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9시까지 모여주세요’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국을 돌아다니고 매번 후기를 작성하면서 ‘또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국내 모 기업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으로 활동 중인 대학생 이화경(가명, 22)씨의 말이다. 원해서 시작한 대외활동이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 활동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들다. 이 활동이 나에게 플러스가 되는 걸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의문이 고개를 든다.

바야흐로 스펙시대. 이른바 ‘스펙 9종 세트’까지 등장했다. 2002년 스펙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한 이래로, 스펙은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대외활동-인턴-봉사활동-성형수술’의 단계로 진화했다. 극심한 취업난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에 관심을 가진다. 기업이나 국가기관에서 시행되는 대외활동은 기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학교를 벗어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대외활동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모든 대학생들에게 대외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기업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알찬 경험을 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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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라 다른 대외활동? 겪어보면 달라요

국내 모 기업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으로 활동 중인 이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람보다는 의구심을 더 많이 느꼈다. 이씨가 속한 봉사단에서 하는 일은 봉사활동과 친목도모 중심의 활동. 방학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이씨는 활동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기업이 시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활동이라 미흡한 점이 너무 많았던 것. 이에 이씨는 “관심 있는 기업이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시작한 활동이지만 지금은 솔직히 후회가 된다. 전국에 백 명의 대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고 봉사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했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몇 주를 기다려야 했다. 아직 초기단계라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기업의 이름 걸고 서류에, 면접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그만한 가치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대학생 봉사단에서 활동했던 대학생 이종우(26)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저는 공대생이라 외부활동을 별로 해본적도 없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첫 경험이 너무 실망이었다. 활동 단원 모집 시 게재되어있던 정보와 달리, 활동을 하면서 다른 단원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없었다.”고 했다.
 

대학생 김대준(가명, 26)씨는 졸업 전 대외활동을 3개 정도 했었다. 하지만 김씨는 그 활동들이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모집한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했었지만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씨는 “글 쓰는 직업에 뜻을 품고 기자단 활동을 직접 하기도 했다. 기업의 이름을 걸고 학생들을 모집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기에 큰맘 먹고 지원했는데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처음 대외활동에도 외주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외주 대외활동의 문제점은 외주회사가 대학생들을 직접 관리하는 데서 발생한다. 관리를 위탁받은 업체의 입장에서는 관리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기업을 알고 싶고 직접적으로 기업에 인맥을 쌓고 싶어 대외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그런 혜택을 주지 못한다.
 

또한 위의 이씨의 경우처럼 대학생 운영진을 따로 뽑아 운영되고 있는 대외활동도 있다. 실제로 겪어보면 운영진과 비운영진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거나 같은 대학생들이라 운영에 미숙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대외활동이 고(高) 스펙? 그냥 고용당한 느낌!
 

대학생 백가경(22)씨는 같은 대외활동에 세 번째 서류를 넣고 있다. 인터넷에서 자기소개서 팁 등을 찾고 합격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지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백씨는 “나한테 맞는지도 모를 활동인데도 한 번 해보겠다고 이렇게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마저도 자꾸 떨어지면서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든다. 대외활동들이 서류, 면접, SNS미션 등 취업 관문처럼 어려운 문을 만들어놓고는 경쟁률을 높인다. 그리고 그것을 통과하면 마치 굉장한 일을 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의 홍보대사활동을 하고 있는 정소연(가명, 22)씨는 활동을 하면서 기업에 이용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기업이 시행하는 대외활동의 경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업홍보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또한 대외활동을 하는 대학생의 경우, 활동에 시간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에 공부와 용돈벌이용 아르바이트에는 상대적으로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 정씨는 “하는 일에 비해서 지원도 너무 적고… 물론 대가를 바라고 하는 활동은 아니지만 기업이 스펙 붐을 이용해서 대학생들을 우려먹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활동에 대한 경험의 공유가 필요하다

대외활동을 통한 이점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기업이 운영하는 대외활동의 경우 실제로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해당 업무를 느껴볼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소중한 인맥 형성도 가능하다. 대학교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다.

반면 대외활동들이 ‘빛 좋은 개살구’ 일수 있다. 우리에게 빛 좋은 대외활동은 필요 없다. 진정으로 능력 있는 대학생들을 발굴하고 여러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건강한 대외활동이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는 대외활동에서의 좋은 경험을 토대로 미래의 기업인이 될 대학생들을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어떨까. ‘어떤 대외활동이 좋다더라.’ 이런 말들은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외활동은 이런 저런 점이 부족해. 이렇게 고치면 더 좋을 것 같아,’하는 말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대외활동의 좋은 점만 부각시키고 나쁜 점은 은폐해버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아니라 괜찮으면 괜찮은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경험을 공유하며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소통창구를 가진 대외활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