 오고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