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화재 참사는 인재(人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재에 대한 안전관리 소홀과, 화재가 일어났을 당시의 미흡한 대처가 참사를 만든다. 소방기기 미작동, 가연성 소재의 인테리어가 원인이 된 씨랜드 수련원 참사, 화재 후 미흡한 대응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등, 인간이 부주의한 틈을 타 화마가 덮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진행이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대통령 임기에 맞춰 공사를 끝내려는, 정부 관리들의 과욕이 참사를 불러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공사는 2011년 6월에 시작해서 2013년 2월에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설계자였던 민현준 교수조차 ‘4년은 잡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20개월 안에 공사를 마치려면 아무래도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미술관 주변 사람들 말에 의하면 밤10시가 넘어서도, 심지어 주말에도 공사장 소음이 들렸다고 한다. 작업 공정을 서두르다가 현장의 안전을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만한 상황인 것이다.


ⓒ 위키트리 (@mira661)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3층에는 우레탄으로 단열 공사를 하고 있었다. 스티로폼, 페인트, 시너등 인화물질이 널려있어서 불이 일어나기 쉬운 곳이었다. 그러나 정작 이곳에서는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통상 하나의 단열재 공사를 끝내고, 또 다른 단열재 공사를 해야하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스티로폼, 우레탄 등 여러 단열재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소방당국은 엄격하게 분리해서 진행해야 할 우레탄 발포와 용접 작업이 같이 이뤄지면서 화재의 주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공사현장에는 스프링클러와 같은 시설도 없었으며, 소방시설은 달랑 소형 소화기 두 대뿐이었다고 한다.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안전수칙도 무시한 채 한꺼번에 일을 진행하게 되고, 현장에는 기본적인 소방시설도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단순히 현장의 안전 불감증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몰아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만약 공사기간 단축이 이번 사건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정부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있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면, 더욱 신중히 일을 진행해서 건축 과정에서의 사고를 최소화했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공사를 빠르게 할 것을 요구했으니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깝게 운명을 달리한 노동자 네 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나아가 다시는 이런 인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의 안전관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