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숫자일 뿐인 통계치가 가슴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14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대학생 고금리 대출 이용 실태 점검 결과’가 그렇다. 그동안 단순히 ‘그런가보다’ 했던 대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증 아닌 물증’, 명백한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학생 대상의 고금리 대출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국 대학생 5037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와 신용정보사(NICE) 정보 조사가 동시에 시행됐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두 가지다. 먼저 대학생 10명 중 2명에 해당하는 18.3%가 대출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중 3.7%는 저축은행․대부업체․사채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통계다. 고금리 대출의 평균 금리는 20~30% 수준이다. 이 통계 비율을 대학생 인구 298만 명에 적용해 보면 54만 5천명의 대학생이 대출을, 그 중에서도 11만 명의 대학생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비율은 가족 소득이 낮고,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대학생 집단에서 더욱 높게 나타났다.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등록금을 스스로 벌어야하는 대학생들의 아픔이 그려지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들의 경우,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다 보니 학업에 소홀해지는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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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평균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 보았을 때, 평균적으로 대학생이 ‘적자 인생’을 살고 있다는 통계도 충격적이다. 이번 조사 결과 대학생의 월 평균 수입은 47만원, 지출은 58만 7천원으로 매달 12만원씩의 적자가 기록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등록금은 물론, 교재비, 기본 생활비, 주거비, 교통비, 학원비, 자격증 시험비 등 유흥에 사용하는 돈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58만원으로도 제대로 살기가 힘든 게 대학생들의 현실이다. 아르바이트에도 한계가 있고, 따로 돈 들어올 곳은 없으니 언제나 돈에 쪼들리는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고금리 대출 실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청년·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을 제시했다. 17개 은행이 조성한 기금 500억원으로 미소금융중앙재단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 주는 식이다. 연 6.5%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장학재단 대출이나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찌됐든 도움이 되는 방향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학생의 20%가 빚을 진 상태로 사회에 진입해야만 하고 대학생 전반이 매달 적자를 보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 자체를 개선해야만 한다. 대학생들의 경제생활을 가장 어렵게 하고 있는 등록금, 주거비 등에 대한 수술이 동반되어야만 실질적인 해결책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생들의 신음’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만큼, 19대 국회는 조속히 개원하고 지난 총선에서 민생 공약으로 내걸었던 반값 등록금에 대한 논의와 추진을 책임감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생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사회 구조, 또 대학생이 되기 싫어도 대학생이 되어야만 하는 사회 구조 등에 대해서도 마땅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적자 인생이 계속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