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대구지역 주요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조사함.
지난 달,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성균관대학교의 한 기숙사는 식권 구매를 강요하여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주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숙사에 들어오려는 학생들에게 매달 60매의 식권을 구입하도록 강제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위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거래강제 행위에 해당됨을 밝혔다. 결국 지난달 5일 성균관대학교가 해당 기숙사의 의무식의 폐지를 9월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시행된 제도가 시행 3년 차인 올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기까지는 2년 반의 긴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왜 이렇게 ‘늦게’ 해결된 것일까.  
문제는 학생이 기숙사 문제에 있어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교육과학 기술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는 매년 치열해지는 기숙사 입사 전쟁을 방증한다. 10개 거점 국립대 기숙사의 타 지역 출신학생 수용률은 36.8%에 그쳤고 서울과 수도권 주요대학의 동일 항목 평균 또한 17.3%에 그쳤다.

따라서 기숙사에 입사하더라도 다음 학기에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해당 학교의 기숙사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입을 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학생이 감수해야 하는 대학 기숙사의 여러가지 문제점은 여전히 문제제기조차 되지 않는다. 이에 우리는 새 학기, 험난한 기숙사 진입의 장벽을 넘어서 또 ‘약자’의 입장이 되어 살아야 하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현행 기숙사 제도의 실태를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1. 차별적 기숙사비 적용, 학생들의 선택권을 위한 배려? 
 
 K대의 경우 2001년에 지어진 일반동과 작년에 지어진 신식기숙사에서 학생들을 모집한다. 두 개 동은 서로 다른 입사조건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기숙사의 원래의 목적은 타 지역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에도 불구하고, 일반동의 경우 해 광역시외에 거주하는 학생만 가능하지만, 신식기숙사는 이러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리고 일반동의 경우 각 단과대학별 성적순으로 입사지원 자격을 부여하지만 신식기숙사의 경우 대학전체의 성적순으로 입사지원 자격을 주어 일반동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신식기숙사에 지원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K대 학생인 김씨(여, 23살, 기숙사 1년 거주)는 “구미에서 왔고, 여자라 자취하는 것이 불안해서 학교기숙사를 선택했는데, 1학년 2학기 2학년 2학기 두 번다 일반동에 떨어져 신식기숙사에서 거주했다”라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의 경우 단체생활에서 샤워 및 화장실 사용이 힘들어 오히려 신식기숙사처럼 개인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화장실이 필요하지만 학교는 장애우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 일반동에 한하여 우선 입사대상자의 지위를 허용하고 있다.
 

C : K대 기숙사 우선입사대상자 조항 (2012학년도 1학기 기준)

또한 신식기숙사는 일반동 보다 관리비가 60여만원 가량 높다. 물론 각방에 샤워시설을 갖춘 개인화장실과 각 층마다 스터디룸 등 다양한 시설과 최근에 지어져 깨끗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지만 큰 가격 차는 부당하는 것이 학생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입사조항은 학생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학구열을 장려한다는 기숙사 설립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겉으로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만 차별적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2. 먹지 않는 밥값 VS 반찬으로 나온 커피 
다른 기숙사의 밥값과 Y대의 밥값은 달랐다. 점심을 포함시키고 있는 Y대 기숙사가 더 비쌌다. 다른 대학의 경우 쿠폰제와 같은 방안을 쓰며 유동적으로 운영하지만, Y대는 여전히 점심을 의무식에 포함시키고 있다.

김씨(남, 24세) 같은 경우에는 수업과 겹쳐 점심을 거의 먹지 못 했고, 그대로 날려 버린 식비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몇 끼 못 먹어요. 솔직히 밥값 너무 아깝죠. 그 돈 있으면 학생식당에서 더 맛있는 걸 사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거리도 멀어서 웬만하면 잘 안 들어가는데 밥값이 아까워서라도 힘내서 들어가야죠.” 자율적으로 할 시 급식단가가 올라가는 건 이해하지만, 금전적 손해보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수업 때문에 점심을 먹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고 지적했고, 이 점에 관해 자체적인 투표를 했지만 부결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Y대와 달리 K대에서는 식사의 질에 대한 반발이 크다. 윤씨(남, 26세)는 지난 2년 간 기숙사 생활을 하며 기숙사 비용에 의무적으로 포함된 K대의 기숙사식을 먹었다. “솔직히 기숙사 밥은 먹어도 배가 찬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기숙사가 식사의 질을 낮은 식대에 맞추면서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치킨 마요네즈에는 치킨대신 100원 동전만한 치킨 너갯이 들어가죠. 또 한 번은 제공되는 3가지 반찬 중에 메뉴 하나가 커피가 나왔는데, 이건 누가 봐도 너무하지 않나요?” 때문에 이번 학기에 Y씨는 기숙사를 나와 학교 인근 원룸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했다. 식사의 질이 기숙사를 나가기로 한 결정에 모든 원인은 아니라고 밝힌 그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지만 결정을 할 때 식사의 질도 고려한 것은 사실이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C : 연합뉴스


3월 MBC ‘불만제로’가 서울 소재 일부 대학 기숙사의 의무식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입사조건에 의무식비가 붙는 것,  시간표 탓에 점심을 먹지 못하는 한 학생 등을 취재해 그 부당성을 잘 드러냈다. 더불어 ‘불만제로’ 제작진은 해외통신원들을 연결해 일본과 프랑스의 기숙사식 제도도 다뤘다. 일본의 대학교에서는 자율식권제를 운영하고 있었고, 학생들이 필요할 때마다 식권을 구입해 먹었다. 프랑스의 학생 기숙사 역시 학생들이 식사를 할 때마다 현금을 지불한다. 가격도 외부식당의 5분의 1정도로 저렴하단 걸 방송했다.

