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를 보름 앞둔 기자는 요즘 택시승차가 즐겁다. 기사님들과 군대이야기를 나누는 덕에 어색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화의 끝은 하나같이 똑같다. ‘요즘 군대 좋아졌어.’ 군필자들의 식상한 레파토리가 아니다. 여러 혁신을 통해 요즘 군대는 정말 좋아졌다. 대표적인 예는 비슷한 기수의 소대원들끼리 생활하는 ‘동기생활관’이다. 선임병의 간섭에서 벗어난 충분한 휴식 보장을 취지로 시범운영되던 이 제도는 좋은 반응을 바탕으로 확대 시행 되고 있다(‘병영문화선진화추진계획’,국방부,7/2). 군의 고질병인 구타, 가혹행위 방지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예비입영자들에게 큰 기대를 주는 ‘동기생활관’. 언론의 긍정적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군복무자들의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면회를 가거나, 통화나 페이스북을 통해 물어보았다. ‘동기생활관 어때요?’

경기도 용인시 3군사령부에서 복무중인 문XX일병(21)은 동기생활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 부대는 내가 들어오기 전 부터 시행하고 있었는데 정말 천국 같아요. 비슷한 ‘짬’끼리 생활하니까 편하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선후임관계이긴 해도 편하게 대하니까 장난도 치고 그래요. 걱정했던 구타도 없고요.” 일병 1호봉인 문XX일병처럼 낮은 계급에  위치한 병사들 대부분은 동기생활관에 대해 긍정적 반응 을 보였다. 3월에 입대해 행정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윤XX이 병(21)은 “간부들 밑에서 일할 때는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는다”면서도, “일과가 끝나고 생활관에 돌아오면 마음 편히 쉴 수 있어서 생활관에서가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다양한 계급이 함께 생활하는 기존의 제도는 군복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다.


 
긍정적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동기생활관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의견들도 상당했다. 특히 계급에 상관없이 소대원들끼리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동기생활관’과 기존제도를 비교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병장으로 복무할 때 부대에 동기생활관이 도입됐다고 밝힌 신승우씨(23, 6월제대)는 “비슷한 기수끼리 생활하면 선임과 후임사이의 교육이 이루어지지않는다”고 지적했다. “청소를 비롯해서 생활관 내에서도 교육할 부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고만고만한 ‘짬찌'(계급 낮은 병사들을 지칭하는 은어)들끼리 있으면 뭘 알겠어요. 배우지 못하니까 실수만 늘죠.” 동기 생활관을 겪어보지 못한 이광철씨(22, 6월제대)는 전투력 하락을 걱정했다. “제가 제대한 후에 시행되어서 동기생활관이 어떤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전투는 소대단위로 이루어지잖아요. 각자 있다가 합치는 ‘축구국가대표’도 아니고, 따로 생활하는 건 소대원 간의 연대를 저하시키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부정적 의견은 아닐까, 그러나 동기생활관이 상대적으로 늦게 적용되는 해병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김XX병장(22)도 제도의 맹점을 지적했다. “계급에 상관없이 함께 생활할 때 는 ‘짬’이 낮을 때만 고생하면 돼요. 그런데 동기생활관은 병장도 일해야 하잖아요. 계급 낮을 때 집중해서 일하고 나중엔 쉬는 편이 낫죠.”

육군보다 앞서 동기생활관을 시행하고 있는 공군병사는 중립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군은 이미 모든 부대에서 실시 하고 있어요. 아주 편히 쉴 수 있고 친밀도가 높아지는 건 좋은데, 선임이랑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건 아쉬운 것 같아요.” 지난 6월에 입대한 고XX이병의 의견이다.

동기생활관에 대한 반응은 계급에 따라, 부대 분위기에 따라 제각각이었다. 아직 제도가 온전히 자리잡지 못해서인지 동기생활관의 성과도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 다만 “생활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는 국방부의 발표만 있을 뿐이었다. 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선 기존 병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식개선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병사들이 변화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면 또 다른 악습들이 생겨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