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50을 맞아, 고함20에서는 대선주자 5인에 대한 생각을 ‘20대가 보는 대선주자’라는 주제에 담아냈습니다. 20대의 시각에서 대선주자 5인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한 후, 장점과 단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청년 정책을 비교하면서, 어떤 후보가 청년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근혜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근혜의 자랑이어라”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어느 교수는 서강대 슬로건에서 ‘그대’라는 문구를 ‘근혜’로 바꿔 전자공학과 74학번인 박근혜를 향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이 패러디가 단숨에 화제가 됐을 정도로 서강대에서 박근혜의 인지도는 바깥 사회에서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2010년 치러졌던 서강대 50주년 기념행사에는 학교를 빛낸 인물 중 한명으로 초청받아 축사를 건넨 바 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나경원 후보의 서강대 방문이 ‘박근혜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얘기가 학생사이에서 돌았다. 과도 다르고 학번도 많이 차이나지만 그는 내 동문 선배이기도 하다.

박근혜는 서강대 이공계의 간판이다. ⓒ 서강대학교

 

박근혜는 악재에 빠진 새누리당을 승리로 이끈 4.11총선 이후 아니 그 전부터 40%가 넘는 지지율을 얻으며 12월 치러질 대선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안철수 원장이나 문재인 의원에게 1위를 내줬던 적도 있으나 곧바로 1위를 찾아오며 대세론까지 거론될 정도다. 이와 같은 정치권에서의 영향력과 서강대 출신이라는 두 가지 이유는 서강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에 대한 얘기에서 박근혜를 빠질 수 없는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선에 관련해 가장 많이 묻게 되는 “누구를 뽑을 것인가”가 아닌 “박근혜를 뽑을 것인가 말것인가”가 그 자리를 가로채곤 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박근혜를 뽑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심각하게 고민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예, 아니오라는 이분법으로 갈릴 만큼 박근혜가 단순하게 다가온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반 대선후보지지율 조사처럼 예가 많으냐, 아니오가 많으냐는 것이 아닌 박근혜를 뽑으려는 이유, 뽑지 않으려는 이유다. 두 대답 모두 박근혜에 대한 의문과 그의 한계를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 중앙일보

 

군사쿠테타를 일으킨 독재자의 딸. 그러면서도 반성은커녕 “구국의 혁명”,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뻔뻔한데다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다. 다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법안 발의가 거의 없을 정도로 컨텐츠가 부실하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일부 학생들이 얘기하는 박근혜를 뽑지 않겠다는 이유는 비서강대인들의 전반적인 견해와 비슷하다. 반면 박근혜를 뽑겠다는 학생들이 말하는 이유는 하나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 “서강대 출신이라 우리에게 좋을 것 같아서.” 
서강대 학생들이 학연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서강대는 양보를 해야 할 정도의 위치며 사회적으로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한 실정이다. 이른바 대학서열 안에서 서강대는 상위권으로 평가를 받는, 위보다 아래가 더 많은 학교다. 몇 년간 대기업취업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남들이 꿈꾸는 대기업 정규직에도 곧잘 들어간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어느 정도 노력만 한다면 경제적으로 남들 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불평등한 교육 구조 속에서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이를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서강대 밖에서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이과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박근혜와 그가 새이름으로 정한 새누리당의 지지기반 중 하나는 경제적 상류층,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 1권력’을 소유한 이들이다. 서강대 학생들처럼 제 1권력들도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더 강화하기 위해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을 바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외치지만 그의 지지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를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그가 복지사회를 구현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냐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는 건 그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예다. 그의 지지율에 저력이 없다는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박근혜의 슬로건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러나 사회구조 상 모든 국민의 꿈이 온전히 이루어 질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니 계수가 보여주듯 사회양극화는 심화됐고 빈곤층은 늘어났지만 해결은 요원한 우리나라의 처지는 기득권의 꿈이 이루어진 결과다. 대학서열화를 낳은 불평등한 교육은 문제를 심화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부품이다. 정치는 자본을 어떻게 나누냐는 것이다. 교육 자본을 더 갖겠다는 서강대 학생들에게, 돈을 더 갖겠다는 제 1권력들에게 대통령 박근혜가 통렬한 한방을 선사해주길 기대하지만, 그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박근혜가 안고 있고 해답을 내놓아야 할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