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저의 본의가 아닌 표현으로 심려를 끼친 분들께 거듭 유감을 표한다”며 사과의 의사를 밝혔음에도 파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을 ‘그년’이라 지칭해 원인을 제공했다. 이 의원이 뒤늦게 ‘그녀’를 실수로 잘못 입력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수그러들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의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이 의원을 비난하는데 앞장섰고 당 차원에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몇몇 여성단체들도 앞 다투어 이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유감이다. 우선 이 의원의 부족한 현실 인식 능력에 국민들의 손에 뽑힌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년’ 발언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실수라도 잘못에 대한 사과는 즉각적으로 분명하게 해야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두루뭉술하게 본질을 흐리며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였고 민주당까지 도매금 당하는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잘못된 발언”이라며 사과할 것을 권고하고 오랜 지기(知己)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이 충고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은 이 의원의 판단 능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했더라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실수였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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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년’ 발언이 의도적이었다면 이 의원 개인의 유감표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제명해야 한다”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말처럼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금배지는 장식용이 아니다. 문제가 있거나 불만이 있다면 국회 안이든 밖이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의무의 표시다. 다수의 여성에게 모욕감을 줄 정도의 욕설로 상대를 비방할 수 있다는 권력의 표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나라, 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면 그에 맞는 언행을 갖춰야 한다. 특히 정당에 소속돼있다면 당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 의원의 반성이 트위터를 빠져 나와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새누리당도 잘한 것은 없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유력 대선 후보인 박 의원의 측근들이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으며 일부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는 이 의원의 욕설이 불러일으킨 파문보다 정도가 더 심각하다.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의 탐욕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돈의 맛’에 심취한 정치인이 어떻게 재벌개혁을 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이 의원의 욕설 파문에 공천헌금 의혹을 물타기 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그에 대한 욕설과 비방에 대한 반성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