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들을 본 건 초등학생 때였다. ‘혜성’처럼 ‘전진’하겠다는 여섯 명의 남자들이 TV에 나와서는 우중충한 노래를 부르며 사회를 비판하는데 어린 마음에도 ‘곧 저 오빠들도 TV에서 사라지겠구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팬덤 문화의 전성기를 함께 누리던 H.O.T, 젝스키스, g.o.d. 그리고 S.E.S와 핑클이 저물어간 14년이란 시간을 꿋꿋이 버티고 여전히 뮤직뱅크에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을 받은 만큼 많은 시련을 겪었던 여섯 남자는 단순히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동안 그들이 그래왔듯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3월 1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한때 주황색 풍선 좀 흔들어 주셨던 언니들을 TV앞으로 끌어 모으는 JTBC의 ‘신화방송’이 바로 그들의 도전이다. 

시청률 1%만 나와도 대박이라는 케이블 방송가에서 지난 7월 7일 방송된 17회가 전국 시청률 1.455%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대박이 난 ‘신화방송’이지만 처음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이돌계에서 ‘예능의 전설’로 불린다는 신화지만, 단 여섯 명이1시간짜리 방송을 통째로 이끌어 나간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MBC ‘무한도전’ 처럼 매주 다른 포맷을 진행해야한다는 부담감에 ‘과연 저들이 잘 할 수 있을까?’라고 기대보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방송에서 인물간의 관계설정이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초반에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반면에 ‘신화방송’은 이미 오랫동안 함께 먹고 자고 활동하면서 정립된 멤버들의 캐릭터와 멤버간의 관계를 유연하게 안고 간다. 따라서 SBS ‘런닝맨’이 월요커플이나 이지브라더스등의 각 인물의 캐릭터를 잡기까지 초기 몇 달간 고전했던 것과 달리 ‘신화방송’은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방송을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이미 비슷한 ‘무한도전’을 경험해 본 전진이 전반적으로 방송을 무리없이 이끌어가면서도 필요한 순간 웃음을 안겨주고, 상대적으로 말을 잘하지만 도대체 웃길 줄 모르는 예민한 신혜성이 MC역할을 주로 맡는 식이다. 막내 앤디는 형들에게 10년 전처럼 여전히 놀림을 당하지만 사장님 포스를 보여주고, 말은 많이 없지만 한때 엽기사진의 지존으로 불렸던 에릭은 방송에서 몸빼바지(일바지)를 툴툴거리며 입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더 웃길까 고민을 한다. 여기에 한때 ‘주접 브라더스’였던 김동완이5할의 확률로 주접을 떨면 옆에서 팀 내 최단신 이민우는 키와 관련해서 자폭을 한다.

 

 

 


신화의 이런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은 제작진 앞에서 뭉쳐있을 때보다 카메라가 설치된 차 안에서다. SBS ‘런닝맨’이나 KBS ‘1박 2일(시즌1)’에서는 유재석이나 강호동이 친절하게 게스트들의 근황을 물어주면서 홍보를 도와주거나, 미션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게스트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나 캐릭터를 잡아주는데 이동 시간을 활용한다. 하지만 신화방송에서는 그 시간을 정말 그들끼리 재미있고 노는데 온전히 사용한다. 지난 15회 ‘MT의 신’편에서 신화 멤버들은 승합차로 다음 촬영장소까지 이동하는 장면이 거의 10분 넘게 방송되었다. 하지만 그 장면 속에서 멤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 부르고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다. 욜란다 비쿨&디컵의 ‘We no speak americano’를 들으며 춤이 흔들릴 정도로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거나 전진과 신혜성이 어설프게 라디오 DJ 흉내를 내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방송 직후 가장 시청자들을 웃게 해준 장면으로 기억되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신화 멤버들이 어색하게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앞에서 짜여진 각본에 따라 방송하는 것 보다 그들의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그 이상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은 신화방송만의 자랑이자 무기다.

하지만 신화방송을 챙겨보게 만드는 이유는 단지 방송이 재미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버디버디로 친구들과 밤새 쪽지를 주고 받던 우리가 페이스북으로 좋아요를 누르는 대학생이 되어버린 시간만큼, ‘출발! 드림팀’에서 뜀틀을 날듯이 넘어다니고 ‘강호동의 연애편지’에서 멋들어진 장기자랑을 하던 신화도 이제는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쑤시는 아저씨가 되어버렸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리즈시절(전성기)을 지나 퍽퍽한 현실의 벽에 다다른 동지가, 영원히 하늘 위에서 빛날 줄 알았던 별이 나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때론 우리에게 술 한잔보다 더 큰 위로가 되어준다. 그리고 십 년 뒤에도 그들이 함께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서 과연 나는 그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라는 기대는 우리를 계속 꿈꾸게 만든다. 여기에 “신화는 욕해도 신화창조(신화 팬클럽)은 욕하지 말라!”면서 학교 수업에 빠지고 공개방송을 보러 다니던 그때 그 친구들도 지금 어디선가 이 방송을 보고 있을 것이란 믿음도 더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