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정문 길가에는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시설관리노동자의 투쟁을 응원하는 현수막들이 마치 그들을 보호하려는 듯 걸려있었다. 시설관리노동자지지 수많은 현수막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보면, 흰 바탕에 투박한 글씨가 적힌 현수막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힘내세요! 시설관리노동자, 지지합니다 ♡ – 학생지지모임 : 청연’


노동자, 시위, 파업, 투쟁 등 무언가 노동과 관련되었다고 여겨지는 단어가 들릴 만 하면, 여지없이 고개를 돌리는 학생이 태반인 요즘이다. 이런 대학사회에서‘내가 바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는 사람이오.’라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왜 현수막까지 걸어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일까.


노동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청연’의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 정문 쪽에 걸려있는 시설관리노조 파업지지 현수막을 보았다. ‘청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청연은 작년에 충남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원래는 작년 9월쯤 만들어진 청소노동자 노조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청소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의 모임’이었다. 그런데 이번 해고문제가 터지고 나서는 청소노동자뿐만 아니라 시설노동자 또한 연대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되었고, 현재는 ‘청소노동자 그리고 시설관리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들의 모임’으로 바뀌었다.



– 청연은 언제 창설되었고, 그 구성원은 누구로 이루어져 있는가.


작년 9월 충남대학교에 처음으로 청소노동자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를 보고 당시 행정학 대학원생과 사회복지학과 학생을 중심으로 노조를 지지하는 학생모임을 만들고자 계획하였고, 대자보를 통해 함께 할 사람을 모집하였다. 현재는 약 1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모두 충남대 학생이며, 1학년부터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연령과 학년이 함께하고 있다. 학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 경상대, 인문대, 사회대 학생들로 이루어져있다.



– 오로지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는 단체인데, 어떤 생각으로 청연에서 활동하게 되었는가.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청소노동자의 현주소로부터 생겨났다. 시설노동자분들은 정말 새벽같이 나와서 일하시면서도 최저임금을 받는다. 또한 시설관리노동은 보통 ‘그림자 노동’이라고 불리는데, 다시 말해 사람들이 시설관리노동자분들을 마치 없는 사람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화장실에서 아주머니가 청소를 하고 계셔도 아무렇지 않게 소변을 보는 것이나, 혹은 지나가면서 아무런 인사 없이 지나가는 것이 그림자 노동의 특성을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착취와 인격적 무시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성의 전당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최저임금을 주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인간적인 대우조차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가. 게다가 이분들을 고용하는 용역업체에서 임금의 많은 부분을 떼어가기 때문에 그분들은 온전한 임금도 받지 못한다.

– 예시를 들어줄 수 있는가.

가까운 곳의 노동자를 살펴보자면, 충남대학교병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시설관리노동자분들의 경우, 제대로 된 휴식공간도 없고, 임금도 최저임금 정도에 식사비가 하루 400원씩 한 달에 약 만 원이라고 한다. 굉장히 야만적인 노동착취다. 이러한 노동자의 문제에 학생들이 함께 연대해준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외국에는 이러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1년에 유명대학교인 하버드에서 시설노동자와 관련된 문제가 터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많은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하면서까지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임금 쟁취투쟁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학교 측과 잘 협상이 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 사건만 보더라도 학생들의 힘이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 학생과 노동자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일념 하나로 ‘청연’을 만든 것인가.


애초에 모임에 대한 발의는 앞서 언급한 행정대학원에 다니는 학생과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는 학생이 했고, 나는 그 생각에 동의했기 때문에 청연활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사실 연대에 대한 생각이 대단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 청소나 시설관리노동자와 학생의 연대에 대한 흐름 또한 있어왔다. 물론 최근에 홍익대 청소노동자 문제가 이례적으로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었지만, 그 이전부터 고대의 경우에는 ‘불철주야’라는 시설노동자 지지모임이 있었던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학생사회에서는 학교 내의 노동자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다행히 오늘에 와서는 청소·시설관리노동자 등 비정규직 문제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IMF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의 거의 없었는데, 그 이후 비정규직이 대중화되었고 현재는 거의 절반에 이르는 노동자가 비정규직이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더욱 공감하고, 분노하는 상황이 왔다. 다시 말해 고통스럽고 힘들고 야만적인 노동착취를 참아주는 것에 대해서도 한계가 온 상황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그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청연은 그것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다.



