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화장실 구석에 소심하게 붙어있던 봉사단원을 구한다는 종이. 왠지 모를 소박함에 끌렸고 이참에 봉사 한 번 해보자 싶었다. 10명이 채 안되던 봉사단은 이제 20명이 넘는 신입단원과 함께 폴라리스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시각장애 아이들과 함께 체험활동을 하는 봉사단 폴라리스는 북극성처럼 시각장애 아이들에게 항상 그 자리에서 길을 밝혀주자는 의미다. 지금의 폴라리스를 있게 한 주인공은 폴라리스 명예회장 채영찬씨다. 그는 아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더 많아 “봉사단이라는 말보다 자원활동단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폴라리스 초대회장 겸 명예회장 채영찬씨를 만나보았다.
 

단국대학교 사회봉사단 폴라리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폴라리스는 단국대학교 사회봉사단 산하에 속해있는 학생 봉사단입니다. 2010년 10월에 창단하여 첫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제 3년 정도 되어갑니다. 시각장애 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을 통합하여 체험학습 및 캠프를 진행합니다.

-저는 채영찬씨 소개 부탁드린 건데.(웃음)
=제가 저보다 폴라리스를 더 사랑합니다.(웃음) 저는 단국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4학년이구요. 그리고 저는 폴라리스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폴라리스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에요?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캠프를 갔는데 한 학생이 나에게 자기에게는 일반인 언니가 한 명 있는데 언니가 너무 부럽다는 얘기를 했었어요. 언니는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떡볶이를 사먹고, 옷을 사고, 집에서 시험공부도 함께 할 수 있는데 자기는 할 수 없다고. 그리고 그 친구의 경우 반에 학생이 2명이에요. 특수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친구를 사귈 기회도 많이 없고. 그것을 듣고 나의 어렸을 적이 떠올랐고 남일 같지 않았고 그것이 나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앞으로의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특수학교를 찾아다니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모았어요. 그렇게 인천과 서울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12명의 아이들을 모아 체험학습을 하고 방학 중에는 캠프를 가는 봉사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행사 및 활동은 많지만 그런 것들의 공통점은 일회성에 그친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똑같은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꾸준히 매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현장학습 체험 가는 것처럼 아이들을 경험해봤으면 하는 활동을 주로 하는데, 롤링볼 어린이 박물관, 요리활동, 어린이 대공원 소풍 등 일반아이들이 하는 똑같은 체험학습을 하는데, 시각적으로 제한이 있기 때문에 부족할 수 있는 경험들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활동을 하는 목적 혹은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사회를 바꾸는 것처럼 거창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기관 한 기관에 대해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간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애 아이들이 우리가 체험했던 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낯설어하거나 당황스러워 하지도 않을 거고 홀대하거나 경시하지도 않을 거예요.

명예회장 채영찬씨

-눈이 불편하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회장으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가장 큰 어려움은 단원들과의 의사소통인 것 같아요. 회사 같은 단체는 아니지만 일을 할 때는 엄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단원들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안 돼요. 이 사람이 얼마만큼 보람을 느끼고 있구나, 힘들구나, 지쳐있구나 이런 것을 그 자리에서 포착해서 격려하고 다독여주고 싶은데 이런 것이 바로바로 되지 않으니까 너무 미안해요.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부족함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요? 다른 단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을 못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시각에 제한이 있어서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당연한 것 일수도 있지만 체험학습 장소에 한 번도 답사를 가지 않은 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체험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겪어봐야 아이들이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항상 답사를 갔어요. 이런 것을 통해 아이들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이 벌써 19회 체험활동에 4번째 캠프를 기획중인데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이 언제인가요?
=단원들에게 아무리 동기부여를 해도 나랑 다른 비장애이기 때문에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활동을 하면서 나와 똑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해요. 평범했던 대학생들이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고 생각이 넓어질 때를 보면 대표로서 보람을 느껴요. 요즘은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데 우리 단원들이 봉사를 하면서 그런 것보다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나눴던 약속을 중시하고 아이들에게 도리를 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느끼는 것과는 다른 뿌듯함을 느낍니다.

-뿌듯함도 느끼지만 아이들보면서 안타깝다고 느낀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장애이해라는 말은 흔히들 들어본 말 일거에요. 근데 활동을 하면서 이것 자체가 엄청난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장애 아이들이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비장애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 이런 상태에서 비장애 아이들에게 무조건 장애를 이해하라는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요. 이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비장애 또래 친구들을 만날 준비가 아직 안 되었구나. 준비라는 것은 그 또래에 알아야하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또래에 가지고 있어야 할 흥미, 관심이 같다는 것인데 그것이 너무나도 달랐어요. 이건 장애 아이들이 너무 자신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장애 아이들이 자신의 장애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도 있어요. 일반 아이들이 놀리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모르기 때문에 장애 아이들을 보면, 저 친구는 왜 이걸 못해요? 앞이 안 보이는 데 어떻게 해요? 라는 질문을 하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질문이고 때로는 장애 아이들에게 직접 묻기도 해요.
 

-저도 겨울캠프 때 아이들과 썰매를 타는데, 지나가던 아이가 시각장애 아이들을 보면서 얘는 눈이 왜이래요? 라고 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럴 때 장애 아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눈이 안보여. 그래서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 이것을 할 때는 도움이 필요해. 하지만 이런 부분은 혼자 할 수 있어.’ 이렇게 자신의 장애를 설명할 수 있어야하는데 대부분 그러지 못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야지 장애, 비장애 아이들이 친구로서 만남이 가능한데 너무 방어적이기만 해요. ‘놀리지마. 그런 말 하지마.’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이미 많은 것을 진행 중에 있지만, 특별히 폴라리스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웃음) 이루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많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죠. 아이들이 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10, 20년이 지나면 우리와 똑같은 성인이 될 거고 폴라리스를 통해서 손톱이 자라나는 것처럼 조금씩 꿈,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반 아이들에게는 장애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이 많구나. 세상에는 일반적인 것, 절대적인 것은 없는 거구나.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구나.’ 아이들이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긴 것이 있어야 짧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도 오늘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요.

-같은 봉사단원들에게도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폴라리스를 통해 조직생활에 대해서 배워갔으면 좋겠어요. 참을 때도 있어야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나와 성격과 모습이 다른 단원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면서 조직생활에 대해서 연습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시각 장애아이들을 상대로 합니다. 세상에는 눈으로 보는 것 말고 다르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많구나. 눈으로 보기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들도 참 많구나.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 다른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시각에 의존하고 비중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면 폴라리스를 거치는 사람들은 시각에 대한 소중함은 물론이요, 주변의 사람, 사물들을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 관점, 시야로 느끼고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폴라리스

-명예회장님의 폴라리스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네요.(웃음) 끝으로 조금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차별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서 생기게 되는 편견, 선입견, 경계, 거리, 간격에서 비롯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흔히들 하는 말로, 하늘의 별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유는 그것이 빛나서가 아니라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이라는 노래를 통해서도 시각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달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까이서 보는 달은 얼마나 울퉁불퉁 못생겼어요. 하지만 우리 눈에 크고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쟁반 같이 둥근 달이라고 말하는 거죠.
 

이런 사례들처럼 차별은 시각에 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폴라리스를 통해 우리 단원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시각에서 비롯한 편견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못할 것이다. 이 정도밖에 못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이정도만 하면 잘 한 것이다.’라는 생각들이 차별, 편견의 벽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폴라리스와 함께 한 기관, 사람들이 이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