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쇄신을 기대하는 게 잘못인걸까? 11일 국회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저축은행에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정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에게는 ‘불체포 특권’이 있어 체포가 이루어지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잘못을 해도 잡혀가지 않고 체포 동의는 자기들끼리 짜고 칠 수 있는 그야 말로 특권 중의 특권이다. 올 4월 총선 당시 여야는 앞 다투어 국회의원의 과다한 특권을 포기하고 더불어 제도도 개선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국민과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정두언 의원은 어쨌든 국회의원들에 의해서 ‘구원’받았고 특권은 그대로 발동되었다. 검찰의 수사에만 제동이 걸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긴 아는 모양인지 정치권에서도 난리가 났다. 왜 박주선 의원 체포동의안은 통과되었고 정두언 의원은 부결되었는지를 설명 혹은 변명하려는 의원님들, 이 사건이 새누리당의 잘못인지 민주통합당의 잘못인지 책임을 떠넘기려는 의원님들이 줄을 섰다. 박주선 무소속 의원의 경우 이미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정두언 의원의 경우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회는 사법부가 아니다. 혐의의 입증은 검찰이 할 일이지 국회가 감싸고 돌 일이 아니다.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꼴이 된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한 의지가 쇄신에 대한 의지보다 강했다는 것을 증명해 버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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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에게 사과하고 원내지도부 총사퇴 뜻을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민주당에게 책임을 돌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여당 무죄, 야당 유죄’라는 구호까지 사용하면서 새누리당의 ‘국민 배신’을 비난하고 나섰다. 국회의원 숫자와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표 숫자를 참고하면, 최소한 새누리당 의원 63명, 민주통합당 의원 37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두 정당 모두 국회의원 특권을 수호하려는 행동을 했다는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누가 더 나쁘고, 누가 좀 낫고 따지는 것은 그저 우스운 ‘도토리 키 재기’일 뿐이다. 민주통합당을 탈퇴한 박주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경우에도 가결되긴 했지만, 반대표가 무려 93표나 나왔다. 이미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의원의 ‘특권’까지도 수호하려고 했던 국회의원이 이만큼이나 많다는 뜻이다. 이번엔 조금 다를까 하며 쇄신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건이다.

쇄신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언행일치가 이루어져야 쇄신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말과 행동이 다른 국회의원들의 실태를 또 다시 확인했다. 청년 국회의원들을 국회에 입성시키겠다는 말, 공천 쇄신을 이루어내겠다는 말,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하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말. 말만 번지르르하고 행동으로는 ‘호박씨’를 까는 정치권의 행태에 이골이 난다. ‘국회가 그럼 그렇지’ 뭐 있겠냐마는 정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야하는 국민들은 그저 서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