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번쩍 떠진다. 9시 수업인데 큰일이다.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에 물만 묻히고 양치를 하고 어제 벗어놓았던 옷을 그대로 입고 집에서 튀어 나왔다.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5분 뒤 학교 가는 버스가 온다. 이걸 타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다.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자 사람들이 문 앞에 우르르 몰려 열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앞문이 열리고 두 명 정도가 타니까 더 이상 자리가 없다. 이걸 놓치면 지각인데… 그 교수님은 출석체크를 칼 같이 하는데…. 필사적인 마음으로 버스 뒤를 보니 사람들이 거의 끼여 있다시피 한 앞쪽과는 달리 뒤쪽은 널찍하다. 뒷문으로 타면 될 것 같은데, 아저씨에게 뒷문으로 승차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니 안 된단다. 야속한 버스는 나와 다른 손님들을 정류장에 남겨둔 채 떠났다. 도대체 왜, 뒤쪽엔 자리가 저렇게 많은데 뒷문으로 타면 안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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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버스에서는 앞문 승차, 뒷문 하차가 칼같이 지켜진다. 러시아워 시간대에 일부 버스는 뒷문 승차를 허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뒷문으로 타지 말라고 한다. 이는 서울과 비교해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서울에서는 사람이 많을 때는 물론, 심지어 텅 빈 버스에서도 먼저 자리에 앉기 위해 뒷문으로 버스를 탄다. 서울은 되고 대구는 안 되는 버스 뒷문 승차의 진실은 무엇인가.

서울 다산 콜센터와 대구시 대중교통과에 알아본 결과, 버스 승하차에 대한 원칙은 있지만 따로 법규가 정해져 있거나 특별한 규정은 없었다. 즉 앞문 승차, 뒷문 하차가 원칙이지만 지역과 기사님의 재량에 따라 뒷문 승차, 앞문 하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고 원칙을 무시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서울의 김현우 씨(23)는 버스 뒷문 승차에 대해 “나는 앞문으로 타려고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뒷문으로 냉큼 타버리면 좀 짜증난다”며 “상대적으로 앞문이 더 복잡해서 뒤로 타면 좀 여유 있게 탈 수 있으니까 괜히 줄서는 내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한 줄서기 캠페인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데 뒷문 승차를 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뒷문 승차는 무임승차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무임승차하는 걸 봤다는 조인선 씨(24)는 “아침 출근시간에 버스를 타면 아저씨가 가끔 뒷문을 열어주는데 타는 사람은 다섯 명인데, 버스 카드가 찍히는 소리는 세 번밖에 안 나더라”며 “버스 아저씨가 ‘뒤로 타신 분들 카드 찍으세요’라고 계속 말씀하시는데도 끝까지 안 찍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9일 방영된 KBS <위기탈출 넘버원>에서는 버스 뒷문의 위험성에 대해 다뤘다. 버스의 뒷문에는 고무몰딩 안에 압력센서가 설치돼 있어 장애물이 부딪칠 때 센서가 이를 인지하고 문을 다시 연다. 그러나 문이 거의 닫혔을 때 6cm전 부터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돼있다. 작은 물체에도 문이 자꾸 열리게 되면 버스 운행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닫히려는 문에 손이나 발을 넣어서 버스를 타려고 한다. 버스의 뒷문은 기사님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기 때문에 손이 끼인 채로 버스가 그대로 출발해 버리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의 한 시내버스 운전자는 “버스 뒷문은 사이드 미러로도 잘 안 보인다. 특히 출퇴근 시간처럼 앞에 사람이 꽉 차 있으면 아예 확인할 수가 없으니까 ‘뒷문 닫습니다. 올라서세요.’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며 “위험하니까 다음 차 타라고 하고 뒷문을 안 여는 게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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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뒷문 승차가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꽉 찬 앞자리에 비해 뒷자리는 여유롭기 때문이다. 먼저 탄 승객들이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으면 나중에 탄 승객들이 뒤로 가기 힘들어지고 그러다보니 텅 빈 뒷자리를 놔둔 채 앞자리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남지영 씨(23)는 버스를 탈 때 앞에 서는 이유를 ‘안정성’에서 찾았다. 그녀는 “앞자리에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굳이 뒤로 가서 불안정하게 갈 필요가 없다. 보통 버스 뒷좌석은 두 명씩 앉는 자리라 통로가 좁고 서있기 불편하니까 앞에 있는다”라고 말했다.
 

남 씨는 덧붙여 “뒤로 가려고 해도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버스가 출발하니까 급한 마음에 앞자리에 있는 손잡이를 잡게 된다”며 사람들이 타자마자 출발하는 버스에 대한 불만도 내비쳤다.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하는 추세와 더불어 비싼 기름 값 때문에 자가용을 두고 다니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시내버스 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성이 높은 뒷문 승차에 대한 단속과 규정은 미비한 상태다. 승객들 또한 급출발하는 버스에서 안전하게 가려고 앞자리에만 몰리기 때문에 뒷문 승차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한 ‘융통성 있는’ 방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뒷문 승차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질서를 해치는 것은 둘째 치고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시내버스 사고율은 2009년에 비해 2011년에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뒷문사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가. 명확한 법규 마련과 버스 운전자의 급출발, 급제동 금지, 승객들의 양심적인 질서의식의 삼박자가 고루 맞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