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카이스트에 다니는 김아무개씨(23)가 15층 기숙사 난간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김씨의 기숙사 책상에는 가족에게 남기는 메모가 있었다. 메모에는 “눈물만 흐른다. 열정이 사라졌다. 전에는 무슨 일을 해도 즐거웠는데, 요즘 열정을 내보려 해도 순수성이 사라져 힘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엄마, 아빠, 동생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미 지난해 4명의 학생이 잇달아 자살해 큰 충격을 겪은 카이스트는 이번사건으로 또 다시 슬픔에 빠졌다. 거듭된 자살의 원인을 밝혀 내적 제도개선을 단행했다던 카이스트는 정말 그 목표를 이루어 냈을까?
 


제도개선 얼마나?
카이스트는 지난해 4명의 학생이 잇달아 자살한 사건으로, 징벌적 수업료 폐지 등 학생사이의 경쟁을 완화 하고자 여러 제도개혁이 취해진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김씨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생의 자살이라는 특수한 사건이 유독 카이스트 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정말 제도 개혁이 확실히 시행되었는가? 
 
카이스트 교수 김진형씨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작년에 이런 사고가 난 다음에 교수, 학생들이 모두 모여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을 만들고 이러이러한 식으로 하면 좋겠다. 하고 스물 몇 가지의 대책을 만들어서 학교 측에 시행을 해라. 라고 이렇게 제시를 했어요. 학교에서도 시행을 하겠다. 라고 약속을 했는데 실질적으로 잘 실행이 안 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카이스트는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제도적 교육개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이 카이스트의 교육개혁을 막고 있는 것일까?  

서남표 총장식 교육
카이스트의 대다수의 교수들은 지금의 교육방법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스스로 시인한다. 하지만 총장 서남표와 보직교수들은 그들과 생각을 달리한다. 
 
교수 김진형씨는 “서남표 총장으로 대표자나 보직자들은 나름대로 개혁이니 이런 식의 것들을 하는 것이 후퇴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 비상위원회에서 요구한 것이 개혁의 조류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실행이 안 되고 있고, 서남표 총장이 강한 훈련을 시켜야 된다라는 그런 생각으로 공부 안 하면 등록금 내라. 성적이 나쁜 애들한테 왜 국가에서 장학금을 주냐.. 이런 식의 정책으로 학생들을 굉장히 몰아붙였죠.”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서남표 총장의 교육철학은 카이스트 학생들의 경쟁완화와 같은 교육개혁에 소극적인 자세를 지니게 했다. 이에 반발한 교수들과 학생들은 총장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총장은 대화에 전혀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총장과 교육개혁에 소극적인 카이스트의 자세에 또 다른 비극이 생기지 않을 것 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처 : 한겨례)


벼랑 끝에 내몰린 학생들

카이스트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알고 있는 이공계열 최고의 대학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카이스트의 위상이 무색하게 재학생들의 자살률이 높은 대학으로도 손꼽힌다. 카이스트 내부의 소모적 경쟁은 학생들을 지치게 하고 그들을 자살까지 내몰게 한다. 학교측은 지난20일, 김씨의 자살사건으로 이날을 추모의 날로 정하고 휴강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을 학교측은 추모만으로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그의 저서 자살론에서 “자살은 엄연히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한바 있다. 카이스트는 스스로의 내부적 모순을 인정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 총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총장은 자신의 교육철학을 고집하기 보다는 학생과 교수의 의견을 듣고 그들과 소통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카이스트의 수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재능을 유감없이 그리고 행복하게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