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측이 재수강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어제(10일) 확인됐다. 정인권 연세대 교무처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수강으로 부풀려진 한국 대학생의 성적표가 국내 기업과 해외 대학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 국내 대학가의 해묵은 금기를 깨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세대측은 재수강제도를 폐지한다면 학점 신뢰도 회복과 학점 인플레이션 감소 모두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학점 신뢰도와 학점 인플레이션 모두, 한국 대학의 문제로 줄곧 지적되어온 문제다. 그러나 재수강제도 폐지가 과연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지는 의문스럽다. 대학과 기업에게 긍정적일지 몰라도 정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겐 부정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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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재수강제도는 학점 인플레이션의 근본적 원인이 아니다. 학점 인플레는 대학생들이 학점의 노예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학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학점에 대한 변별력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치열한 취업 경쟁에서 높아서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고익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당연히 ‘재수강’을 할 수밖에 없다. 오점 없는 완전무결한 성적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수강제도는 학점경쟁을 위한 수단, 그 이상은 아닌 셈이다. 현실을 보면, 재수강제도는 오히려 학점경쟁의 휴식처였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은 재수강제도를 믿고 1년을 어느 정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수강제도를 폐지한다면 학생들의 처지가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일종의 패자부활전 역할을 했던 재수강제도가 사라짐으로써 모든 수업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이다. ‘한 번 더’가 사라졌기 때문에 모두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지금도 팍팍한 대학생활이 더 팍팍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학점 인플레이션의 궁극적 원인인 취업경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으면서 왜 학점경쟁의 도구일 뿐인 ‘재수강제도’만 없애려고 하는지. 학생들이 취업경쟁에 내몰리든지 말든지 학점의 신뢰도만 강화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 더욱더 근본적으로 학점과 취업은 도대체 무슨 연관관계가 있는지. 대학교의 평판과 기업의 편의 사이에서 대학생의 문제는 더 이상 대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연세대학교 본부는 재수강제도 폐지가 정말 모두를, 아니 연세대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연세 대학생들을 위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