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지난 24일 발표내용은 심각했고 또 식상했다. 1999~2011년 사이 인문계열 학과의 수가 평균 20% 감소한 것이다. 통폐합의 대상이 된 인문계열 학과들 즉, 철학, 사학, 각종 어학과들이 처한 비관적 상황은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군대를 갔다 오니 학과가 없어져있었다는 학생의 하소연은 물론, 비인기 학과 교수 정원에 대한 학교의 부정적 태도에 “교수 임용을 포기하고 요리사를 하며 책이나 쓰고 싶다”는 강사의 한탄(서울 K대 한문학과 배모씨. 03년 기사 중 발췌)도 있었다.


인문학을 대하는 학교의 부정적 태도는 학생들이 밟아나가는 커리큘럼에도 나타난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규식씨(25)는 “필수 이수 과목에 인문학이 없다 보니 우리 학과 학생들은 컴퓨터공학 밖에 모른다. 아무리 이공계라지만 대학생이 소설 한 권 읽지 않게 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학 내 인문학 위기의 대표적 원인 혹은, 인문학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시장논리’다. 공병호 소장은 이에 대해 ‘다수의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망함과 흥함이 연결되어 나가는 것이 세상의 일상이며 때문에 모든 노력하는 사람들은 모두 위기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논리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인문학과의 학생이다. 건국대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강동형씨(23)는 “취업이 쉽지 않은 영어영문학과 특성 때문에 2학년이 되면 전과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 학과 교수님들은 새내기를 잡기위해 MT 부터 부지런히 노력하신다.”고 전하며 “전과를 선택하는 친구들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학생들이 시장논리의 피해자이자 옹호자로 역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입맛과는 상관없이 대학이 인문학을 사랑하던 때도 있었다. 대학생 시절의 인문학 탐닉을 현재의 성공비결로 꼽는 청춘 멘토들의 강연 속에는, 고전에 파묻혀 지낸 방학기간과 인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밤샘 술자리가 있다. 그랬던 대학문화가 해커스와 함께하는 방학기간과 미래에 대한 고민 가득한 술자리로 변한 원인은 무엇 일까. 우석훈 교수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이유로 든다. 그는 저서 ’88만원 세대’를 통해, 경제가 호황이던 80,90년대에는 성적표에 권총(F학점)이 많아도 취업에 문제가 없었지만, 한국경제의 정체가 지금의 대학생들이 1학년부터 성적관리에만 전력을 기울이게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대학교육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재단에 의해 운영되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립대학과는 달리, 국가의 재정지원 속에 시장논리에 영향 받지 않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국공립대학교의 낮은 비중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의 국공립대 비중(학교 수 기준)은 1970년 37.5%에서 2010년 13.8%로 크게 줄어들었다. 국공립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이나, 비교적 사립대학 비중이 많은 미국의 국공립대 비중 70%와 비교했을 때에도 비정상적인 구조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경북대 전현수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사립대는 못 건드리면서 손쉬운 국립대만 구조조정하고 법인화를 추진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경향, 2011) 국가 재정이 어렵던 시절, 사학재단에게 대학교육을 맡긴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이 정설이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GDP 그래프와 정 반대의 형태를 보이는 국공립대 비중은 정부의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설명될 수 있다.


김난도 교수는 저서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이 법률에 따라 보장받는 것은 사회에 대한 대학의 일정한 책임을 위해서이며, 그 책임에는 사회의 방부제 역할과 진리탐구의 역할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은 많은 학문의 뿌리가 되는 것으로 여겨지며, 때문에 비록 단기적인 효과는 뚜렷하지 않더라도 잠재적인 필요성을 크게 갖는 학문으로 자리잡아있다. 사회에 일정한 책임을 갖는 진리탐구의 장소 대학에서 인문학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 대학의 위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