– 청연 창설 이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왔으며,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작년에 처음 창설한 이후 몇 가지 학생들과 함께할 행사를 계획했었으나, 사정이 있어 무산되었었다. 당시에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다. 그러다 올해 시설관리노동자 해고 문제가 터지면서, 다시 학생들을 모으고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합원분들과 밥을 먹으면서부터 지지활동을 시작했다.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해고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리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달았고,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유인물을 돌리거나 시설노조 지지서명운동을 했다. 청연 회원들이 각각 학내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물론 틈틈이 투쟁하는 천막에 가서 아저씨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집회에 함께 참석하였다. 다행히 성과가 있었는지, 오늘(6월 26일)부로 협상이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2명 중 한 분은 복직 하시고, 나머지 한 분은 TO가 날 때까지 사측으로부터 매월 100만원씩 지원을 받는 것으로 합의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 청연이 현재 충남대학교 시설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는데, 이 파업은 대략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일단 용역업체 측에서 2명을 부당해고 했다. 해고당한 두 명 중 한 명은 노조에서 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분이었고, 다른 한 명은 용역 측의 입장과 대립적인 발언을 자주했던 분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발언이나 행동들이 해고의 이유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고된 노조 부지부장의 경우, 몸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18년 동안 큰 문제없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해고 이유가 용역 측과의 마찰이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태에서 용역업체는 해고된 2명의 원직복직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종 교섭에도 참여를 하지 않아 교섭이 결렬되었다. 결국 노조가 파업권을 얻었고, 어제까지만 해도 파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 현수막을 보면 용역업체는 물론이고 충남대학교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학교는 어떤 책임이 있는가.


용역업체뿐만이 아니라 충남대학교에도 문제가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내린 지침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정규직의 고용승계를 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충남대학교는 이를 명문화하지 않았음에도 인사 문제에 개입을 할 수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각각 4년, 18년을 학교에서 일하신 분들이 부당해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하는 학교의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 이제 파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는데, 앞으로 청연의 활동계획은?


아직까지 앞으로 무엇을 하자고 정확히 논의된 것은 없다. 큰 방향으로는 시설관리노동자분들과의 일상적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누구나 간과할 수 있는 문제지만, 우리를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이나 사무를 처리하는 행정실 선생님을 보면 인사를 하는데 반해 시설노동자분들이 지나가면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는 학생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청소를 해주시고 관리를 해주시기에 우리가 깨끗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 노동자와 학생의 일상적 연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임금이나 단체교섭 등의 노사 간의 권력과 관계된 문제까지 학생들이 동참을 해주면 좋지만, 우선은 간단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데 함께 밥을 먹거나, 복도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도 하고, 시설노동자분들과 함께 체육대회도 하는 등 그분들에게 소소하게나마 신경을 쓰는 여러 행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상적 연대를 통해 그분들이 ‘나도 사람이다’라는 것, 그리고 ‘나도 대학을 구성하고, 대학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모두에게 인정받았으면 한다. 이것은 노동자가 권리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시설노동자 또한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노동자분들도 보다 자주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일단은 이번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한 숨 돌렸으니, 차근차근 회의를 통해 실현할 것이다.



– 이런저런 좋은 행사를 생각하고 계시는데, 사실상 이러한 일상적인 연대를 학생들과 하기 위해서는 학생회랑 연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이다. 기자분이 직접 학생회를 해서 연계 좀 시켜 달라.(웃음) 그런데, 사실상 지금 곧바로 학생회와 일상적 연대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번 파업만 봐도 그렇다. 총학생회는 파업기간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연대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단대학생회라고 해도 별 다를 바 없었다. 거의 대부분은 파업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교내에서 움직인 곳은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뿐이다. 총학이 함께 해줬다면 현재 이루어진 합의보다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때일수록 학생들이 움직여줘야 저쪽에서 부담스러워 할 텐데, 부담스럽지 않도록 가만히 있어줘서 참…(웃음) 하여간 행사면에서도 학생회 측에서 나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저번에 사회대 쪽에 ‘충남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인 적이 있었는데 학생회가 떼어갔다. 이유를 들어보니 단어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더라. 지금 현실이 이렇다. 아직도 학생은 물론 학생회까지도 노동자라는 단어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아무래도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이 시대를 만들어 갈 우리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 마디 한다면?


일단은 ‘다 끝났는데 이제야 찾아오면 어쩌자는 거야! 일찍 찾아와야지~’라는 말도 해주고 싶은데 (웃음), 무엇보다 청년들이 노동이나 시위, 파업이라는 말을 너무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 거부감 없이 단식투쟁을 말하고, 시위와 연대를 말하는 청연의 사람들을 보면서 ‘노동자와 노동은 과연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는 말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CEO가 되거나, 어느 분야에서건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되길 바라지만, 사실 우리의 대부분은 누군가한테 고용 된 ‘노동자’가 된다. 지금 우리가 모른 체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결국 노동자가 되어서야 체감할 우리의 문제인 것이다. 청연과의 대화를 마친 지금, 필자는 자기 갈 길을 바쁘게 가고 있는 청년들, 아니 미래의 노동자들에게 한 번 묻고 싶다.


“여러분에게 ‘노동과 노동자’는 어떤 의미입니까?”


Ⓒ연합뉴스


 

* 인터뷰는 6월26일에 이루어졌습니다.


* 청연 소속의 세 분과 인터뷰를 하였으나, 편의상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로 정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