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아주 작은 흙더미다’
파이시티 건설 청탁 관련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 22일 법정에 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인용한 한비자의 경구다. 최 전 위원장은 브로커 이동률 씨를 통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전달한 돈 6억 원을 받은 혐의를 인정하며 “정치를 해보면 알겠지만, 한 달에 5000만원씩 1년에 걸쳐 받은 것은 그렇게 큰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받았던 돈이 작은 흙더미에 불과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최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을 목적으로 돈을 건넸다는 것과 2008년 2월 추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정하기도 했다. 죄를 뉘우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이제는 일말의 동정심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재판 과정에 있었던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져 당혹감마저 느끼게 한다.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이 월 280여만 원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5000만원이 어떻게 큰돈이 아닐 수 있을까? 국회의원의 세비와 대통령의 연봉도 각각 월 1200만원, 월 1500만원으로 최 전 위원장의 주장과는 차이가 크다.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세비에 4배에 이르는 비용을 모두 썼다면 어디에 썼는지 궁금할 정도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정치자금을 어떻게 얼마만큼 썼는지 밝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 것이다. 

ⓒ 뉴스원

최 전 위원장은 ‘받은 돈에 대가성은 없지만 마음의 빚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돈액수가 크고 돈 받은 시기도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가 지연돼 사업이 어려울 때”라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금품을 수수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이 받은 금품에는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의 후원금이라 할지라도 불법은 불법이다. 이를 큰돈이 아니라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 일하더라도 그 분야 롤모델이 되려 최선을 다했다“며 뻔뻔함까지 보여준 최 위원장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전형을 본다. 지금 최 전 위원장을 롤모델로 삼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건 ‘걸려도 그만’이라는 최 전 위원장의 뇌물관(賂物觀)이다. 최 전 위원장이 뇌물에 대해 가진 것과 같은 관점이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에 터졌던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를 초래한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직에서 정치를 하는 이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지녀야 하는데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그렇지 못했고 그렇다면 과도하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엄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7월30일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가석방은 빠져나갈 쥐구멍이 이들의 뇌물관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게 한다.
최 전 위원장의 보석 신청도 마찬가지다. 최 전 위원장은 검찰이 최 자신에게 징역 3년6월 벌금 8억 원을 구형한데 대해 “수감생활이 벌써 110일을 넘어섰다. 많은 나이에 육체적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며 “회복이 어려운 한계점에서 버티고 있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최 전 위원장은 그 전부터 병원에서 수감생활을 하며 특혜의혹을 받았다.  방통위원장으로 일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들었던 죄는 환산하기도 힘들다. 이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감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