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독립기념일!

성인이 된 20대가 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독립기념일’은 가상의 화자 ‘나’가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루는 연재 소설입니다. ‘나’의 독립 스토리를 통해 20대의 독립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20대의 독립에 대한 고민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2화

몰랐다. 대한민국이 이렇게나 넓은 줄. 그리고 깨달았다. 수많은 집들 중에 내가 살 곳은 극히 소수라는 걸.

학교 다닐 때 모은 용돈 몇 푼과 대학 들어간다고 친척들에게 받은 목돈, 수능 끝나고 잠깐 했던 아르바이트 비용까지 합하니 대충 150만 원 정도가 전 재산이다. 이제 이 돈으로 뭐부터 해야 할까.
 


일단 정보를 검색해보자. 검색 창에 방구하기를 입력하니 <피OO의 좋은 방 구하기>라는 카페가 유명한 것 같다. 가입을 하고 이 메뉴 저 메뉴를 기웃거리며 올라온 사진들을 보니, 다시금 독립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원룸을 구하는 요령, 팁을 스크랩해놓고 내일은 부동산에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이제 드디어 나만의 집이 생기는 건가.
 


다음 날, 무턱대고 학교 근처의 부동산으로 향했다. 카페에서 스크랩한 자료에는 부동산에 가거나 집을 계약하러 갈 때는 꼭 어른들과 함께 가야한다고 돼있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제 각종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월세, 보증금, 공과금, 복비 등에 대한 공부를 했으니 사기당할 일은 없을 거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졸고 있던 아저씨가 친절이 맞아준다. ‘다행히 학생 혼자라고 무시하는 곳은 아니군.’ 방을 구하러 왔다고 하니 가격대는 얼마로 생각하고 왔냐길래 전 재산 150만원이라고 말했다. 친절하던 아저씨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한숨을 쉬던 아저씨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 돈으로는 원룸은 턱 없이 부족하다고 차라리 고시원을 알아보라셨다.
 


마침 그 때 한 여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부동산에 들어온다. 아저씨는 황급히 담뱃불을 끄며 여학생의 가족을 향해 반갑게 웃어보였다. 그 학생도 원룸을 구하는데 여학생이라 치안이 잘 돼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다. 아저씨는 연신 “그럼요, 그럼요. 이 집은 관리실이 따로 있어서 안전하고, 요 집은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괜찮고…”하며 이 집 저 집을 추천하느라 바빴다. 보증금이 천단위로 올라가고 월세가 40에서 50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도 그 집 부모님은 안전하면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근처 술집이나 모텔은 없나 등의 질문만 했다. 나는 그 옆에서 멍청히 ‘여자는 집구할 때도 제약이 많구나, 독립하기 더 힘들겠네.’ 이런 생각만 하면서 앉아 있었다. 이미 부동산 아저씨는 나의 존재를 완전히 까먹은 것 같다.
 


‘나도 부모님한테 보증금만 좀 빌려 달라 할까? 어차피 돌려받는 돈이고 독립의 시작단계인데 그 정도는 지원해주시지 않을까?’ 잠시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사서 고생한다는 부모님의 한심한 눈초리를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데 아저씨가 나를 툭툭 친다. “학생, 안 나갈 거야? 난 손님들 집 보여주러 지금 나가야하는데” 아, 나는 황급히 부동산을 나왔다.        
 


부동산에 가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 부동산 아저씨가 말씀하신 고시원이 생각났다. 그래, 고시원에 가보자. 고시원, 고시텔의 이름을 달고 있는 건물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 중에는 1층이 술집이고 2층이 고시원인 곳도 있었다. 내가 고시공부를 하려고 고시원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술집위에 고시원이라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그런 곳은 제외했다.


세 군데 정도 다녀본 결과 방 값은 싸면 20만원 대고 보통은 30만원 대였다. 같은 방이라도 창문이 있고, 안에 화장실이 있으면 5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창문이 있어야 아침에 일어나기도 수월하고 생활 패턴이 일정해진다는 자취 팁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창문이 있는 방으로 선택하고 화장실은 공용화장실을 쓰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든 고시원은 라면, 계란, 김치, 밥을 제공하고(사실 이건 거의 모든 고시원이 제공한다) 화장실이나 주방도 깔끔하고 청결상태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학교랑 가깝고 버스 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이킥3에서 고영욱과 백진희가 살던 고시원을 생각해서 그런지 예상과는 달리 살만한 것 같다.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원룸에 비해 한 달 단위로 돈을 낼 수 있고(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관리비나 전기세, 수도료 같은 공과금도 따로 신경 쓸 필요 없고 총무님이 늘 관리하니까 말썽도 덜 할 것이고…. 그래, 이건 절대 자기 위로가 아니다.
 


비록 우리 집 내 방에 비하면 턱 없이 좁고 방음도 잘 안되지만 그래도 생애 첫 보금자리치고 이만하면 좋지 아니한가.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를 되새기며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안고 잠을 청해본다.
 

원룸 구하는 10가지 요령

1. 역세권과 교통편을 확인하라


2. 부동산에서 가 계약금을 요구하면 의심하라: 서두르지 말고 꼼꼼히 따져보라.


3. 혼자 집 보러 다니지 마라: 경험이 부족하므로 어른과 동행하는 게 좋다.


4. 도배와 장판을 꼼꼼히 확인해라


5. 너무 싼 원룸은 피하라: 싼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6. 반지하, 옥탑방 가지마라


7. 관리비 확인하라: 난방과 전기세, 인터넷 요금과 TV수신료 어떻게 부담하는지 확인해라.


8. 인터넷 믿지 마라: 인터넷은 가장 잘 나온 사진만 올라온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라.


9. 융자가 많은 집주인 피하라: 보증금을 제 때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10. 집 계약은 1년으로: 1년 단위로 재계약 하는 게 좋다.

그 밖의 집구하기 TIP
1. 전입신고는 확실히 하라

2. 싱크대와 화장실 구석구석 벌레 유무를 확인하라


3. 벽지에 곰팡이가 있는지 확인하라


4. 화장실 온수는 잘 나오는지, 변기 수압은 괜찮은지 확인하라


5. 옵션 가구에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