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오후 7, 녹색당 채식의제모임(이하 채식모임)이 선릉역 채식뷔페 뉴스타트에서 이뤄졌다. 모임은 자유롭게 식사를 하며 사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해 가볍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 날은 이번에 처음 참석한 회원이 많았지만 막 식당에 도착했을 즈음의 서먹함은 금세 사라지고 테이블마다 채식에 관한 이야기로 시끌벅적해 졌다.

며칠 전 채식모임카페에 가입을 했다는 한 신입 회원은 전에는 채식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먼저 소(고기)를 끊었죠. 그리고 다른 고기도 차츰 끊었어요.”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또 다른 회원은 개인적으로 동물보호활동을 해 오던 차에 채식의제모임을 알게 됐고 저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어 가입하기로 했어요.”라고 참석이유를 밝혔다. 직접 모임을 경험한 소감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채식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여자가 음식을 가리면 고상하다는 시선으로 오히려 좋게 봐주기도 하는 반면, 남자들에겐 남자가 음식을 가리긴……’이라며 핀잔 주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같은 뜻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이렇게 마음껏 제 생각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경험인 것 같네요.”라며 만족을 표했다.

이날 모임장소인 선릉역 채식뷔페 뉴스타트는 국내의 대표적인 채식레스토랑으로서 뷔페라는 타이틀을 단 식당치고는 매우 작은 규모에 음식 가짓수도 적었지만 담백하게 조리한 채식과 통곡물로 만든 빵, 직접 만든 달지 않은 잼 등 소박하나 있을 건 다 있는식당이었다. 채식의제모임의 오랜 회원인 줄리아’(닉네임) 씨는 외국에선 채식메뉴가 열 이면 열, 필수적으로 갖추어져 있어 언제 어디에서나 채식인들도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채식을 즐길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에 비해 채식 메뉴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해 아쉽다.”라고 했다.

한편 이날은 이야기 손님으로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요리연구가 이윤서씨가 초대되었다. ‘마크로비오틱은 자연이 주는 재료를 최대한 손상 없이 통째로 섭취하자는 생체학적 식생활법으로 동양의 음양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몸의 조화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윤서 씨가 마크로비오틱 요리연구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고질적인 병이었던 건선때문. “건선은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병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앓아왔는데 20대 때는 주위 사람이 더 보기 힘들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죠. 이런저런 것들을 접하다가 식생활로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제 병을 낫게 하기 위한 채식방법에 대해 좀 더 제대로 배우고 실행하고 싶어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떠났어요.”

터키와 미국 등에서 선진 마크로비오틱 요리 연구를 배우면서 그녀는 철저한 채식습관으로 만성질환인 건선을 완치했다고 한다. “식생활 개선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인내심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저도 얼마간 꾸준히 채식습관을 지키다가 참지 못해 기름진 음식을 먹은 적이 많은데 며칠 채식을 한다고 해서 몸이 바로 조화를 찾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전에 몸 안의 나쁜 것들이 빠져나오면서 외적으로 보기에는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 데, 그게 바로 명현현상이라는 거죠. 이 시기가 지나야 비로소 몸이 정화되는 거예요.”

이윤서 씨는 또한 채식도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일식만 하는 것은 몸을 오히려 더 차갑게 만들어요. 원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괜찮지만 음기가 강한 사람에게는 악영향을 주죠. 그리고 과일식만 하면 오히려 살이 더 찔 수도 있어요. 그보다는 해조류와 통곡물, 견과류 등을 함께 먹어가면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해요. 그리고 사람마다 체질이라는 게 있지요. 좋은 음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에요. 음기가 강한 사람에게는 양기가 강한 당근, 양파 등 뿌리 음식이 좋아요. 이렇게 각자에게 부족한 기를 보충한다는 개념으로 식사를 해야 합니다.”

마크로비오틱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참석했다는 이윤서 씨의 이야기가 끝나고 2차 모임이 이뤄졌다. 채식모임원이기 때문에 왠지 2차는 찻집에서 할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맥주집으로 향했다. 가게 분위기 때문에 결국 장소를 식당으로 옮기긴 했지만 채식모임하면 흔히 연상하는 금욕적인 느낌과는 달리 회원 모두가 자유롭게 술을 즐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고 10명가량 남은 상태였다. 평소에도 채식모임은 오랜만에 회원들이 만나 밥 먹으며 회포를 푸는 기능을 하는 것 같았고 그 밖에 채식 관련 제언들은 자발적인 의지가 있는 사람들과 녹색당 채식의제모임 운영진에 의해 이뤄지는 듯 했다. 현재 가장 야심찬 계획은 채식카페 설립이었다. 협동조합형식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이용자들은 그 곳에서 자유롭게 음식을 해 먹거나 대접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녹색당 채식의제모임은 단순히 채식인이 교제하는 모임을 넘어서 채식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단체다. 녹색당 산하 모임이라는 성격답게 채식 확대를 위한 정책기획위 운영, 캠페인 시행, 소식지 창간 등 진행 중인 사업만도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곧 있을 베지터 갓 탤런트”(가제)라는, 채식인들이 모여 채식 문화를 공유하고 공연하는 행사는 채식의제모임이 심혈을 기울이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녹색당 채식의제모임 운영진 최윤하 씨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채식 문화를 전파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모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