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은 1956년 4월 현충기념일로 지정됐다. 그 당시에도 공휴일이었지만 우리가 부르고 있는 ‘현충일’로 공식 개칭된 것은 1975년 12월에 이르러서다. 초창기에는 6.25 때 사망한 40만 명 이상의 국군을 추모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모든 이들을 기념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의미가 깊은 현충일이 57회를 맞이하는 날, 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 부정세력 용납 못한다”고 언급하고 개혁 개방을 말하며 “FTA로 경제 영토를 크게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관 강조와 경제성장 자랑에 치우친 추념사였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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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북한과 6.25 전쟁 속에서 산화했다. 어림잡아 40만명의 국군이다. 북한에 대한 분노가 치밀 법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에도 당연히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법하다. 그러나 40만명의 국군을 비롯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스러져 간 모든 호국영령들이 국가를 위협하는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죽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한 몸을 바쳤다. 바로, 이 나라가 ‘정의로운 나라’라는 신념 말이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정의로운 나라는 일방적인 색깔론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낙인을 찍는 나라가 아니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신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였다. 명백하게 가려지지 않은 사안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몇몇 의원을 잡도리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그런 소심한 나라를 위해 호국영령들이 소중한 목숨을 내바친 게 아니다. 행여 의심이 가도 합당한 비판으로 그 의심을 해소하고 적대보다는 화해를 추구하는 나라였다.

또한 그들이 생각한 나라는 조금 성장하지 못해도 아니, 성장을 많이 못하더라도 모두가 잘 사는 나라였다. 해고노동자 22명이 자신의 목숨을 끊어도 손을 놓고 뒷짐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높이 35m 크레인에서 300일 넘게 올라가서 시도 때도 없이 자살 충동을 겪으면서 회사와 싸우고 나서야,뒤늦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그런 비겁한 나라도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한 나라는 약자에겐 약하고 강자에게는 엄한 나라였다.

그러나 정작 강자에게는 제 목소리도 못 내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일본의 전범기업이 보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도 정부가 일본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강조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모르는 척 하는 나라가 도대체 뭐가 자랑스럽고 뭐가 위대하다는 이야기인가. 현충일 추념사 전문을 보면 소중한 목숨을 바치며 스러져간 호국영령들에게 그저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