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0을 맞아, 고함20에서는 대선주자 5인에 대한 생각을 ‘20대가 보는 대선주자’라는 주제에 담아냈습니다. 20대의 시각에서 대선주자 5인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한 후, 장점과 단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청년 정책을 비교하면서, 어떤 후보가 청년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했던 청년 컨퍼런스 ‘SARAM 2011’에 참가하기 위해 지원서를 작성하던 중이었다. 당시 청년 발표자들의 멘토 역할을 맡았던 세 사람이 방송인 김제동, 도종환 시인, 그리고 문재인 의원이었는데 문재인이라는 이름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나름대로 정치에 관심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했음에도 다들 아는 것 같은 문재인을 혼자만 모른다는 생각에, 겉으로는 대충 아는 체하다가 집에 가서 인터넷을 검색해 본 기억이 난다.

사실 문재인 국회의원이 유력 대선 주자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서 뼈가 굵은 인물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긴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이던 2002년 부산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며 정치계에 입문한 그다.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던 그즈음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문재인은 야권의 대선 주자로 떠올랐고, 총선 등을 거치며 안철수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게 되었다.

운 좋게 ‘SARAM 2011’의 본선무대에 오르게 되었고, 멘토로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이 배정됐다. 문재인이라는 ‘높은 사람’ 앞에서 떨리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평가와 조언을 받고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식사를 했다. 그 때 느꼈던 문재인이라는 사람에 대한 감상은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굉장히 젠틀하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식사 중에 청년 발표자들이 던진 이런저런 질문에 그는 그의 생각을 확실하게 말하면서도 부드러운 태도를 잃지 않았다. 당시에는 언급하기를 꺼리던 ‘대선 출마 의사’에 대한 질문까지도 말이다.


ⓒ 문재인닷컴

대선 주자 문재인님, 청사진은 준비됐나요?


하지만 대선 출마 의사를 묻고, 문재인 이사장님께서 대선에 출마하셔서 나라를 바로세우셔야 한다는 투로 이야기하고 묻고 부탁하는 사람들의 질문과 이야기들이 사실 와닿지 않았었다. 아마도 문재인이 아직 대통령을 맡기 위해 준비된 사람이 아직은 아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마 의사를 내비치지도 않았을 때 이미 그의 지지율은 높았고 소위 ‘문재인 대망론’도 나돌기 시작했지만, 사실 도저히 그가 꾸려 갈 새 나라의 비전이 무엇인지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당시 입을 닫고 있었고, 날개 돋힌 듯 팔리던 <문재인의 운명>에도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람들은 문재인에게서 문재인이 아닌 노무현을 보고 있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노무현재단의 이사장, ‘노무현의 남자’와 같은 수식어들로 설명되던 문재인은 노무현 없이는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존재였다. MB정권의 실정 앞에서 세상과 거짓말 같이 등을 져버린 고인에 대한 향수가 투영되어 문재인의 지지율을 올려놓은 것이라는 분석은 적확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명함을 가졌던 문재인에게는 자신의 고유한 컨텐츠가 없었다. 이 지점에서 나는 그가 정말 대선에 뜻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확신할 수가 없었다.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꼭 출마를 해야 한다거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거나 하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사실 공식적으로 문재인 의원이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에도 이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 여전히 문재인만 가지고 있는 무엇을 찾으라면 이야기하기 어렵다.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예비후보 등 당내 경쟁자들과도 정책적으로든 선거 전략적으로든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21> 920호에는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분야의 컨텐츠가 다른 후보에 비해 실망스럽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공격적이거나 신선하지 못하고, 종합적으로 잘 짜여졌지만 재미없다는 느낌이 드는 정책 공약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그에게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도 끌어당길 수 있는 청사진, 그것이 대선 주자로서의 문재인 의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 아닐까.


노무현의 후광으로 만족하지 마시길

정책 면이나 인물 면에서 야권의 다른 후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지금 문재인을 당내 1위로 만들어 놓은 지지율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결국엔 다시 노무현이다. 2002년의 노무현 지지자들이 2012년의 문재인 지지자들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그 세력은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지지 세력들보다는 분명히 큰 상태다. 그러나 이미 객관적으로 박근혜, 안철수 지지 세력에 비해서는 부족한 수준임이 드러나고 있다. 소위 ‘골수 노빠’들의 지지만으로는 ‘문재인 대망론’을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후보의 캠프나 ‘노빠’들은 여전히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노무현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MB를 비롯한 여권에 대한 네거티브를 통해 반대 세력을 규합한다면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지난 여러 번의 선거가 증명하고 있다. MB에 끈질긴 네거티브로 맞섰던 2007년의 정동영은 제대로 된 싸움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반MB 통-통 연대’ 구축으로 승리를 자신했던 2012년 4월의 총선에서도 네거티브는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권에게 통한의 패배를 안겼다.

결국엔 승리를 위해서는 자기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노무현의 후광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아킬레스건을 가진 문재인 후보에게는 이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자기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노무현을 넘어서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질렀던 오류들은 과감히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는 방안들을 문재인 의원 ‘자신만의 컨텐츠’로 구축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과 의리를 이야기하며 그의 틀 안에 갇혀 있을 때 손 잡을 수 없었던 유권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렇게 문재인 자신으로 홀로 서는 것이 의리 있는 노무현의 남자로 남는 일보다 훨씬 더 멋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문재인 대선 주자가 되기를, 사실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더 바라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