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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음원종량제 정책, 음악 생산자들은 한숨만

음악 유통 사이트 첫 화면에는 ‘상품 패키지’가 뜬다. 예컨대 무제한 스트리밍에 4500원, 150곡을 추가로 다운로드하기 위해선 한 달에 13500원을 내야 한다(벅스). 통신사와 연계하여 멤버십 카드 회원은 50% 할인해주기도 한다(멜론). 음악은 mp3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앨범(음반)보다는 온라인 음원시장이 훨씬 활성화되면서 더더욱 ‘비물질적인’ 재화가 되었다.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 쪽으로 넘어가려는데 지원은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는 무형의 산업에 관심을 둬야 할 때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이다. 무형의 산업에는 각종 문화·예술 분야가 속하며 음악 산업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지난 6월, 문화관광부가 직권상정한 음원종량제 정책을 놓고 보면 이 말이 상당히 모순적으로 들린다.

음원종량제란 음원을 듣는 횟수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기존의 음원 정액제의 경우 일정 금액으로 한 달 동안 음원을 무제한 감상할 수 있었는데, 종량제로 바꾸면 원하는 노래를 여러 번 들을수록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전면 종량제 실시가 아닌 부분 종량제 도입안(A)과 종량제 기반의 현행 체제 유지안(B)이라는 두 가지 심의안을 제시하였으며, 현재 B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태이다.

    


  
음원종량제 정책은 얼핏 보면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지우려는 정책 같아 보인다. 몇몇 언론에서는 “한 곡에 2배 더? 음원종량제, 예고된 요금폭탄”이라는 기사 제목 등으로 가격 엄포를 놓고 있기도 하다. 음원유통사와 통신사 측에서도 음원종량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한 달 음원 사용료가 최대 2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며 소비자와 음악 생산자 간의 갈등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중재안은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보장받으려는 음악 생산자들에게도 위협이다. 현행 음악 정액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종량제는 그다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앨범 가격과 비교해 보자. 시중 판매 사이트 기준 평균 12000원이며 12곡이 수록된다고 가정했을 때 한 곡당 가격은 1000원 남짓이다. 온라인 음원 시장에서 한 곡의 가격이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음원 가격은 권리자, 즉 1차 생산자가 전부를 챙기는 것도 아니며 유통 과정의 업자와 통신업계 간 수익 배분율이 존재하기에 더더욱 몫이 적게 돌아간다. 위의 표에서 음악계 종사자들이 다운로드 금액을 곡당 600원에서 917원으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이들은 또한 무료로 스트리밍되던 음원에 곡당 33원의 가격을 받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생계유지’를 위해서다.

음원정액제폐지서명운동 사이트 만화 중 일부. 음원을 배추로, 음악 생산자를 농부로 묘사하고 있다.

음원종량제와 정액제를 병행하는 정책(B안)이 법제화된다면, 음원유통사이트와 통신사가 합작하여 창작자들에게 강제해 온 최저 수준의 수익 분배율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꼴이 된다. 중재안으로 둔갑하고 있으나 실은 이동통신 관련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액제로 인해 이미 창작 의지를 꺾인 뮤지션들이 이제는 소비자들로부터 ‘밥그릇 싸움 한다’는 억울한 말까지 들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또한 정액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시행되는 종량제는 인디 뮤지션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음원 가격이 인상되어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대중가수도 아니고 유명 기획사의 홍보가 없는 음악인들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음악 산업 정상화를 위한 음악생산인 한마당-Stop dumping music이 지난 10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바 있다. 행사를 주관한 음악생산자연대는 음원정액제의 폐지를 요구하였다. 또한 음악산업 종사자들에게 창작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 자리에서 작곡자 MGR(본명 박용찬)씨는 ‘무제한’ 서비스가 모바일 시대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결국 3천원짜리(정액제) 땅따먹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권리자들이 3천원에서 수익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부분적 종량제를 도입하기 전에 정액제 문제부터 해결되어야 할 이유는 바로 이런 ‘구조’에 있다.

온라인 음원 산업은 불법 무료 다운로드 사이트의 만연이나 저작권 같은 문제와 얽혀있기에 단순히 접근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공급하지 않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와 과도하게 덤핑(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되는 다운로드 서비스로 인한 음악인들의 피해는 더 많이 알려질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음악이 대표적인 ‘비물질적인’ 재화이기 때문에 생산자들의 권리가 더욱 쉽게 무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음악 산업의 높아진 위상과는 달리 잘못된 유통구조로 인해 생산자들이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보다 합리적인 정책 판단으로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3 Comments
  1. 김정렬

    2012년 10월 29일 06:55

    잘 읽었습니다.

    다운로드 시 음원 가격과
    스트리밍 시 음원 가격을
    구분해서 써 주신다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 김정렬

      2012년 10월 29일 07:01

      그리고
      간단히 말하자면 국회놈들이 낸 법안은
      표의 B고,
      다운로드 시 음원 가격은 종량제로
      (수익분배는 1차 생산자에게 불리한 그대로)
      스트리밍 시 음원 가격은 현행 체계대로 한다는 말씀이시죠?

    • 김정렬

      2012년 10월 29일 07:12

      그리고
      음원 업체들이
      ‘다운로드 시 음원 종량제’ 갖고
      미리 듣기나 개별 다운로드를 금지하는
      협박질을 한다는데
      그에 대해 덧붙여 주신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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