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이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다. 25일 제주 모바일경선 개표 결과가 발표된 후 비문재인 계열 후보들이 투표 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6일 실시된 울산 경선에는 문재인 후보를 제외한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후보가 참가하지 않아 합동연설회마저 생략해야 했다. 첫 경선을 감동의 시작과 반전의 발판으로 삼으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한참 틀어지고 말았다. 후보들과 당 지도부 측은 사태 자체에 대한 유감을 우선적으로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는 갈등의 모습을 드러냈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정치 혐오나 정치 무관심이 증가하는 이유인 정치인들의 세력 다툼을 민주당 경선에서 또 보게 된 것이다. 당의 노선이나 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아니고, 고작 재투표 기회를 부여하네 마네, 후보 이름을 읽어주는 순서를 바꾸네 마네 하는 문제로 빚어진 혼란이다. 결국 한 마디로 수 틀리면 어깃장을 놓는 식의 ‘정치’가 반복된 것이다. 후보들에겐 중요한 문제인지 모르지만, 국민들에게는 유치하게만 보일 뿐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기 보다는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는 문제가 우선이라는 것은 민주당과 대선 주자들이 무언가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의심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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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민주당은 앞뒤로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반MB 정서를 토대로 2012년 총선에서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연초만 해도 대세였으나, 지금은 완전히 180도 반대의 상황이 됐다. 총선은 허무하게 패배했고, 대선 레이스에서도 민주당은 작년 9월 이후 지속적으로 3등이다. 그것도 대등한 3등이 아닌, 꽤 격차가 벌어져 기적이 아니고서는 희망이 없어보이는 3등이다.

현실이 이러한 데도 민주당의 정치 행보에는 변화가, 반전이 없고 구태만이 반복될 뿐이다. 1,2위를 다투는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나 안철수 원장과 비교해 더 빨리 뛰어도 모자랄 판에 ‘삽질’만 계속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경선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으나 후보 결정 이후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봉하, 홍대 같은 상징적 장소를 선점하는가 하면, ‘이게 새누리당 공약이 맞나’ 싶을 정도의 개혁적 공약을 연일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의 생각> 출판 이후 ‘더러운 정치권’에 때묻지 않은 이미지를 내세운 안 원장도 미디어 노출을 늘려가며 굳건한 지지율을 지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행보에서는 한숨만 나오는 형국이다.

현실 파악, 민주당에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지금은 결단 없이 내부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약점을 노출시켜도, 대선 때가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표가 결집되어 새누리당과의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2040의 숨은 표’가 자신들을 지탱해주고 있을 거라는 그런 ‘망상’들이 민주당의 갈 길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믿는 구석인 2040은 그렇게 속이 좋지 않다. 멋있는, 뽑고 싶은 민주당일 때 표를 주는 것이지 새누리가 싫어서 표를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의 민주당을 좋아해서 표를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민주당은 2002년의 방식을 반복하면 그대로 통할 거라는 쉬운 기대를 즉시 접어야 한다. 정치로 경쟁하지 말고, 정책으로 경쟁해 대선 이슈를 선점함과 동시에 안철수와의 차별점도 드러내보여야 한다. 지금 민주당에게는 안철수와의 차이점은 물론 박근혜와의 차이점도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구태만이 보일 뿐.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어려운 길을 걷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 자꾸 이러면, 2040도 민주당에 절망하고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