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지자체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 제정으로 뜨거웠던 때였다. 대형마트의 반발과 재래시장의 열띤 환영, 경제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와중에 각 지역마다, 점포마다 사정은 달랐지만 어쨌든 의무휴업은 시행됐다. 그리고 이후, 대형마트 측에서 휴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자체를 상대로 줄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제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두 전선의 판세가 어디로 기울든 소비자들에게 해당 문제는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 ‘골목상권의 붕괴를 막고 영세상인을 보호하자는 외피에, 반기업 정서라는 본체를 지니고 상당히 감상적으로 흘러갔던 초창기의 논쟁구도는 이제 접을 때란 뜻이다.

각종 매체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대형마트가 휴무함에 따라 재래시장의 매출은 증가했다. 5~7%에서 많게는 30%까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린 것이다. 그러나 더욱 정밀한 통계분석을 보면, 휴무일 대형마트 매출이 감소한 액수에 비해 재래시장의 매출 증대 효과는 20~30%에 지나지 않았다. – 물론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보도 자료는 휴무일인 일요일 대신 전날인 토요일이나 다음날인 월요일에 매출이 증가했다고 알렸다. , 갈 곳이 없어진 소비자가 대안으로 재래시장을 택하기보다 다른 날로 미루고 그날을 참거나, 아예 소비 행위 자체를 줄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인 재래시장 매출 증대에 얼마간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근본적인 방안은 아니다. 

재래시장 측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와 견주어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 나름대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다. 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연다든지, 재래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홍보 전단지는 돌리는 것 말이다. 하지만 재래시장만이 일방적으로 소비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좀 부당하게 생각되진 않는가? 재래시장이 골목시장의 상권을 되찾기 위한 또 다른 비책, 우리는 그것을 2010년에 방송됐던 MBC 다큐 음식으로 세계를 구하는 방법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음식으로 세계를 구하는 방법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사람들이 각 가정과 업소에서 버린, 아주 성한 음식물을 보며 혀를 차는 모습을 비춰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한 부부가 등장한다. 부부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중인데, 맞벌이 직장인이므로 일주일에 한번 꼴로 장을 볼 때, 한꺼번에 대량으로 식품이든, 공산품이든 구매를 한다고 했다. 필요한 물건을 미리 적어오지만 매장 곳곳에서 보이는 세일, ‘1+1’의 유혹은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바쁜데 언제 다시 올 수 있나 싶어서, 다시 장을 보기 전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물건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혹하는 마음이 들면 이것저것 카트에 넣다보니 액수는 10만원을 훌쩍 넘어 15만원 상당이 됐다. 이어 부부의 집 냉장고가 화면에 등장하면, 그 안에서 유통기한이 2~3년도 더 된 식품들이 쏟아진다. 아무 생각 없이 순간 마음이 혹해 산 음식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통째로 버리는 게 다반사였다.

부부의 일화가 끝나자 독일의 어느 제빵사가 화면에 등장했다. 그는 마트 측이나 고객이나 언제나 진열대에 제품이 가득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판매량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밖에 없고 결국 멀쩡한 음식들이 그대로 쓰레기통에 직행한다고 했다. 팔고 난 빵을 연료화하는 기술을 독일의 모든 빵집에 도입하면, 핵발전소 하나를 닫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면서. 지나친 소비를 비판하고 이에 대비되는, ‘먹을 만큼만 소비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다큐는 재래시장이 재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직설적으로 알려준다.

부부의 예에서 보듯, 현대인들은 바쁘고 대량소비를 한다. 그런 소비행태에 딱 맞는 곳은 재래시장이 아니라 대형마트다. 더구나 재래시장은 농수축산물 위주인 데 비해, 대형유통마트는 공산품과 전자제품까지 없는 게 없으니 한 번에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한 것이다. 이런 소비패턴은 젊은이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금 주요 주부층인 40~50대는 그나마 재래시장에 대한 친밀도가 높은 편이지만, 완전히 유통마트가 정착한 시절에 나고 자란 20~30대는 재래시장에 대한 거리감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러니 지금과 동일한 소비패턴으로는 시장 구도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의무휴무로 잠깐의 매출 등락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음식으로 세계를 구하는 방법에서는 앞서 등장한 부부와 반대로, 재래시장을 이용하며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만을 먹을 만큼만 구입하여 조리하는 주부 또한 등장한다. 그런 식으로 소비하니, 음식도 신선하고 잔반도 없고 지름신으로 통하는 과소비도 없다고 했다. 결국 재래시장이 다시 번성하려면 그 주부와 같은 소비자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램의 후반부에서는 독일의 공동체지원 농업 단체를 소개해주는데, 그 지역의 특산물을 중심으로 소비자의 수요에 따른 선주문, 후공급을 통해 중간유통을 없애고 싼값에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는 시스템이었다.

  



결국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건은 재래시장의 환골탈태를 위한 노력뿐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 변화라는 것을 다큐는 말해준다
. 정부차원에서 외국의 다양한 시장 문화를 적극적으로 연구하여 도입한다면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은 날개를 달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