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굶주렸던 하이에나처럼 맹렬하게 공격한다.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는 필사의 노력이 보인다. 조선일보의 이런 모습, 오랜만이다.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사태에 조선일보는 신이 난 모습이다. 조중동 중에 가장 통합진보당 관련 기사를 많이 내고 있으며, 자극적인 제목을 짓는 것은 물론, 의혹을 사실인양 말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이번 경선 부정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북한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통합진보당의 종북적 색채와  경선 부정을 이상하게 엮고 있다. 조선일보의 특기인 색깔론이 시작된 것이다. 

ⓒ 조선닷컴

5월 7일자 <낯선, 국민에게 너무 낯선 진보당 장악세력>이라는 기사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운영위원회들이 운영위원증을 들어 투표를 하는 것이나, 특정 인사가 발언할 때 지지자들이 박수를 쳐주는데, 그 모양새가 북한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영위원회에서는 운영위원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운영위원증을 드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세계 모의 유엔’과 같이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국가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거수를 한다. 그렇다면 ‘세계 모의 유엔’이 북한을 따라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지지하는 정치인이 발언할 때 박수를 치는 건 통합진보당만이 아닐 것이다.

모의 유엔 현장, 각 국가의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다.

이렇듯 ‘선거 부정’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킨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 5월 7일자 <김재연 남편 최호현, 국보법 위반으로 유죄판결 받아>라는 기사는 제목 그대로 김재연 후보에게 색깔을 입히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5월 8일자 <NL식 감상주의>라는 칼럼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노 전대통령을 언급한 것을 빗대어, NL식 감성이라고 깎아내렸다. 5월 8일 자 <‘진보당 핵심 이석기, 그 뒤에 진짜 배후 있다>에서는 경기동부가 거대한 지하 암흑세력인 양 숨은 실세로 여러 인물들을 지목했다. 경선 부정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자체를 파헤치는 ‘의도적인’ 기사가 더 많아 보인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의혹도 마구 던진다. 5월 4일자 <진보당 비례대표 2번 ‘당권파’ 이석기… 유시민에 ‘당권 줄테니… 거래 제안>이라는 기사에서는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석기 당선자가 유시민 대표에서 뒷거래를 제안했다고 보도한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의혹일 뿐이다. 하지만 그 날 사설에서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유시민 공동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줄 테니 이 정도로 넘어가자며 사태 무마를 시도했다고 한다.”고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이석기 당선자는 <한겨레>인터뷰에서 유시민 대표에게 거래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예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5월 9일에는 <국민 세금 300억 받는 진보당…> 기사와 <이런 진보당이 ‘進步’라면 세계가 웃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에 걸쳐,“비민주적인 정당은 국고보조금을 끊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사설에서는 “이런 정당은 사라져 주는 것이 한국 진보의 내일을 위해 더 좋을 것이다.”라며 혐오감마저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은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경선 부정을 자행했 사람들은 진보정당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으며, 경선에 참여했던 비례대표는 책임을 지고 모두 당직이나 공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비판은 경선 부정 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통합진보당의 경선 부정이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종북 세력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호도하며, 교묘하게 ‘진보세력 =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진보세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통합진보당 또는 진보신당 내의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진보세력에게도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경선 부정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는 당권파의 모습은,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줘왔던 패권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그들의 종북적 성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기 힘들다. 지금 비판해야 할 것은 당권파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고 말그대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부분이지, 결코 그들의 국가보안법 위반 경력이나, 북한에 대한 시각이 아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진보세력을 깎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스로 정론지의 자존심을 버리고, 선동 유인물이나 만드려고 하는 행태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