3. 기숙사 직원은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가
K대의 김씨(남, 23살)는 방학 기간 동안 학교프로그램 참여로 한 달간 기숙사에 거주하게 되었다. 입사 후 그는 해당 기숙사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문제는 배정받은 기숙사 열쇠가 잘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무더운 여름 학교수업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K씨는 다시 경비실에 가서 비상열쇠를 받으러 가야했다. 정문까지 다시 걸어온 그는 경비실에서 상황을 말하고 비상열쇠를 요청했지만 경비실에서는 열쇠가 없다고만 말했다. 그런 태도가 어이가 없고 또 경비실에 비상열쇠가 없다는 것에 의심이 들어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태도에 변화가 없었고, 오기가 생긴 그는 열쇠를 줄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하자 그제야 비상열쇠를 주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공짜로 이용하는 주제에 요구하는 것이 많다는 둥 핀잔까지 들었다고 한다.   
Y대의 경우는 학생과 기숙사 사감(권한을 위임 받아 기숙사에 학생과 거주하며 관리하는 관리자)과의 분쟁이 문제가 되었다. 사건에서 문제를 키운 것은 사감의 권위적인 태도였다. 사감의 이러한 태도를 문제 삼아 학생은 학교 게시판부터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건의 정황은 학생은 논문을 작성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때 사감이 들어와서 담배꽁초를 보여주었고, 학생의 담배 갑을 열어 같은 담배라는 것을 확인하고 사감은 그 학생의 잘못으로 몰아갔다. 학생이 부인하자 그대로 불평을 토로하면서 나갔다. 그 다음 학생은 문제 학생으로 찍혔고, 사감이 마스터 키를 이용해 불시로 문을 열어 방을 점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나중에 사감에게 가서 이를 따지자 통화를 했는데 안 받아서 그랬노라고 토로했지만, 학생의 전화기록에는 통화 내역이 없었다. 다행히 자치회 회장과 기숙사 행정실의 중재로 일단락되었다. 이 사건이야 말로 사감의 권위적 태도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경비원, 기숙사 사감과의 기숙사생들 간의 분쟁은 기본적으로 ‘대학생’을 ‘학생’으로만 보지 ‘성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관리자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물론 그들이 기숙사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공동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고충을 겪는 건 인정해야한다. 그렇지만 문제가 일어났을 때 행동해야 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학생을 규제하고 억누르고 비난하는 방식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Y대의 사례와 같이 자치회가 중재로 나서는 것 또한 하나의 문제해결 방식이지만, 이 사건이 격화되기에 앞서 대학본부가 앞장서 기숙사를 관리인에 대한 학생 인권 교육 및 서비스 교육을 강화했다면 양측이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기숙사 문제, 해결방안은?
 
지난 6일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기숙사현황 조사결과’ 자료를 보며 “치솟는 물가와 대학등록금에 기숙사비용까지 학부모들의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의 잠자리가 언제부턴가 대학들의 돈벌이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이 근거로 든 것은 ‘대학기숙사현황 조사결과’ 자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학기별 기숙사비의 최저액은 18만원이었지만 최고액은 282만원으로 무려 16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이 무려 7조원이나 되는만큼 적립금의 일부라도 기숙사 건축비용 등에 사용한다면 기숙사 비용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한 기숙사 확충 방안’을 심의, 의결했다. 현재, 전국 대학 평균 기숙사 관리비가 월 24만원 수준인데 대해 5만원 더 저렴한 ‘연합기숙사’를 추진하겠단 것이다. 박장관은 올해 안에 국유지 한 곳에 사범사업을 발굴·추진하고, 매년 1~2개 신규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했다. 가격인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사학진흥재단, 장학재단, 자산관리공사 등 다양한 사업 주체가 참여하는데 국유지를 활용하여 설립 비용을 줄이고 사립 대학 부지를 활용할 경우 저리융자와 건축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내놓았다. 현재 기숙사 사업의 투명성 확보의 필요성도 내놓았다.
이처럼 기숙사는 발전적인 관점에서 학생의 편의를 위해 건립 된만큼 학생을 위해 노력 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기숙사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불만제로’에서 방영한 ‘자율식권제’를 사용하는 일본과 프랑스의 상황을 벤치 마킹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는 각종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나아가, 정부나 학생과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