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의 결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영화 시작부터 지나치게 솔직해 놀라웠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곳곳에 설치된 웃음장치로 갈수록 유쾌했고, 영화 마지막부분엔 사람들의 이해와 인정을 끌어내기에 충분할 만큼 진하고 따뜻했다. 무겁고 낯 뜨거울 수 있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김조광수 감독만의 삶의 내공으로 유연하게 그려낸 영화 ‘두결한장’. 배우들의 거부감 없는 연기력까지 더해 이 영화,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 두결한장은 김조광수 감독의 세 번째 퀴어 영화다. 퀴어 영화란 동성애 중에서 특히 게이를 다룬 영화를 말한다. 이번 김 감독의 새 영화는 핵심이 되는 ‘게이’커플 이야기에 ‘레즈비언’커플의 에피소드를 더하면서 동성애의 다양한 사랑방식을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앞서 만든 퀴어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사이?’와는 조금 다르다.


동성애, 낯설지만 그들이 꾸려나가는 사랑이야기

‘두결한장’ 주인공 민수(김동윤 분)는 의사라는 직업에 훤칠하게 생긴 외모까지 가진 완벽한 훈남이다. 하지만 그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이다. 민수는 부모님께 자신이 게이인 것을 숨기면서 결혼 요구에 대한 속박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아이 입양을 원하는 레즈비언 동료의사 효진(류현경 분)과 계약결혼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영화는 게이인 민수와 레즈비언인 효진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둘의 계약 결혼이 끝난 후 효진과 신혼여행을 가는 도중에 민수는 차를 세운다. 왜냐하면 효진을 미리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동성 애인에게 데려다 준 것이다. 민수와 효진은 쿨하게 인사를 한 후 떠난다. 이로써 완벽한 거짓 신혼여행을 다녀오게 된 것이다. 그 후 효진은 자신의 동성 애인을 신혼집 옆으로 이사시켜 자유롭게 동성 애인과의 사랑을 꾸려나갔다. 민수도 게이 클럽에서 만난 석과 알콩달콩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이로써 민수와 효진의 위험한 신혼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동성간의 사랑을 하면서도 행여 그들의 위험한 신혼생활을 들키지 않을까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완벽한 위장결혼을 위해 효진은 병원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민수에게 입맞춤을 하기도 한다. 덕분에 이들의 위장결혼은 남들의 그 어떤 의심을 받지 않았고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효진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 병원에 알려지면서 민수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한편 자신을 짝사랑하던 티나가 게이라는 이유로 한 택시기사에게 핍박을 받고 그 모습을 본 민수가 티나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티나는 이내 민수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만나러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이렇게 한 번의 장례식을 치른 민수는 그동안 게이임을 숨기고자 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커밍아웃을 하고 민수와 효진은 각자 자신의 ‘진짜’애인과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그 후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 앞에서 자신의 삶의 방식과 사랑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간다.

평범한 사랑이야기를 다루듯 표현한 두결한장, 기존 퀴어 영화랑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퀴어영화’는 동성애자들을 정상인과 다르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 대다수다. 하지만 김감독은 ‘두결한장’의 동성애자들도 상대가 이성이 아닐 뿐 똑같은 사랑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영화 곳곳에 매끄럽게 그려내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짝사랑한 민수가 석에게 관심을 보이자 질투를 하는 티나(박정표 분)의 모습은 여느 이성간에 할 수 있는 질투와 다르지 않게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재미와 웃음도 놓치지 않았다. 자칫 무겁게 여겨질 수 있는 장면을 조연들의 게이 열연으로 영화 곳곳에 웃음가루를 뿌려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게이클럽 Why-not의 G-voice 멤버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그들의 취향과 사랑하는 방식을 자세히 이야기함으로써 조연들의 열연은 동성애자에 대한 환상을 깨고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증명하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영화 여기저기 로맨틱 코미디다운 장면이 있지만 두결한장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금기시 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성애를 부자연스럽고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시선이 담겨있지 않을 수 없었다. 게이인 형을 인정하지 않는 동생의 행동,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들이 두려워 커밍아웃 하지 못하는 민수,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 혐오스러워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시선이 영화 속에서 나타난다. 특히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서러움을 받은 티나(박정표 분)의 죽음은 이 영화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픔이다.

김 감독은 얼마 전 19살 연하의 동성 애인이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통해 동성애에 대해 자기 이야기를 하듯 그들의 사랑을 담아내는 부분에서 아주 솔직 담백했다. 그래서인지 공공연하게 금기시 되고 있는 동성애의 이야기가 이성간의 사랑 못지않게 애틋하면서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김 감독은 관객에게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와 똑같다.’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였다. 다만 그는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과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나아가 동성애자들의 살아가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그 ‘다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도 엿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