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언론 장악’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다. 정부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친정부적인 언론을 새롭게 세우려는, 언로를 독점하려는 시도 말이다. 후보자 당시 측근이 ‘이미 포털(네이버)과 보수 언론은 모두 다 장악됐다’라는 말을 흘리면서 시작된 언론 장악 논란은 취임 후 KBS, YTN, MBC의 사장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하고, 친정부 ‘낙하산’ 인사를 앉히면서 본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KBS 시사투나잇, YTN 돌발영상 등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으로 호평을 얻었던 프로그램들이 모조리 폐지되기도 했다. 대기업,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참여를 허용한 미디어법과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에게만 길을 열어준 종편 선정에서는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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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경우 언론은 정부와의 관계에서 ‘감시견(watchdog)’의 역할을 수행한다. 남용되기 쉬운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것이 언론의 기본 기능이며, 언론은 정부와 비판적, 적대적 관계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 엘리트, 관행에 저항하기 위한 기제로써 언론의 공공성과 언론인의 전문인주의가 부각된다. 공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으로 언론의 감시견 기능을 보장하려는 시도도 수반된다. 반면, 언론이 정부와 집권당의 ‘애완견(pet dog)’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언론학 이론에서는 이러한 언론의 유형이 전체주의, 권위주의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일정 수준의 다원주의가 보장된 사회에서는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 언론의 실태는 냉철하게 말해 감시견보다는 애완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최근 5년 간, 정부 비판적인 기사 꼭지들이 방송 뉴스에서 잘려나가고 삭제되고 없었던 일처럼 되는 상황을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했다. 이 말인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언론인으로써의 최소한의 직업의식을 가진 언론인이라면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파업은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걸고, 한국 언론의 공공성, 공정성, 객관성을 지키고자 하는 숭고한 투쟁인 것이다. 이를 단순한 내부 갈등이나 권력 투쟁으로 축소하거나 폄하하여서는 곤란하다. 언론 장악이 가시화된 이후 몇 년 동안 손 놓고 보고만 있었다는 반성도 있었을 것이고, 정권 교체시기인 지금이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감각도 있었을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언론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자 증거다. MBC 김재철 사장도 KBS 김인규 사장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총선에서 승리한 집권당 새누리당은 물론, 총선 이후를 약속했던 야당도 총선 후폭풍 속에 언론사 파업을 돌볼 여력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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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집권당이 이미 나서서 ‘감시견’을 ‘애완견’으로 대체하려고 안달이 난 마당인데, 정부의 개입이 있다고 해서 언론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작금의 비참한 언론 현실이 정부 권력의 과도한 언론 개입이 빚어낸 결과 아니던가. 역설적으로 현 상황은 한국 언론과 그것을 둘러싼 법이 정치권력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오락가락 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공영방송’이라는 미명 하에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마음껏 임명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KBS, MBC 등을 둘러싼 법체계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언론인들은 새로운 권력에 줄을 서거나 한직으로 밀려나야 하는 굴욕적인 일을 당해 왔다. 그렇기에 문제의 핵심인 언론 관계법을 개정해 근본적으로 정부의 야욕에서 언론이 독자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의 감시견 역할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정치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혹자들은 대중이 그렇게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면서 언론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며, “어떤 방송이 나가든 무슨 상관인가, 재미있게 보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전개한다. 물론 미디어의 영향력을 맹신해서는 곤란하지만,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미디어가 공중의제에 미치는 분명한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MB 정권이 언론의 감시견 역할을 무너뜨리려고 해왔던 바로 그 지점에서 언론의 강력한 영향력이 증명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방송 파업과 정부 개입, 즉 언론과 정부의 관계를 논하는 대결은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로 보면 될 것이다. 공정한 언론의 중요성과 언론의 ‘감시견’ 역할이라는 기본을 바탕으로 토론하는 쪽이 상식, 그렇지 않은 쪽이 비상식이다. 그 구분에 대한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자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