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납치된 항공기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 펜타곤에 그대로 충돌했다. 110층에 이르는 쌍둥이 빌딩은 무너졌고 펜타곤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911테러라고 부르는 이 사건은 전 세계에 ‘테러’에 대한 공포증을 만들었고 이후 끊임없는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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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11주년을 맞아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조명. 왼쪽은 새로 짓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9.11 테러 이후, 세계 각지에서 9.11테러와 비슷한 무차별적 공격이나 다양한 종류의 ‘테러’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제 테러라는 단어는 단순히 9.11테러와 같은 무차별적으로 민간인이나 공공기관을 공격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 예로 오프라인을 넘어서 온라인 상에서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며 해킹하는 것도 ‘테러’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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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 이상이 죽고 다치는 테러들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위의 사진 사료에 나타난 테러뿐만이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난 지하철버스 폭발 테러(2005년 7월 7일 출근시간 지하철역과 2층 버스에서 터진 총 4번의 폭발로 56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상), 작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2011년 7월 22일 오슬로의 공공기관에서 다차례 폭발, 폭발 2시간 뒤 우퇴위아 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소년 캠프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테러) 등이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외에 많은 피해를 입힌 총기난사 사건들이나 전쟁지역에서 발생하는 자살 폭탄 테러, 인질극 같은 것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에서 테러는 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테러라고 부르는 사건들의 발생 빈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테러가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있다. 위의 사건과 같이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다치는 무차별적 공격 뿐만 아니라 인신 공격, 사이버 전쟁까지도 ‘테러’라고 통칭하고 있다.

테러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폭력 써서 적이나 상대편 위협하거나 공포 빠뜨리게 하는 행위. ‘폭력’, ‘폭행’으로 순화.” 사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테러, 즉 911테러와 같은 사건은 정확히는 테러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테러리즘Terrorism : 일반적으로 정치, 종교, 사상적 목적을 위해 폭력적 방법의 수단을 통해 민간인이나 비무장의 개인, 단체, 국가를 상대로 사망 혹은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이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어떤 행동을 강요하거나 혹은 어떤 행동을 중단하게끔 강요하는 행위

 
물론 이런 테러리즘의 정의도 테러 행위를 정확하게 규명하지는 못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레지스탕스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과 같은 무력저항운동을 테러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며, 최근 제기된 테러의 주체가 국가인 국가테러리즘도 정의에 혼란을 준다. 전세계적으로 웹이 발전하면서 생겨나고 있는 온갖 사이버 세계 내의 공격들도 테러리즘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도 정해진 바 없다.

 

테러에 관한 인식조사

우리나라에서는 9.11테러와 같은 끔찍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미 해킹 사태같은 사이버 테러나, 항공기 납치 사건 등 여러 테러 사건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피습 사건이나, 여의도 무차별 칼부림 사건과 같은 흉흉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 테러의 위험과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에 고함20은 우리 사회의 테러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자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테러에 관한 인식 조사’라는 이름으로 2주간 진행되었으며, 우리 사회에 퍼진 테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설문조사 문항은 다음과 같다.

 

 

 

 

