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난 세 달간 우리는 사막에서 헤매다 드디어 오아시스를 찾은 것이다. 열망하던 오아시스에 왔으니 무라도 썰어서 뭐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은가. 공부, 알바, 운동…. 그 중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꼽을 것이다. 물론 여행에도 베낭 여행, 내일로, 무전여행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 여름은 색다른 여행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평소 동경하던 곳에서 한, 두 달 정도 시간을 보내며 ‘사는 여행’을 해보는 것이다. 꼭 해외일 필요도 없다. 부산이나 제주도도 괜찮다. 우린 젊고, 열정이 넘치는 데 까짓거 ‘아, 나 파리지엔 너무 좋아’ 에만 그치지 않고 한 달 동안 걔들이랑 같이 살아 보는 건 어떨까?

여행만큼 모순된 개념을 품고 있는 단어도 드물 것 같다. 휴식과 노동이 완벽하게 결합되고, 환상과 현실이 적당히 버무려 진다. 그 사이에 여행자는 뭔가를 건져 낸다. 추억, 그을린 피부, 쇼핑 아이템, 피로.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칵테일 비율 맞추기만큼 까다로운 거라서 휴식과 노동, 환상과 현실이 얼마나 섞이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이 결정 된다. 그런 의미에서 ‘사는 여행’은 새로운 칵테일만큼 매력적인 존재이다. (물론 평소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3일은 파리, 5일은 이탈리아, 이틀은 베를린. 한 달 동안의 배낭여행은 헝그리 정신을 키우는데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완벽한 여행이라고 칭하기엔 뭣하다. 무거운 배낭은 시도 때도 없이 들고 다녀야 하고, 의도치 않게 ‘나 여행객이요’ 라고 낙인 찍혀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것보다 작은 방 하나를 빌려 예쁘게, 여행객 티 안 나게 옷 입고, 마치 예전부터 거기 살았던 사람처럼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여름 방학의 화룡점정은 아마 여행일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색다른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사는 여행’의 즐거움 – 현지인과 일상 나누기

‘사는 여행’의 맛은 여기에 있다. 완벽한 현지화까진 아니지만 현지인인척 살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달 동안 내가 동경하던 곳에 가서 그 곳의 어떤 공간을 내 것으로 만들고, 방금 이사 온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구석 구석 돌아다니며 ‘내가 자주 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멋진 베르사이유, 낭만적인 몽마르뜨 언덕, 자유로운 샹젤리제…. 단기간의 여행은 여행자의 환상 때문에 왜곡된 이미지를 낳는다. 분명 샹젤리제는 멋지고, 자유로운 곳이긴 하다. 그러나 그 속에 속한 현지인들은 일상이라는 것이 있다. 때로는 짜증나고 구질구질한, 마치 ‘나’ 같은 일상 말이다. 현지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여행지의 달콤함이 아니라 수 많은 사람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 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그 지역의 다른 모습과 마주하고 진짜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사는 여행’의 진정한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인연을 많이 만들게 된다. 사람과 인연, 그리고 장소와 인연. 특히 여행 간 지역에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즐거움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물론 여행 책자에 나온 맛 집도 가볼 만하지만, 가끔씩 우연히 들어간 식당이나 카페가 신통 방통하게도 내 맘에 쏙 들 때가 있다. 단기 여행에선 다시 방문 하기는커녕 허겁지겁 나가기 바쁘겠지만, 한 지역에 오래 머물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맘 내키는 데로 갔다가 그 곳의 정서를 흠뻑 느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도 상관없다. 

'사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아파트 빌리기.

  

‘사는 여행’ 실전편- 집 구하기

 자, 이제 ‘사는 여행’에 마음이 동했으면,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사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집’ 문제이다. 대한 민국 하늘 아래에서도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게 아기 피부에 모공 찾기만큼 힘든데, 외국에서는 어떨까. 더군다나 한 두 달 동안 여행객을 위해 선뜻 세를 내줄 실크 촉감 같은 마음씨의 주인이 어디 있을까? 이를 위해서 마련 된 강 같은 제도가 서블렛(Sublet : sublease의 줄임말로 세입자가 단기간으로 다른 이에게 세를 주는 제도)’이다. 구글에서 ‘Apartment rent in (도시 이름)’을 검색하거나, 각 나라의 한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면 바캉스 시즌에 서블렛을 놓으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으니 폭풍 검색은 필수.

인터넷으로 계약을 진행하는 만큼 세심하고 꼼꼼한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우선 단기 임대(서블렛)를 하려고 하는 세입자가 단기 임대계약의 여부를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확인을 했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단기 임대로 들어오는 제 2 세입자의 존재를 집주인이 몰랐다면 법적인 혜택이나 세입자의 권리에 대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빵꾸똥꾸’ 같은 상황을 겪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다음 체크 해봐야 할 사항은 보증금에 관련된 것 인데, 환급이 되는지, 언제 환불 되는 지 등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신중하게 거래해야 한다. 물론 아파트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건 집의 형상만 가지고 있으면 상관 없다는 태도가 아니라면 당연히 해야 할 요구다. ‘세련된 인테리어, 미니 풀장이 구비된 럭셔리 아파트’ 같은 매력적인 구절을 모니터 앞에서 지어내는 게 얼마나 쉬운 일 인지 잘 아는 현대인이라면 말이다. 그 외에도 치안이나, 교통, 편의 시설(코인 세탁소, 슈퍼마켓)도 체크해봐야 할 문제다.

아파트 렌트 관련 사이트
http://www.clickappart.com/  파리 지역 아파트 렌트 사이트

www.craigslist.org  전 세계 아파트 렌트 관련 사이트

http://www.francezone.com/ 프랑스 한인 포털 사이트

http://www.heykorea.com/  미주 한인 포털 사이트

http://www.myapartmentparis.com/ 단기로 아파트 빌려주는 파리 전문 사이트

‘사는 여행’은 녹록치 않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녹록치 않은 거 아닌가. 하지만 보통 배낭 여행 다니면서 드는 숙박비로, 내가 동경하던 도시에 잠시나마 살아볼 수 있다는 것, 색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내 평생의 소원 중 하나가 뉴욕에서 살아보는 것이라면 왜 소원으로만 남아야 하나? 직접 하면 되지 않은가? 게다가 두 달 동안의 긴 방학은 대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요, 취업하게 되면 꿈도 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당장 짐을 싸라. 오아시스는 금방 말라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