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7호선 전동차 내부에 CCTV가 설치되었다.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지하철 내 범죄가 설치의 이유다. 서울시는 혼잡도가 높은 두 노선에 시범적으로 CCTV를 설치한 후 결과가 좋으면 다른 노선에도 추가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17일 온라인에 게재된 관련기사의 댓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금이 이런 데 쓰여야 아깝지 않다’는 의견에서 시작해 “CCTV를 지하철 전 구간에 설치해 성추행범, 취객, 전도하는 사람들, 잡상인들을 없애버려야 한다”는 과격한 의견도 있었다. CCTV가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절대적인 믿음에서 나온 말일 테다.

이번 경우뿐이 아니다. 흉악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CCTV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어 왔다.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 폭행 장면이 논란이 된 이후 실시한 두잇서베이의 설문 결과 응답자의 86%가 어린이집 실시간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교 폭력이 문제가 되자 교육당국은 교실 내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관공서, 골목길, 공원 할 것 없이 범죄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등장하고 있는 것이 CCTV다. 그만큼 CCTV와 범죄율의 상관관계에 대한 일반의 신뢰는 절대적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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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정말 범죄율을 낮출까?

학계의 연구는 CCTV에 대한 통념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내고 있다. 캠브릿지 대학(University of Cambridge)의 연구진이 2002년 발표한 논문 “범죄에 미치는 CCTV의 영향력에 대한 엄격한 평가”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실시된 CCTV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13개 중 고작 5개 연구에서만 CCTV가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5개의 연구에서는 범죄와 CCTV의 관련성이 미미하게 나타났으며, 심지어 3개의 연구에서는 CCTV 설치 후 오히려 범죄가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 연구도 CCTV의 효과에 대한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철현, 최수형의 2009년 연구에서는 2002년 10월 강남구의 CCTV 설치에 대한 첫 보도가 이루어진 후 강도, 절도, 강간 등의 중범죄에 대한 억제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남구의 CCTV 설치가 주변 지역의 범죄율까지 낮추는 ‘혜택의 확산’도 일어났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임민혁, 홍준현의 2008년 연구에서는 방범용 CCTV의 범죄예방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논문 저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CCTV 설치만으로는 범죄예방이라는 정책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우므로 여타 정책수단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인 방범용 CCTV 설치와 CCTV 통제센터 설립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범죄에 관한 이론들도 CCTV의 기능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합리적 선택 이론과 범죄기회이론은 CCTV가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뒷받침한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잠재적 범죄자들이 범죄의 이익과 체포의 위험성, 형벌의 손해 등을 비교해서 범죄를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며, 범죄기회이론은 CCTV 설치가 해당 지역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기회, 확률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풍선효과(balloon effect)는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자는 단지 CCTV의 가시권을 벗어나서 범죄를 실행하기만 하면 된다는 함의를 갖는다. 어쨌든 걸리지만 않으면 되기 때문에, CCTV는 범죄를 줄이기 보다는 범죄의 장소를 특정 짓는 효과만을 가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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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는 이미 진행 중이다

이상의 논의들은 CCTV의 범죄에 대한 효과가 아직까지 100% 증명된 것이 아닌, 논쟁의 영역에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에 불구하고, CCTV가 범죄를 막을 것이라는 통념으로 인해 CCTV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감시․통제 문제를 다룬 신간 <감시사회>는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도 개인이 수십 차례에 걸쳐 CCTV에 찍히고 있고, 매일매일 사용하는 카드 이용 내역이 국세청에 실시간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CCTV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되려 프라이버시 침해, 국가기관의 개인정보 대량 수집 등의 역기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거나, 연인과의 스킨십을 하거나 하는 행동들이 자신도 모르게 영상 정보로 수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나온 CCTV에 대한 경고도 있다. 인권위는 올해 3월, 교실 내 CCTV 설치가 프라이버시권,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CCTV가 범죄예방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있으며, 그 효과도 단정하기 어렵다. 학교폭력의 예방이라는 공익에 비해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교사들의 교육의 자주성 확보 등 기본권 제한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하철 내 CCTV 설치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역시 7호선 CCTV 설치에 대한 SBS뉴스 인터뷰를 통해 “지하철에 탑승하는 모든 시민을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높기 때문에 좋은 방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세상에 첫 발을 디딘 출생의 순간부터 24시간 자신의 일상을 생중계 당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트루먼 쇼(Truman Show, 1998)>. 먼 미래에나 있을까 말까 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이미 진행 중이다. 매일매일 도시를 활보하고 있는 우리들 ‘트루먼’은 어디 달려 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는 CCTV에 찍힌다. 그리고 그 모습, 즉 자신의 정보는 스스로의 통제권 바깥에 있는 어느 위치에 저장된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어느 누가, 언제, 어디서 보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그런데도 CCTV를 무작정 찬성해야 하는 것일까? ‘무조건 설치 반대’ 역시 안 되겠지만, ‘덮어놓고 찬성’ 역시 안 된다. 그 대신, CCTV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