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한 눈망울, 원색 초록 티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금색 비즈가 박힌 티셔츠, 바람에 흩날리는 연한 갈색의 짧은 커트머리, 티 없이 건강한 피부. 시원한 여름날에 걸맞은 옷차림으로 수줍게 웃는 그녀에겐 시선을 멈추게 하는 묘하고도 강한 매력이 있다. 진달래, 이름만큼이나 상큼한 미소를 가진 그녀의, 역시나 상큼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천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의 ‘녹색’ 기운을 가득 담으려 노력했다. 그녀가 꿈꾸는 녹색은 이 순간에도 쑥쑥 자라나고 있지만 말이다.

채식, 그녀를 추동하다
그녀는 몇 주 전 졸업논문 사인을 받은 따끈따끈한 ‘대졸’이다. 고등학교 때에는 ‘공부 참 잘 하는 학생’이었다. 대학교에서 수학과 학생으로 보낸 9학기 동안은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하며 열심히 연애와 공부를 병행한 ‘잘 논 학생’이었다. 그녀의 이력을 듣다 보니 질문이 안 나올 수 없다. “그럼 어쩌다 녹색당 일을 이토록 활발히 하시게 된 거예요? 그간의 내력이 ‘녹색’과 큰 관련이 있진 않은데?” 그녀가 빙그레 웃는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할까요, 하며 잠시 고민하다 배낭여행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2009년, 첫 배낭여행지인 인도에서 그녀는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채식인구가 50% 가량 되는 굉장한 채식 국가로, 채식식당이 우리나라 김밥천국마냥 흔하다는 인도. 가난한 여행객이던 그녀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싼 기본메뉴를 자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처음 느낀다. “안 먹고도 살 수 있구나.”를.

한국에 돌아와 그녀는 평소 관심이 많던 불교 서적과 더불어 채식에 관한 책을 탐독하기 시작한다. “현대 사회는 없어도 살 수 있는 많은 것을 지나치게 누리려 하고,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안달하고 있어요. 근데 정말 아니거든요.” 이 말처럼 그녀는 ‘절제’라는 가치에 깊게 매료되었다고 한다. 과소비하지 않는 것, 필요한 만큼만 가져오는 것, 다른 존재들도 고려하며 기꺼이 절제하고 욕심을 조금 희생하는 것. 따라서 그녀에게 채식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가치관까지 반영하는 적극적인 행동 양식이다. 특히 불공정한 방식으로 사육되는 고기와 부산물을 일체 먹지 않는 것은 일종의 저항이다.

녹색당 창당 소식을 듣자마자 “나를 위한 곳이다!”며 가입하게 된 것도 채식 때문이었다. 바람직하다고 믿는 가치를 충분히 권유하거나 홍보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강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 그녀. “넌 착하게 살아, 난 나쁘게 살 테니까. 이렇게 말해요. 지나친 도덕주의 취급을 받기 일쑤죠.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은커녕 존중받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녹색당에서는 채식뿐만 아니라 탈토건, 탈핵 등 다양한 가치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 연대가 가능했어요. 멋지죠!”

채식을 모티브로 녹색당 일원이 되어 그녀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그래서 ‘연대감’이다. 개인적인 도덕성에만 호소하지 않고도, 함께 하자고 권유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좋다고. 자신이 몸소 배우고 느낀, 낭비적이지 않은 행동양식을 ‘같이 해요’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프레임, 그리고 그 목소리가 주류 정치에까지 들릴 수 있다는 것이 진달래씨를 추동하는 힘이 되었다. “앞으로도 더 크게 목소리를 내야죠.”하는 말에 힘이 있다.



“나를 녹색정치 아이돌이라 불러줘요!”

연대와 실천에 대한 그녀의 확신이 느껴지시는가. 그렇다, 그녀는 정치에 관심이 많다. 아이돌 인피니트의 ‘주책없는 누나팬’이라는 이야기를 하며(아차, 그녀가 신신당부했다. 인피니트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만나면 많은 훈훈한 얘길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녀는 연예계와 정치의 세계를 비교한다. 흥미롭다.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경선, 최근 이슈화된 통진당 김재연 씨 등을 보면 분명 ‘청년 정치인’에 대한 요구가 있어요. 노련한 중견 스타 정치인이 있다면 정치 아이돌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예계에서 아이돌은 뮤지션이라기보다는 ‘플레이어’에 가깝다. 만들어진 것을 얼마나 잘 소화해내느냐가 중요하다. 또 소속사나 작곡가, 안무가, 선배 가수 등의 영향 하에서 활동해야 한다. 진달래씨는 아이돌 산업 구조와 정치가 많이 닮아있다고 본다. 청년 정치인은 아무래도 학문적, 경험적 성취가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기획사와 유사한 당 내에서의 지원(support)이 필요하며, 매니저와도 같은 정책 연구원들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

“제가 하고 싶은 건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발언력 있는 메신저 역할이에요.” 생소할 수 있는 녹색정치의 이념들, 즉 ‘만들어져 있는 것’을 잘 정리하고 ‘소화’해내서 다른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그녀. “더 나아가 녹색의 가치를 좋아하고, 녹색당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취지에 공감한다면 가입하고 활동하는 것이 녹색 정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답니다.”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을 정치 아이돌이라 불러 달라고 외친다. 그 외침에 답하는 많은 사람들을 벌써 보았다고.

녹색당이 지향하는 ‘작은 행동을 모아 큰 변화 일구기’, 그 믿음을 그녀 역시 실천하고 있다. 1회용 컵에서 머그로 바꾸기, 면 생리대 쓰기 등의 작은 행동이 모이면 거대한 변화의 파도를 불러온다. 그녀가 녹색당에서 발견한 것이 연대의 힘이듯, 개개인의 삶의 태도 변화로 충분히 정치적인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녹색당은 통일을 하겠다고 주장하지도 않고, 민주주의를 이룩하자고 하지도 않아요. 다만 ‘공존’을 지향하죠.” 그 공존이란 인간끼리의 공존(소수자 권리), 생명체 간의 공존(동물권, 환경 파괴 방지 등)이다. 공존은 평화를 전제로 하며, 평화는 존중과 배려를 요한다. 그래서 그녀는 작은 희생과 배려를 실천하는 “사소함의 정치”을 많이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말하며 또 빙긋 웃는다.

쑥스러움을 꽤 타는 편인데도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녀. 학교 동아리연합회 회장으로 일할 때의 ‘활동가적’ 경험이 발판이 되어 녹색당 업무에도 자신 있게 도전하는 그녀. 소망이 뭐냐는 질문에 “유명해지고 싶어요.”라며 발그레해지는 그녀. 매력적이다. 청년 ‘진달래’는 스스로를 과도기에 있다고 규정한다. 확실히 그녀는 짠, 하고 완성된 이라기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꿈틀대는 이에 더 가깝다. 자신의 미래를 어찌 그리느냐고 물으니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그의 다짐을 물어보았다.

“앞으로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굉장히 많은 일을 해나갈 거예요.” 푸릇푸릇한 그녀의 마지막 말에 큰 신뢰를 품어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