테러의 정의, 테러의 예시, 테러의 원인이라는 큰 틀로 총 7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130여명의 응답을 받았다. 결과의 요약본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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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는 20대가 71명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고, 10대와 30대가 각 21명씩 17%씩이었다. 40대는 9명에 그쳤으며 50대 이상은 없었다. 성별의 경우 남자가 88명으로 72%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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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다양한 사전적 정의로는 “목적이 분명하고, 대상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무차별적 공격”이 45%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목적이 분명하고, 대상도 정해져 있는 공격”과 “사람들의 공포감 조성이나 위협을 주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가 각 20%였다. 그 외의 기타 의견으로는 “목적과 대상이 있을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공포감을 조성하고 위협, 협박하는 모든 행위”와 같은 답변이나 “테러라는 말은 강자들이 피해입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나 “반인륜적 행위”와 같은 답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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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투표가 가능하게 진행된 테러의 예시로는 “911테러와 같이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건물,도로 등을 폭파, 파괴하는 것”이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다. 그 외에 웹전쟁, 해킹, 악플, 단발적 개인 피습, 지속적 개인 피습, 묻지마 사건 등이 비슷한 결과였다. ‘911테러와 같은 사건들이 테러’라는 데에는 94%,  다른 의견들은 45% 정도의 비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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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원인으로 “테러리스트 개인의 정신적 문제”는 33%가 중립을, 35%정도가 ‘약간 그렇다’에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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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개인의 악감정 혹은 복수심”은 대부분의 응답자가 ‘그렇다’쪽에 몰려 있으며, ‘전혀 아니다’는 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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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개인의 신변에 일어난 불행한 일에 따른 갑작스런 분노”는 “테러리스트 개인의 정신적 문제”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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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세력간의 마찰”은 58%가 ‘매우 그렇다’는 답변을 보였으며 ‘약간 그렇다’도 28%에 달해 ‘그렇다’가 총 86%를 차지했다. ‘전혀 아니다’는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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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신념(ex 종교, 가치관)”은 ‘매우 그렇다’가 47%에 달해 “국가, 세력간의 마찰”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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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문제로 소외되는 사람들의 증가”는 ‘약간 그렇다’가 40%, ‘매우 그렇다’가 22%를 보였으며, ‘이유가 아니다’는 총 1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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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감 조성을 하고자 하는 단체, 사람의 존재”는 ‘약간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총 71%에 달하고 ‘아니다’가 총 1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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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사회 체제의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 사람의 존재”는 ‘약간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가 똑같이 32%의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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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는 명확한 이유가 없다”는 ‘전혀 아니다’가 36%에 달했으며, ‘매우 그렇다’가 2%에 그쳤지만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답변이 31%로 두번째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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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인지, 목적이 없는 파괴행위인지 묻는 것에 대해서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수단중의 하나다’가 48%로 제일 높았다. ‘목적이 없는 파괴 행위에 불과하다’는 답변은 6%에 그쳤지만, 46%가 ‘그 둘다 테러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주관식으로 진행된, ‘테러 소식을 접했을 때 보통 드는 생각이나 반응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무섭다, 놀랍다, 안타깝다, 걱정된다와 같은 감정적인 변화를 적은 답변들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으며, 누가 왜 무슨 테러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궁금해진다는 반응도 비율이 높았다. 그 외에는 사회가 문제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와 같은 답변이 뒤를 이었다. 그 외에 “또 일어났나” 혹은 “자신 혹은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보통 먼 곳에서 일어나 현실감이 부족하다”와 같은 답변들도 꽤나 있었다. 비교적 소수의 답변으로는 “목적을 위해 민간인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구나” “목적을 위해 아무렇지 않게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섭다”와 같이 테러리스트 혹은 테러집단에 집중을 한 답변이 있었다. “사회가 불안하다” “테러리스트의 환경이 문제다”와 같이 불안한 사회나 개개인의 환경에 집중하는 답변도 있었다. “목적에 따라 테러를 구분하고 본다”는 답변들도 있었는데, 부당함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테러로 생각하지 않거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대답이었다. 목적과 관련해 “언론에서 목적을 말하지 않고 피해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답변도 있었다.  

 
 우리 안의 테러를 살펴 보다

이번 설문조사의 대부분을 차지한 20대는, 대체적으로 911테러와 같은 사건 뿐만 아니라 웹전쟁, 무차별 공격과 같은 것도 테러라고 답했다. 테러의 원인으로 테러리스트 개인의 이유와 사회적 불안과 같은 것에서도 대부분 ‘그렇다’고 응답했다. 현재 20대의 대부분은 9.11테러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교 때 겪은 세대다. 특히 20대에 들어와서는 2008년 경제위기, 인간소외, 사회적 불안과 같은 것들을 겪기도 했다. 사회에 들어오면서부터 사회의 불안정을 겪은 셈이다. 설문조사에서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사고들도 테러라 답하고, 개인적 문제와 사회적 분위기가 테러의 원인이라는 데 수긍을 한 것은 그런 성장배경과도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큰 테러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최근 잇따르는 성폭행과 무차별 공격 사건, 높은 자살률, 왕따와 같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은 사건들도 ‘테러’라고 답했으며 그런 ‘테러’의 원인으로 개인 환경의 문제와 사회 분위기를 꼽기도 했다. 9.11테러 11주년은 우리로서는 ‘남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테러:테러리즘은 단순한 무력 행사 뿐만이 아니라 공포감 조성하는 사건도 포함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건들로 안전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런 측면만 보더라도 ‘테러’에 대해서 단순히 ‘남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왔듯이, 사람들은 이미 주변의 사건들을 ‘테러’로 인식하고 있다. 대테러 전쟁을 벌이진 않더라도,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는 테러리즘과 불안감의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한다. 최소한 지금 우리 주변의 테러가 ‘정당성’이 없고 우리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