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디에고의 북한을 가다>

NGC(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시리즈로 방송된 '북한을 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통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 노래가, 본래는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라고 불리며, 독립을 염원하며 만들어졌던 노래라는 사실을 다들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국가로 독립하기 무섭게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는 독립의 기쁨보다 분단의 아픔이 더 큰 나라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있는 한반도는, 국제사회에서 ‘남한’과 ‘북한’으로 불린다. 그리고 우리의 가깝지만 먼 이웃인 북한은 세계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이자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다.

국가적 행사가 아닌 이상 남한 사람은 북한 땅을 밟을 수 없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해진 코스를 북한인 가이드와 동행해야만 하는 북한 관광은 돈이 많이 들고 제한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주로 해외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을 접하고 그들의 삶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기자 디에고 부뉴엘(Diego Buñuel)의 다큐멘터리, ‘밀착취재:북한을 가다!’ 편도 2007년도 북한의 모습을 여러 방면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 관광객으로서 볼 수 있던 포장된 북한 사회뿐만 아니라 서민의 생활상을 함께 엿보며 조금씩 더 북한을 알아갈 수 있다. 우리와 함께 독립을 염원하던 한 민족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북한을 방문한 프랑스 기자 디에고

디에고의 여행 첫 날, 수령님의 생일을 맞아 대규모 ‘아리랑’ 공연이 펼쳐졌다. 독일인 사진 작가에 의해 ‘지구상에서 가장 기괴하고 멋진 쇼 중의 하나’로도 표현된 아리랑 공연은 약 10만 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카드섹션과 그 배경에 맞게 보여주는 집단체조(매스게임)가 화려함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몇 달을 아리랑 공연에 매진하는 걸까. 관광객을 환대하듯 화려하게 시작한 북한 방문기가 오히려 북한의 실생활을 궁금하게 만든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였으니 말이다.

 

북한 아리랑 공연

우선 북한은 일탈을 철저히 통제하는 국가이다. 따라서 외국인 관광 허용 조건도 까다롭고, 관광 중에는 한정된 장소에서 제한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프랑스 영화배우로 신분을 위장한 디에고나, 예정된 장소가 아닌 이상 관광객의 하차 요청에 응하지 않는 북한 가이드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국민에게도 예외는 없다. 정해진 일을 하면 일정한 임금이나 식량을 배급받고, 수령에게 충성해야 한다. 한 달 평균 100유로(당시 한화로 약 17만원)의 돈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처럼 그 흔한 노동조합 하나 없다. 정해진 코스대로 가고, 정해진 인생대로 사는 것이 북한 사회에선 아주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관광객과 북한 주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북한의 ‘식량 문제’와 관련이 깊다. 디에고의 카메라를 통해 본 북한의 시골은 지난 6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 여전히 손수레를 끌고, 여전히 협동 농장을 이룬다. 사회주의 국가의 지주와 같았던 소련이 붕괴된 후, 북한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지금도 북한 사회는 발전은커녕 식량이 없어 한 해에 2만 명에 달하는 아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을 위해 사회주의 당원들의 생활만을 평균인양 보여준다. 주민들 또한 외국인은커녕 외국 인쇄매체도 접하기 어렵다. 외부 사상을 거부하는 주체사상 탓도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려는 것만 같다.

디에고의 일정 중에 흥미로운 사건이 하나 있었다. 노동절을 맞아 노동계급의 북한 사람들이 큰 행사에 참여했다. 북한 사람들의 타깃은 제국주의 국가였던 일본과 미국이었다.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두 국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을 대표하는 판넬을 방망이로 치고 오는 릴레이 게임을 즐겼다. 뜻 깊은 노동절에 노동자들은 제국주의 국가에 몽둥이질하며 즐거움을 찾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제국주의 국가를 향해 표출하는 구조였다. 그리고 방송보도가 극히 제한적이고, 자명종 하나까지 공평하게 제공하는 듯 보이는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국가 이념에 반발할 여지조차 없어 보인다.

지상에서 바라본 평양의 풍경

 

그렇다면 과연 북한 사회는 공평한가? 관광객 디에고가 안내받은 상점은 북한에서도 상류층을 위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곳에서는 그들이 거부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상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사회주의 당원의 자녀들만이 놀이동산에 초청되어 기구를 즐길 수 있고, 공산당 배지를 단 아이들이 신식장난감을 갖고 노는 광장 한 편에는 트럭에서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는 아이들이 있다. 주체사상의 중심에 있는 수령 김정일도 리무진을 100대 보유하고, 취미로 영화 DVD 100여 편을 모았다고 알려져 있다. 빈민가를 감싸 겉보기에만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평양의 풍경도 아이러니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북한은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사실은 사회주의조차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모습이다.

디에고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워낙 다양한 장면들을 담고 있고, 북한 사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더 즐거운 것은 무겁지 않은 유쾌함에 있다. 그러나 북한 내의 동성애와 에이즈와 같은 곤란한 질문에서부터 서민들에 관한 민감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저널리스트 디에고의 질문은 언제나 예리하다.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프랑스 저널리스트 디에고의 시선을 따라 북한 여행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