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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조교는 아무일도 안한다는 편견, ‘조교는 억울해’

“조교쌤, 성적은 언제 나와요?” 
“조교쌤, 휴학신청은 어떻게 해요?” 
“조교쌤, 교환학생 갈려면 어떡해야 해요?” 
“조교쌤! 조교쌤! 조교쌤!!”

대학생이 되어 학교 업무에 관해서 궁금한게 있으면 조교부터 찾게된다. 보통 조교들이 명쾌한 답을 주기도 하지만, 답을 제대로 주지 못하거나 설렁설렁 대답하는 모습을 보이면, 조교들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조교 진짜 일 못해.”
“조교가 하는 일이 도대체 뭐야?”

그렇다면, 이런 학부생들의 말처럼 대학 조교들은 정말로 일도 못하고 똑똑하지도 않고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일까? 그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해하려 해보지도 않은 조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기 위해, 부산외대 스페인어 학과 사무실을 찾았다.

Q.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외대(부산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조교 박은영(24, 가명)입니다.

Q. 조교가 하는 일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A. 조교가 하는 일은 보통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요. 특히, 학생들에 관련된 전반적인 일들은 다 저희가 관리해요. 개강 전에 학과 시간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기가 끝날 때 성적처리까지 모든 학과생활에 조교가 개입되지 않은 일은 없어요. 과 집부(집행부)들과 엠티 기획에 참여해서 예산을 책정하기도 하구요. 교직이수, 교환학생 관련된 일도 다 저희가 처리해요.


그리고 교수님들은 보좌하는 것도 기본적인 일 중에 하나에요. 저희 과에는 학교의 중남미 연구소와 연계되어 있는 교수님들이 계시거든요. 그런 교수님들의 수업일정과 연구소 일정이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역할을 하죠.

Q. 그럼 하는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이 있나요? 

A. 가장 힘든 일은 학생 관리죠. 특히 그 중에서도 교환학생 관련 일들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교환학생 신청 접수를 4월부터 받는데 학생들이 해외로 떠나는 7월 정도까지는 그 일에만 매진해요. 3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교환학생 신청을 받는데, 서투른 학생들이 종종 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신청서 작성도 제각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교가 서류 하나하나를 일일이 체크해야 해요. 그리고 나서 모든 서류가 제대로 작성이 되고나면 각각의 해외의 대학교로 서류를 보내요. 또 학생들의 입학 허가가 떨어지는데 보통 2개월 정도가 걸리는 동안, 또다시 저는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가는데 필요한 서류를 준비를 도와요. 여행자 보험, 비행기 예약 그리고 통장사본 등 여러가지 서류들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죠.

Q. ‘이런 것 까지 조교가 하는 줄 몰랐다.’하는 일이 있나요?

A. 시간표 작성이요. 일반 학부생이였을 때, 수업시간표는 학교 시스템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줄 알았어요. 시간표 작성은 조교들이 1학년부터 4학년까지의 모든 시간표를 만들어요. 특히, 시간표 작성을 위해서 담당 교수님들 스케줄과 다른 과의 수업도 고려하고 빈 강의실을 체크해야하는 등의 일들을 해야하죠.

Q. 혹시 학생과 마찰이 있었던 적이 있나요?
A. 일반적으로 1학기가 시작될 때 학생증이 발급되는데, 올해는 어떤 이유에선지 여름방학이 다 돼서야 학생들이 발급되었어요. 그렇다보니 도서관이라던지 학생증이 필요한 일들이 있는데, 아직 학생증을 발급 받지못한 1학년 학생들의 불만이 커졌죠. 학생들이 매일 조교실에 찾아와서 학생증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고, 전화하고. 학생증이 많이 늦게 나오기는 했어요. 하지만 학생증은 제가 만드는게 아니잖아요.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데, 학생들은 짜증만 내니 저도 답답했죠.

Q. 일을 하다가 서러웠던 적 있나요?
A. 요즘 저는 계속 교환학생들의 성적을 처리하고 있어요. 지난 학기에 멕시코에 있었던 학생들이 그 쪽 학교에서 받은 성적을 우리 대학성적으로 변환시키고 입력하는 작업을 하는데 일일이 과목 코드를 찾아서 하나하나 등록해야 해요.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수업을 듣게 아니라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을 듣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코드를 찾아 등록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죠. 그리고 다시 멕시코 학교에서 성적이 잘 못 입력됐거나 빠진 과목이 있는지 없는지를 학생들이 확인하고 확인 메일을 보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함부로 성적 입력을 할 수가 없어요. 저는 학생들이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학생들 본인의 확인이 꼭 필요한 거죠.

그런데 학생들 중에 성적 확인 메일을 안 보내는 일이 있어요. 게다가 조교들은 학생들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확인 메일을 보낼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몇 주가 걸려서 모든 확인 메일을 받고 최대한 빨리 성적을 다시 입력하려고 하는데 한 학생의 성적이 중복이 되는 거예요. 성적 확인을 제대로 안한 거죠. 어렵게 그 학생이랑 연락이 되었는데 적반하장으로 해당 학생에게 ‘성적입력을 미리 좀 하시지’라는 말을 듣고 나니 서러웠어요. 확인 메일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몇 번이나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어서 처리를 못하고 있었거든요. 학생들은 어떻게 일이 처리가 되는지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까 서러웠어요.

Q.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학교 홈페이지에 보면 학생들이 많이 문의하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다 올라와 있어요. 조교실에 전화하거나 저한테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무조건 물어보기 전에 자신이 먼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전화를 하더라도 학과 사무실전화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업무가 끝나고도 제 휴대폰으로 문의가 많이 오거든요. 그럴 땐 사생활도 없이 24시간동안 꼼짝없이 조교 일만 하게 되요. 자기는 처음 물어보는 거라고 하지만 똑같은 걸 처음 물어보는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니까 저는 똑같은 대답을 계속해서 되풀이 하구요. 그리고 학생들의 협조가 필요한 일에는 적극 협조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일을 더 빨리 처리 할 수 있으니까요.

 
조교라는 사람이 원래 학과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는 일이 많고 힘든 건 감수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이 제가 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대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오늘도 조교들은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2학기 시간표작성, 학과 일정 조정 그리고 1학기의 성적 입력. 하는 일이 없어보여서 늘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조교는 알게 모르게 뒤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방학 동안 조교들이 만들어준 시간표로 우리는 새 학기를 시작하고, 학과 생활에 참여하게 될 것이며 즐거운 축제를 즐길 것이다. 2학기 개강을 하고 나서 조교실의 문을 두드릴 때는 방학동안 우리를 위해 남모르게 열심히 새 학기를 준비해준 조교들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으면 한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1 Comment
  1. 노지

    2012년 8월 16일 22:25

    어라…제가 다니는 부산외대네요 ㅎㅎㅎ;;
    뭐 ‘다녔던’ 표현이 맞겠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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