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꼬챙이 같은 걸 던진 것에 맞아 다쳤어요. 한 30~40명의 동지들이 부상당한 것 같아요.”(지난 8월 ‘용역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내용 인용) 노조원들의 절박함으로도 견딜 수 없던 폭력의 공포, 7월 27일 자동차 부품업체 JSM의 안산공장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는 말 그대로 ‘야만의 새벽’이었다. 8월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하루 일당을 위해 인륜을 저버린 파업 현장의 경비용역업체 이야기를 다뤘다. 방송 내용에 폭력적인 경비용역업체의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세상에 공개된 것은 야만적인 용역 폭력의 실태뿐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일에 학생들이 다수 가담하여 기여하고 있었다.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도 합법적 깡패가 되어 사회적 약자에 등을 돌리고 있다.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대전 유성기업 현장 등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대학생은 인터뷰를 통해 “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역알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단기 고소득이라는 달콤한 유혹 아래, 많은 학생들이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이는 용역깡패를 용인하는 사회의 잘못일까 돈을 좇아 양심을 배반한 젊은이들의 실수일까.

ⓒ 다산인권센터

학생들은 왜 용역 아르바이트를 할까

젊은 남학생들이 고수익 용역 아르바이트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흔히 어려운 형편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작한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용돈 마련과 자금 축적 등에 만족감을 느껴 일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 용역 아르바이트가 장기간이 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용역반장(현장 출동 전 담당 조원 부하직원을 관리하고 폭력의 수위 정도를 지시함) 출신
최용호(가명,24세)씨는 이에 대해 “자주 찾아오다 보면 함께 일하던 건달들과 쉽게 어울려 자연스럽게 건달 무리에 합류하게 된다. 일단 그 무리에 합류하게 되면 본인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용역업체의 거짓구인 공고에 속아 용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학생들도 있다. 하루 만에 일을 그만뒀다는 채용(대학생, 25세)씨는 “돈도 좋지만 사람을 때리고 또 본인의 몸을 혹사시키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 일당 10만원의 ‘현장안전관리’ 직을 지원했지만, 현실은 파업현장에서 반대편에 선 경비용역업체와 싸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그럴싸하게 포장된 구인 공고에 속아 용역 아르바이트를 경험하게 된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특수한 경우도 있다. 개인적 친분을 통해 어렵게 접촉할 수 있던 용역반장 출신 최 씨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용역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취직이 어려운 전과자나 건달 생활하는 사람들이 스카웃 제의를 받거나 스스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폭행에 의해 신고가 접수 되어도 대부분 파업집회 해산과 동시에 풀려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도 그다지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솔직히 돈이 되기 때문에 용역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했다. 용역반장 시절에는 하나의 집회를 무산시킬 때 마다 300~400만 원 정도의 돈을 지급받았다며 “뒤탈 없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경비용역이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에서 한 대학생이 등록금 압박에 ‘용역업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용역 아르바이트, 위험한 까닭?

그러나 고수익을 보장받으며 학생들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을까. 제보를 통해 노조 파업 현장에서 용역 일을 하며 자신에게서 많은 변화를 감지했다는 익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수 개월간 노조를 몰아내고 시설을 점거하는데 일조했다는 김범용(가명, 23세)씨는 “쌍방 폭행이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을 항상 경계하게 되고 사소한 일도 폭력으로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자주 생긴다”고 했다. 주변 환경은 인간의 성향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즉, 폭력성이 짙은 노조 파업 현장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용역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본 학생이라면 누구나 ‘심신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특히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다 보니 몸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본인의 건강뿐만이 아니다. 현업에 종사중인 한 관계자에 의하면 폭행에 의한 사고는 전치 4주 정도인데 이 경우 장시간 유치되어도 최대 6개월 이내에 합의가 가능하다. 그러나 진압 중에 중환자가 발생하고 사건이 커지면, 죄책감과 두려움에 자리를 뜨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루 일당에 양심은 물론 타인의 존엄성마저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TV 우리들은 용역들이다’
아프리카TV '우리들은 용역들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에 투입된 경비용역 대학생들

사회적으로 경비용역업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노조원을 향해 상상이상의 폭력성을 보여주었고, 막무가내인 경비용역업체의 행태에 배후 권력이 있을 거라는 의혹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잘못된 일에 타인의 질타를 받으면서까지 동참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계를 위한 활동이었다 할지라도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공포감을 조성시키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누구도 그들에게 상대방을 폭력으로 다스릴 권리, 약자에게 당당할 권리는 부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 사회적 책임을 배워가는 대학생이 아니던가. 오히려 배움을 통해 사회 문제를 근절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학생의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