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성역이었다. 휴전 중인 분단국가에서 군대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금기가 깨졌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인 김두관 후보가 19일 모병제를 도입하겠다는 대선공약을 발표한 것이다. 이전에도 사회적으로 모병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존재했지만, 정치권에서 그것도 대선 주자가 전면적으로 이를 정책화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두관 후보는 “대한민국의 국력을 감안할 때 징병제보다 모병제가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며 강한 군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징병제 하에서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조 원 발생하며, 모병제로 전환하면 국내총생산(GDP)이 35조원 상승하며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력 약화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 전쟁의 승패는 병력 수가 아닌 첨단기술과 무기에서 판가름되며, 알려진 북한의 군사력이 실제보다 부풀려져있다는 근거에서다.

ⓒ 아시아투데이

모병제 공약은 청년들에게 매우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20대 초반 남성들이 ‘2년’을 국가에 헌납하느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군대 가면 다 없던 게 된다’는 마인드는 미필 청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게 만들어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청년들은 2년간의 군복무 기간 동안 꿈을 좇기 보다는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존재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징병제는 군대 문제를 성대결의 양상으로 몰고 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위계에 복종하는 것이 기본인 군대 문화를 모든 남성들이 겪게 하는 현 상황은 모든 사회의 문화에도 ‘군대’의 냄새를 심어놓고 있다.

징병제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모병제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모병제에 대한 반대의 논리가 다분히 비이성적인 방식으로 작동해 온 것이 사실이다. 분단국가의 현실, 북한의 존재 등을 들이밀며 모병제 주장을 북한 도와주는 일로, ‘빨갱이’들이나 하는 말로 몰아버리면 그만이었다. 이러한 일방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징병제를 폐지해서 잃을 것도 있겠지만, 반대로 징병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잃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득과 실에 대해서, 청년들의 삶에 군대 제도가 미치고 있는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청년과 관련된 대선주자들의 정책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일자리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었던 데다가, 각 후보들의 공약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김두관 후보가 새로운 청년 이슈를 공론장에 던졌다. 아직까지는 민주통합당 내부 경선 2~3위를 다투는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의 공약일 뿐이지만, 어쨌든 이슈화가 되었으니 판은 마련된 셈이다. 김 후보는 “징병제 폐지가 청년층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징병제의 필요성을 주장하든, 모병제의 가능성을 주장하든 어떤 쪽이든 좋다. 군대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어야 한다. 군대 문제와 관련이 깊은 청년 당사자들이 이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