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가 ‘20대 정책 토크’ 행사와 관련 사전 질문을 받고, 껄끄러운 내용에 대해 ‘마사지’를 요구했다. 경향신문이 6일 아침 보도를 통해 드러낸 사실이다. ‘20대 정책 토크’ 행사는 새누리당의 당내 경선 토론회의 일환으로 치러진 것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박 후보 측은 20대나 청년정책 외에 5·16 논란, 공천헌금 등의 ‘까칠한 질문’은 자제하라고 패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개혁적 성향의 모 사립대학 자퇴생이 막판에 패널에서 제외된 과정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박근혜 후보의 이 같은 행동으로 인해 ‘20대 정책 토크’ 행사는 ‘진짜 소통’이 이루어지는 토론의 장이 아닌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정치 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 행사를 보도한 주류 언론들의 프레임은 ‘싸이질(싸이월드질)’, ‘멘붕(멘탈 붕괴)’ 같은 용어에 천착하고 있다. 20대와의 불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근혜 의원이 “정치권에서는 2004년에 제가 처음으로 ‘싸이질’을 시작했다”며 20대와 소통해왔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나, “자식도 없는데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얘기를 하면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답한 단순한 단어 사용이 기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박근혜 후보 캠프, 새누리당, 주류 언론들의 20대에 대한 편협하고 모자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신세대 용어 몇 개 사용해 ‘젊은 마인드’를 보여주는 방식은 20대는 물론이고, 10대 청소년들에게도 통하지 않는다. 신조어 족집게 과외만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짜 소통과 진정성이 담긴 진짜 소통 정도는 20대들이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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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의 우월함을 전제하고 있는 수직적인 권력관계 하에서는 제대로 된 소통이 일어날 수 없다. 박근혜 후보가 20대와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면, 나이와 정치적·사회적 지위 등 20대에 대해 그가 가지고 있는 권위를 내려놓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20대 정책 토크’였다면, ‘반값등록금 반대’를 전제로 한 등록금 정책과 ‘스펙초월 청년취업시스템’ 등 자신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이 아니었어야 했다. 패널로 나선 20대들, 또 박근혜 후보에게 생각을 전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청중 20대들의 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의견을 교류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설득할 것은 설득하는 자세를 보여줬어야 했다. 결국 박 후보가 권위를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패널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패널들의 질문에 일방적으로 칼을 들이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박근혜 후보도 20대 표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소통 방식은 언제나 소통 자체가 아닌 자신의 이미지를 우선에 두고 있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해 10.26 재보선 이후 인덕대, 한남대 등 대학을 순회하며 학생들과 대화하고 식사를 함께 하는 등 ‘20대와의 소통 행보’를 취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20대의 입장에서 보기에 그것은 소통 행보가 아닌 ‘사진 몇 장’ 남기는 정치적 술수일 뿐이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20대를 대상으로 보거나, 목적으로 보거나, 혹은 ‘싸이질’, ‘멘붕’이라는 단어로 현혹시킬 수 있는 유아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가 정말 20대와 소통할 생각이 있는 것이라면, 질문을 마음대로 조정해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린 정책 토크 당시의 패널들에게, 또 20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러니까 20대를 ‘대등한 대화 파트너’로 보아주지 않는다면, 20대 역시 박근혜 후보와의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