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개념이 있다.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와 유통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여기서 개인정보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일체의 정보를 말하는 것으로,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이 소극적 방어권에 해당된다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정보주체에게 적극적인 통제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능동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기본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헌법 제 10조의 행복추구권과 헌법 제 17조에 보장된 “사생활의 자유”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헌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이처럼 개인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따라, 개인정보를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이 권리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개인정보 중 하나는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번호 유출로 인한 위험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주민번호가 유출되었다는 1차적인 피해를 넘어서, 도용으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가 타인의 실수로 유출되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더욱 더 보장받아야 한다. 네이트온, 옥션, 최근 KT에 이르기까지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2005559

하지만 주민번호 변경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7월 네이트 싸이월드 해킹으로 주민번호가 유출된 한 모씨 등 피해자 80여 명은 주민번호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해 행정안전부에 주민등록번호 변경 청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주민등록번호 변경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원고 패소 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법 상 주민번호를 정정해야 하는 경우는 오류의 정정신청을 받거나 발견한 경우, 주민번호로 북한이탈주민임을 식별 가능한 경우 등에 국한된다” 며 “별도의 입법 전까지 주민등록법령에서 허용한 정정 대상 외에 주민번호 변경 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번 유출된 정보를 다시 안전한 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주민번호 변경이 더욱 더 필요한 이유다. 미국 포털 구글이나 중국 웹사이트 바이두에 KSSN(Korea Social Security Number)를 검색하면 한국인 주민등록번호 리스트, 주민등록번호 생성기 등의 검색 결과가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는 만리타국을 떠돌며 복사와 증식을 반복하고 있다. 개인정보를 회수하는 것은커녕, 더 이상의 복사를 막는다면 다행인 것이다. 지난 7월 말 가입자 가입자 정보 유출 사건 이후, “범죄 조직 전원이 검거되고, 범죄 조직이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 또한 전량 회수되었다”라며 KT가 개재한 사과문은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기업은 늘어나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 규모는 헤아리기 힘든 상황이다.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기본권에 의해 보장되어야 할 주민번호 변경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보이스 피싱과 스팸 문자를 비롯한 2차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