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 자라, 포에버 21, 유니클로 등의 외국 SPA 브랜드 옷들은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의 옷장에서 하나쯤 있는 브랜드가 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다가 스파이시 컬러, 에잇 세컨즈, 스파오 등 국산 SPA 브랜드의 옷장 공략도 거세다.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 트렌디한 디자인, 게다가 시원하게 터뜨려주는 대박 세일까지…. 바야흐로 SPA 전성시대이다.









SPA? 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이다. 미국 브랜드 ‘갭’이 1986년에 선보인 사업모델로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한다. 백화점 등의 고비용 유통을 피해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비용을 절감시킴으로써 싼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캐치하여 상품에 반영시키는 새로운 유통업체이다. 고객수요와 시장상황에 따라 1~2주 만에 ‘다품종 대량공급’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며, SPA를 ‘패스트패션’이라고도 부른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특히 2011년부터 SPA 시장 판도에서 가장 주목해 볼만한 것은 외국 SPA 브랜드와 국내 SPA 브랜드의 경쟁이다.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굵직한 외국 SPA브랜드는 이미 소비자들의 인식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 또한 같은 기업 형태를 이룬 외국 SPA 브랜드들은 거대 기업이 되기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마케팅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국내 SPA 브랜드가 주류가 되고 외국 SPA브랜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SPA 브랜드들도 이런 불리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지 서울의 주요 지역에 대형 매장을 지속적으로 내고, 현아와 같은 연예인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소비자에게 어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SPA 브랜드에서는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을 택하고 있다. 타 브랜드의 컨셉 차용이 그것이다. 



에잇 세컨즈의 경우 론칭 직후 한 국내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 ‘코벨’ 양말의 디자인을 표절해 논란이 일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SPA 속옷 브랜드인 미쏘 시크릿의 바디 로션과 바디 워시는 미국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제품과 상당히 닮아있다. 투명한 용기에 가운데 부분에 꽃이 그려져 있고 꽃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필기체의 제품명. 빅토리아 시크릿의 대표 바디 제품의 예전 디자인과 거의 같다. 얼핏 보면 미쏘 시크릿에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왼쪽) 빅토리아 시크릿 바디 용품 디자인.                          (오른쪽) 기자가 직접 찍은 미쏘 시크릿 바디 용품 디자인.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 유명 캐릭터의 라이선스 티셔츠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스파오는 여러 면에서 유니클로와 비슷한 점이 많다. 베이직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컨셉이야 패션 스타일의 특성 상 겹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장 안에 제품 소개 라벨을 보면 색상 구성이나 글씨체, 어투 등이 유니클로의 그것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러한 유사한 컨셉은 고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가지게 해서 단기간에 매출을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대중들은 오늘날 패션 브랜드를 넓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단순히 예쁜 옷만 디자인해서 많이 팔면 그만이었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에게 그들 브랜드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르니, 베르사체와 같은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서 단지 옷 값만 싼 브랜드가 아닌, 명품과 대중을 결합시키려고 노력하는 H&M, 티셔츠부터 가구, 그림 작품까지 자신들이 지향하는 스타일을 모아 대중에게 선보이는 어반 아웃피터스 등. 소비자들은 단순히 옷만 사고 나가는 과거의 소비 습관과는 달리 브랜드의 독창성 또한 중시한다. 해외 브랜드들과 비슷한 컨셉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당장의 통계상 성공을 보장할 수 있겠지만, 멀리 보았을 때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전달하는 그들만의 문화와 분위기를 어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국가적 이미지 차원에서도 이러한 컨셉 차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표적 관광 명소인 명동, 신촌 등지에 자리 잡은 국내 SPA 브랜드들은 자연스럽게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우연히 국내 SPA 브랜드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이 자국 브랜드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매장과 제품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한국이 아무리 선진국이라고 해도 자국 브랜드의 컨셉을 차용한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긴 힘들 것이다. 그 외에도 해외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과 함께 터지던 저작권 소송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건 당연지사이다.(크로커다일과 라코스테의 소송을 생각해보라.) 




많은 사람들은 해외 브랜드만을 ‘진짜배기’로 취급하고, 한국 브랜드들은 그 아래라고 무시하곤 한다. 이들의 태도는 지극히 사대주의적이고 비난 받을만 하다. 하지만 이런 예들을 보면 그들을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수익을 쫓아 소비자들의 감성이나 브랜드를 선택하는 가치를 무시한 채 어딘가에서 본 제품이 가게에 버젓이 팔리고 있는데 말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오랫동안 브랜드를 지속하려면 때로는 고집이 필요하다. 기존에 있는 것을 과감히 배제하고,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자신만의 정도를 걷는 배짱은 대박 브랜드들의 공통된 속성이다. 유니클로, 자라, h&m을 이기고 싶은가? 그들을 이기기 위한 길은 베끼기가 아니라, 독창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