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이 무섭다. 10년 전만 해도 소설 책 한권은 대개 만 원 이하의 가격으로도 무난하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 2011년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정도가 정가 일만 원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고 대부분의 300 쪽 내외 분량 소설은 12000원에서 13000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자세한 확인을 위해 2000년부터 2011년도까지의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자료를 살펴보자아래 표를 보면 12년 간 책값 상승률은 무려 89%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출처 통계청]42% 상승한 것을 감안할 때,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통계자료는 교보문고 홈페이지, 년도별 베스트셀러 목록 1위부터 10위까지 도서를 기준으로 작성한 것이며, 해당년도에 해커스 토익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을 경우, 도서의 특수성 때문에 책값과 페이지 수 계산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렇듯, 책값이 눈에 띄게 오른 이유에 대해 출판사 황금가지 편집부 관계자는 “10년 동안 인건비도 오르고 특히 종이값이 많이 올랐다. 무엇보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꽤 긴데,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심한 오름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 제지업계가 출판사에 종이값 7% 인상을 통보했다. 종이값은 인건비와 함께 도서가격에 가장 중대하게 반영되는 요소이고 종이값의 무려 80%를 차지하는 펄프 가격이 개도국의 수요 폭증으로 인해 오르는 한 책값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출판사가 주장하듯, 각종 원자재 값만이 책값 상승의 이유는 아니다. 바로 지난 10년간 출판된 책의 페이지수 역시 가격만큼이나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0년도 베스트셀러 상위 10 개 평균 페이지수는 234페이지였으나 2004300페이지를 돌파한 후 작년에는 무려 410페이지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황금가지는 출판경향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독자들이 책의 총체적인 디자인이나 미적 요소도 중요시하기 때문에, 과거 무조건 글자를 빽빽이 담았던 것과는 달리 편집이라든가 글 배치에 있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면 여백이 다소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대답했다. 또 다른 출판사 열린책들은 실제로 독자들 가운데서는 글자를 빽빽이 담으면 눈이 아프다고 글자 간격, 줄 간격을 여유 있게 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2002년과 2003년 사이 책값이 20%가까이 상승한 이유에 대해, 당시 언론에서는 2002년도를 기하여 온라인 서점이 대대적으로 활성화되자 출판계가 할인율을 감안하여 정가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종이값이 매년 크게 올랐기 때문에 도서가격 상승은 불가피했다고 반박했다.


지극히 소비자 중심적으로 생각한다면, 물가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오르는 책값이 야속하지만 사실 책 안 읽는 대한민국 국민이 도서 가격 오름세의 주범이다. 대한민국 출판계는 시장 자체가 워낙 작은데, 수많은 업체가 나눠먹으려니 외부에서 비용 충격이 일어나기라도 하면 즉각 소비자에게 가격을 떠넘겨야만 적자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없어서, 할 일이 많아서라는 이유에 불경기라는 것까지 추가하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래저래 독서하기가 힘든 환경 속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해도 독서는 진리다. 독서에 대해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필수 불가결한, 인류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의무라고 할 수 있기까지 한 일이다.


출판 시장을 확대하려면, 신간을 구입해서 읽는 게 가장 좋을 테지만 척박한 대한민국의 독서 풍토를 고려했을 때, 일단 독서자체를 생활화 하는 것부터 먼저 시작하는 게 방법이다. 도서관이나 헌책방, 또는 근처 서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돈이 오고 가지 않더라도 책이 돌고 도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소비행위를 통해 책이 거래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책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럽게 책 구매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출판사에서도 저가 도서라든지, 판형의 다양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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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도서업계는 기반조차 부실하기 때문에 충성스런 독자에게 더욱 수익을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독서광들은 책값이 오른다고 해도, 구매행위를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수 집단에 의존하는 가격구조가 어떻게 안정적일 수 있을까. 독서는 특수행위도, 사치행위도 아니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떠받쳐야 하는 시장인 것이다. 도서관에도, 책방에도 갈 시간이 없다면 책장 속에 방치해 둔 오래된 책이라도 펼쳐보자. 어떤 식으로든 우선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